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뉴스
서울
맑음 / -3.9 °
한겨레 언론사 이미지

끝없이 도열한 조선 왕실 도장들…시간 잇는 과학의 힘

한겨레
원문보기
전시 후반부의 왕실도장류 진열장. 역대 조선 왕과 왕비, 세자빈, 세손빈 등의 왕실 도장 36개가 거울 방 진열장에 도열하듯 놓여 끝없이 뻗어나가는 듯한 착시감을 일으킨다. 노형석 기자

전시 후반부의 왕실도장류 진열장. 역대 조선 왕과 왕비, 세자빈, 세손빈 등의 왕실 도장 36개가 거울 방 진열장에 도열하듯 놓여 끝없이 뻗어나가는 듯한 착시감을 일으킨다. 노형석 기자


존귀했던 역대 조선 왕실 도장들이 사방팔방으로 끝없이 뻗어 나가고 있다. 금과 은, 옥으로 만든 왕과 왕비, 세자, 세자빈, 세손, 세손빈의 도장 36개가 빚어내는 진열장의 요지경이다. 위엄을 풍기는 거북이 꼭지를 한 왕과 왕비의 금보가 있는가 하면, 은으로 만든 세자빈과 세손빈의 소박한 인장이 있고, 용과 비석 모양으로 새긴 어보도 있다. 여러 종류가 뒤섞여 나란히 놓인 왕실 도장들은 36개나 된다. 위와 옆에 붙은 거울 덕분에 난반사 효과를 일으켜 훨씬 많은 도장들이 무한 확장되는 듯한 착시를 일으킨다.



왕실 도장 수십여개가 빚어내는 색다른 이미지 세상을 서울 경복궁 국립고궁박물관 2층 기획전시실 안쪽에서 접하게 된다. 특별전 ‘RE:BORN(재탄생), 시간을 잇는 보존과학’의 현장 중 일부다. 개관 20돌을 맞아 고려 귀족유산과 조선시대 왕실·황실 유산의 옛 시간을 지금과 이어주는 박물관 보존과학실의 의미를 길라잡이 해주는 전시회다. 고려시대 나전장식 상자와 조선 왕실의 어보들, 대한제국 황실의 옥주렴 등 60여점을 대상으로 보존과학 전문가들이 작업한 보수·복원 작업의 과정과 연구 내용들을 미디어 영상 등으로 풀어 설명하고 실제 유물 면면으로 실감하게 해주는 얼개다.



고려 나전상자 진열장 뒤쪽의 미디어스크린에 상자 내부를 엑스선으로 투과한 이미지가 비치고 있다. 가늘고 휜 금속 선으로 상자 전면 국화무늬들 사이를 구획 짓고 장식적 효과도 내고 있음을 보여준다. 노형석 기자

고려 나전상자 진열장 뒤쪽의 미디어스크린에 상자 내부를 엑스선으로 투과한 이미지가 비치고 있다. 가늘고 휜 금속 선으로 상자 전면 국화무늬들 사이를 구획 짓고 장식적 효과도 내고 있음을 보여준다. 노형석 기자


고갱이는 전시 후반 공간이다. 쉽게 볼 수 없는 왕실 도장들을 거울 진열장에 떼로 모아놓고 감상할 수 있고, 개별 도장의 역사를 추적하는 보존과학의 탐구 과정도 살필 수 있다. 일례로, 15세기 세조의 아들로 세자 시절 요절해 사후 임금으로 추존된 덕종의 거북 손잡이 달린 금보의 실물이 나왔는데, 역사적 내력과 재질을 일러주는 투명 스크린 화면을 뒤에 배치해 이해를 돕는다. 2014년 미국 시애틀미술관에서 반환받은 이 금보의 거북이 등무늬를 현미경으로 관찰한 결과 15세기 것을 본떠 1924년 재제작한 특징이 보인다는 것과, 엑스(X)선 형광 분석을 통해 재질이 황동제 몸체에 금 도금한 것임을 금속 원소 색깔까지 넣은 입체 연출화면을 통해 파악하게 된다.



2023년 일본에서 환수된 명품으로, 1㎜ 미만으로 절개된 미세 나전 조각들을 전면에 붙여 국화와 모란, 넝쿨무늬를 빚어낸 고려시대의 나전상자 실물도 탄성을 발하게 하는 핵심 유물이다. 엑스선을 투과시킨 나전상자 내부의 이미지와 상자 표면을 확대해 스크린에 보여주면서 1670개의 연주무늬, 770개의 국화무늬, 30개의 모란무늬로 구성됐다는 설명까지 곁들여놓았다. 다색 유리구슬들로 만들었으나 꿰는 실이 끊겨 보존처리 중인 대한제국 황실의 옥주렴과 옥렴 유물들도 파손된 상태로 처음 나왔다. 2월1일까지.



1923년 일본에서 환수한 고려나전 국화넝쿨 상자. 노형석 기자

1923년 일본에서 환수한 고려나전 국화넝쿨 상자. 노형석 기자


글·사진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한겨레 후원하기] 시민과 함께 민주주의를

겨울밤 밝히는 민주주의 불빛 ▶스토리 보기

▶▶한겨레 뉴스레터 모아보기

info icon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AI 이슈 트렌드

실시간
  1. 1이청용 골프 세리머니
    이청용 골프 세리머니
  2. 2임영웅 두쫀쿠 열풍
    임영웅 두쫀쿠 열풍
  3. 3손흥민 토트넘 이적
    손흥민 토트넘 이적
  4. 4수영 경영대표팀
    수영 경영대표팀
  5. 5우크라이나 전쟁 종식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

한겨레 하이라이트

파워링크

광고
링크등록

당신만의 뉴스 Pick

쇼핑 핫아이템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