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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마도 꽃사슴의 비극 [한겨레 프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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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영광군 안마도 꽃사슴 떼는 야생에 적응했지만, 주민들은 농작물 피해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영광군 제공

전남 영광군 안마도 꽃사슴 떼는 야생에 적응했지만, 주민들은 농작물 피해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영광군 제공




정혁준 | 전국팀장



안마도는 전라남도 북쪽 바다에 있는 섬이다. 조기로 유명한 전남 영광의 법성포에서 39㎞ 떨어진 바다에 자리하고 있다. 면적 5.8㎢, 해안선 길이 36㎞다. 행정구역으론 전남 영광군 낙월면에 속한다. 낙월면에서 가장 큰 섬으로, 석만도와 죽도, 횡도, 오도 등 6개 섬과 함께 안마군도를 이룬다. 안마도라는 이름은 섬 생김새가 말안장을 닮아 붙여졌다고 한다. ‘세종실록지리지’엔 “안마도는 암·수말을 아울러 33필을 방목한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이 섬엔 사람이 살고 있다. 157가구 223명(2025년 12월 기준)이 산다. 1970년대 초엔 1900여명이 살았다고 한다. 이곳엔 꽃사슴도 살고 있다. 약 937마리다. 꽃사슴이 처음부터 이곳에 살았던 건 아니다. 1985년께 축산업자가 녹용 생산을 위해 대만·일본산 꽃사슴 10여마리를 들여와 키우기 시작하면서부터다. 꽃사슴은 1950년대 이후 가축 사육과 전시 목적으로 대만과 일본에서 한국에 수입됐다.



처음엔 안마도 꽃사슴은 ‘금사슴’ 대접을 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1990년대에 싼 수입 녹용이 들어오고 수요가 줄면서, 꽃사슴들은 야산에 내버려졌다. 천적이 없어 40년 만에 천마리 가깝게 늘어났다. 이후 꽃사슴은 안마도의 애물단지가 됐다. 떼 지어 몰려다니며 벼·콩·고추·고구마 같은 농작물을 닥치는 대로 먹어 치웠다. 모내기를 앞둔 벼도, 재배하던 쪽파도 뜯어 먹어 버렸다. 5년 동안 안마도 주민의 농작물 피해는 1억6천만원에 이르렀다. 강성필 낙월면 월촌리 이장이 “아예 벼농사를 포기할 판”이라고 말할 정도다. 꽃사슴이 헤집은 건 농작물뿐만이 아니다. 섬 생태계는 이미 초토화됐다. 섬엔 웬만한 풀이 성한 데가 없다.



꽃사슴은 축산법에 가축으로 분류돼 포획할 수 없었다. 안마도 주민들은 2023년 국민권익위원회에 집단 민원을 냈다. 이후 권익위와 농림축산식품부, 환경부는 두 차례에 걸쳐 현장조사를 벌였다. 권익위는 지난해 1월 주민 권익을 지키고 섬 생태계를 살리기 위해 안마도 꽃사슴을 유해동물로 지정해 관리할 것을 권고했다. 이에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지난달 꽃사슴을 19번째 유해야생동물로 지정했다. 꽃사슴이 가축에서 유해동물로 지정되자 영광군은 이달 총을 뽑아 들었다. 엽사들을 채용해 꽃사슴을 총으로 처리할 참이다. 올해 안으로 꽃사슴 퇴치전을 벌여 100여마리를 줄이기로 했다.



동물복지단체는 인간과 꽃사슴이 공존하는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제언한다. 양오늘 동물자유연대 활동가는 정대하 한겨레 기자와 한 인터뷰에서 “꽃사슴 서식지를 별도로 조성하거나 다른 지역으로 이송하는 대안을 찾는 노력도 없이 살상을 통해 개체 수를 줄이려는 것에 유감을 표한다”며 “아르헨티나의 노르델타에서 설치류 카피바라와 주민들이 공존을 택했던 것처럼 대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 활동가가 예로 든 카피바라는 남미에 주로 살고 있다. 무게 60㎏ 이상일 정도로 몸집이 크지만, 온순하고 친화력도 좋아 외형을 본뜬 인형과 액세서리가 인기다. 하지만 아르헨티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의 노르델타에선 안마도 꽃사슴처럼 애물단지다. 집 마당까지 들어와 쓰레기통을 뒤지거나 반려견을 공격하고 잔디를 망치는 사고를 일으키는 탓이다. 결국 이 지역 부동산개발 업체가 대응에 나섰다. 지방정부 승인을 받아 수의사를 고용한 뒤 불임용 백신 주사를 놓고 있다. 카피바라를 죽이는 대신 개체 수를 줄이는 방법을 택한 셈이다.



안마도 꽃사슴과 노르델타 카피바라를 대하는 해법은 서로 다르지만, 원인은 사람이 자초한 문제였다. 꽃사슴은 돈을 벌려고 들여왔다가 돈이 되지 않자 내버린 사례다. 카피바라는 무분별한 개발로 서식지를 잃어 마을로 내려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꽃사슴을 죽인다고 이런 문제는 끝을 맺지 못한다. 눈앞 이익을 위해 동물과 생태계를 나 몰라라 한다면 사람에게 내버려진 제2의 꽃사슴은 언제 어디서든 마주칠 수밖에 없다.



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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