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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명] 쿠팡의 미래

서울경제 박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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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준 서울경제TV 보도본부장
수천 만 고객 팬덤 이끌어 낸 물류 혁신
생산과 노동의 목소리는 오랜시간 묻혀
당국·정치권은 시스템 개선에 집중하고
경영진도 고객이 실망한 지점 되새겨야

“최근 쿠팡도 이렇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상품 위탁 판매에서 직접 매입으로, 당일 배송할 수 있는 물류 시스템을 준비 중입니다.” 스타트업으로 출발한 지 불과 5년 후인 2015년 3월 김범석 당시 쿠팡 대표이사가 기자 간담회에서 미국의 아마존과 비교하며 한 말이다.

대다수 사람들에게는 상상의 영역이었을지 모르나 10여 년 전 30대 후반의 젊은 최고경영자(CEO)에게는 ‘전국 당일 배송’이라는 물류 혁신이 확고한 목표였구나 싶다.

이제는 당일 배송의 대명사처럼 불리는 ‘로켓배송’이 완성 단계에 와 있다. 이미 2년 전 전국 70%가 이른바 ‘쿠세권’이 됐고 내년 100%가 현실화된다. 이를 위해 쿠팡이 투자한 자금은 진행 중인 것을 포함해 9조 원에 달한다.

아마도 필자가 쿠팡이라는 e커머스 기업의 미래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건 그 놀라운 혁신과 성장의 모습을 조금 가까운 곳에서 지켜봤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코로나19의 공포가 정점을 향해가던 2021년 필자는 유통산업을 담당하는 부서의 부장이었다. 팬데믹에 마트와 백화점을 외면했던 소비자들은 쿠팡의 로켓배송에 열광했고 기존의 유통 공룡들은 놀라운 성장성과 잠재력을 보이는 경쟁자의 출현에 당혹해 했다. 그해 3월 쿠팡의 모회사 쿠팡Inc가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하며 사람들을 더욱 놀라게 한다.

하나 더, 쿠팡에 대한 관심은 그 성장의 과정에서 보여준 ‘독특한’ 전략 때문이기도 했다. 쿠팡의 우선순위는 오직 ‘고객의 경험’과 ‘배송의 속도’에만 있는 듯 보였다. 그 경험과 속도를 떠받치는 다른 2개의 축인 생산과 노동의 목소리는 우선순위에서 밀렸다.

개인적으로 ‘고객 제일주의’라 칭했던 전략의 유효기간이 얼마일지 여전히 질문으로 남았지만 이미 그 무렵 김 대표는 고객들에게 그토록 듣고 싶었던 “쿠팡이 없었으면 어떻게 살았을까”라는 말을 질리도록 듣게 된다.


그렇게 고객들의 환호에 취해서였을까. 매 분기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했음에도 생산과 노동의 목소리는 묻혔고 그사이 쌓인 ‘부당함’에 대한 불만은 지난해 말 터진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과 함께 그야말로 폭발해버렸다.

현재 쿠팡에 대한 수사 또는 조사를 진행 중인 정부 기관은 특검과 공정거래위원회·금융감독원 등 총 11개에 달한다. 무려 400여 명의 인력이 투입됐다고 한다. 이 지점에서 쿠팡의 미래에 또 호기심이 생긴다. 수사와 조사의 목표는 무엇이며 또 쿠팡의 대응은 무엇일까. 위기의 시간이 지난 후 플랫폼 유통 공룡은 어떤 모습이 돼 있을까 등이다.

그에 앞서 분명한 것은 무수한 의혹이 한 치의 찜찜함도 남기지 않고 해소돼야 한다는 점이다. 그런데 아무도 시도하지도, 성공하지도 못했던 혁신으로 국민 대다수가 이용하고 직고용 인력만 8만 명에 달하는 기업을 대하는 정부 당국자나 정치권의 태도에는 문제가 있어 보인다.


장관급 관료인 공정거래위원장이 정파성을 띤 유튜브에 출연해 “정말 화가 많이 났다”거나 여당 국회의원이 “몽둥이도 모자란다” 등의 발언을 하는 것은 진정성 있는 감독이 아니라 정치적 선동에 가깝다(어떤 정당은 ‘쿠팡 아웃’이라고 대문짝만 하게 적힌 현수막까지 걸어놓았다). 그런 식이라면 수사와 조사의 목적이 ‘규제’와 ‘개선’이 아닌 ‘처벌’과 ‘퇴출’에만 맞춰져 있다고 보여지지 않을까. 그게 생산적인 국정 운영이고 정치인가.

당국이나 정치권의 움직임과는 별개로 쿠팡의 시간 역시 오롯이 남아 있다. 부디 경영진의 고민이 사태의 원만한 진화가 아닌 자성과 변화를 향해 깊어지기를 기대한다.

김 대표가 당일 배송을 선언했던 2015년 그날, 그는 또 이렇게 말했다. “쿠팡은 경쟁이 두렵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아마존의 국내 출시 소식이 두렵지 않다. 오히려 고객의 실망이 두렵다.” 그가 2026년 새해에 다시 짚어봐야 할 것은 고객은 경험과 속도에만 실망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후에도 ‘약탈적 기업’이라는 꼬리표를 떼어내지 못한다면 쿠팡의 미래는 더 이상 장밋빛일 수 없다.


미국 기업 쿠팡이 대부분의 매출을 일으키는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의 국민은, 아주 평화롭게 대통령을 두 번이나 파면시킨 꽤 무서운 성정을 지녔다.

박태준 jun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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