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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천피에도 마이너스라면 일본 증시에서 힌트 찾아라

조선일보 이경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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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5000인데 내 계좌는 왜 이럴까
일본 증시에서 찾아낸 투자 전략 힌트
[왕개미연구소]
“한국 정부가 추진하는 증시 개혁은 2020년의 일본을 떠올리게 합니다. 당시 일본은 강도 높은 증시 구조 개혁을 단행했고 강력한 주가 상승으로 이어졌죠.” (애나 하토리 골드만삭스 애널리스트, 1월 14일 자사 유튜브)

최근 글로벌 자금이 가장 주목하는 투자처는 가파르게 상승 중인 한국 주식시장이다. 한국 대표 지수인 코스피200은 지난해 91% 상승한 데 이어 올해도 20% 넘게 오르며 주요국 증시 중 압도적인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시장 체질이 바뀌면서 나타나는 구조적 변화의 신호로 분석하고 있다.

특히 일본 증시에서 나타난 ‘구조적 장기 상승세’가 한국에서 재현될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다. 일본은 기업 경영의 투명성을 높이고 주주들에게 돌아가는 이익을 늘리는 개혁을 뚝심있게 추진한 끝에 강세장을 만들어냈다.

그렇다면 정부 주도의 구조 개혁 이후 도쿄 증시에는 어떤 변화가 나타났을까. 이 흐름을 따라가 보면, 지금 한국 증시에서 어떤 종목을 담고 어떤 전략을 취해야 할지에 대한 단서가 선명해진다.

일본은 강력한 상장사 구조조정으로 기업 수가 감소하는 반면, 한국은 상장사 수가 계속 늘어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그래픽=조선디자인랩 정다운

일본은 강력한 상장사 구조조정으로 기업 수가 감소하는 반면, 한국은 상장사 수가 계속 늘어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그래픽=조선디자인랩 정다운


1️⃣외국인 자금, 대형주로 향했다… 온도차 극명

요즘 일본 주식시장에선 ‘시가총액 10조엔 클럽’이 화제다. 우리 돈으로 시가총액 93조원이 넘는 초대형 기업 수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23일 닛케이CNBC에 따르면, 도쿄 증시에서 시가총액 10조엔을 넘는 기업은 지난해 말 기준 23곳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2020년만 해도 ‘10조엔 클럽’은 5곳에 불과했지만, 2024년 18곳으로 늘어난 데 이어 지난해에는 23곳까지 증가했다.


시가총액 1위는 자동차 업체 도요타였고, 미쓰비시UFJ은행과 소프트뱅크그룹이 뒤를 이었다. 업종별로 보면 제조업 10곳, 비제조업 13곳으로 비제조업 비율이 더 컸다.

일본에선 작년 말 기준 시가총액 10조엔을 넘는 초대형 기업이 23곳에 달했다. 한국에서 시가총액 100조원을 웃도는 기업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대차 등 3곳이다./그래픽=조선디자인랩 정다운

일본에선 작년 말 기준 시가총액 10조엔을 넘는 초대형 기업이 23곳에 달했다. 한국에서 시가총액 100조원을 웃도는 기업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대차 등 3곳이다./그래픽=조선디자인랩 정다운


닛케이CNBC는 초대형주가 늘어난 주된 배경으로 외국인 자금 유입을 꼽았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시가총액 상위 대형주를 중심으로 매수에 나서며 주가 상승을 이끌었다는 것이다.

지난해 일본 증시의 외국인 순매수 규모는 5조4070억엔으로, 아베노믹스(고 아베 전 총리의 경제 정책)로 경기 회복 기대가 정점에 달했던 2013년 이후 최대였다.


지수를 그대로 추종하는 패시브 자금은 시가총액이 큰 종목에 자금이 더 많이 배분되도록 설계돼 있다. 이 때문에 해외 자금인 ‘글로벌 유동성’이 밀려올수록 대형주는 더 오르고, 중소형주는 상대적으로 소외되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되기 쉽다. 일본 증권가에선 ‘10조엔 클럽’에 새로 진입할 가능성이 있는 시가총액 5조~10조엔 기업들에 주목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이미 한국에서도 대형주 쏠림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올해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1~100위인 대형주 지수는 20% 오르면서 지수 상승을 이끌었다. 반면 중형주는 8%, 소형주는 1.2% 상승에 그쳤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수십조 원을 굴리는 외국인 자금은 거래량이 풍부하고 대량 매매가 가능한 대형주로 쏠릴 수밖에 없다”면서 “중소형주는 구조조정이나 인수·합병(M&A) 같은 확실한 이벤트가 있을 때만 집요하게 파고든다”고 말했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김영재

그래픽=조선디자인랩 김영재


2️⃣사상 최대 배당금... 내수 회복의 마중물

<월 10만엔 들어오는 배당 머신 만드는 법>, <고배당주로 1억엔 셀프 연금 만들기>, <꿈같은 배당 생활, 초고속 달성법>….

최근 일본 서점가에서 베스트셀러 목록을 채운 경제 서적의 공통 키워드는 ‘배당’이다. 주가 차익보다 매달, 매년 꾸준히 현금이 들어오는 투자에 대한 관심이 그만큼 크다는 뜻이다.

배당 투자 열풍의 배경에는 도쿄증권거래소의 강도 높은 기업 가치 제고 정책이 있다. 거래소는 2023년부터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배를 밑도는 상장사들에 기업 가치 개선 계획을 요구해왔다. PBR 1배 미만은 기업이 보유한 순자산 가치보다도 주식시장에서 낮게 평가받고 있다는 의미다.

당시 일본 주요 상장사 500곳 가운데 43%가 PBR 1배 미만에 해당했다. 미국(S&P500)의 5%, 유럽(유로스톡600)의 24%와 비교하면 일본 기업의 저평가가 얼마나 심했는지 알 수 있다.

여기에 거래소는 PBR 1배 미만 기업 명단을 공개했다. 일종의 ‘저평가 기업 블랙리스트’인 셈인데, 기업들 사이에선 “가만히 있으면 낙인찍힌다”는 위기감이 빠르게 확산됐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이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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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가계, 32조원 배당금 받는다... 역대 최대

기업들이 선택한 해법 중 하나가 배당 확대였다. 투자자에게 가장 직관적으로 기업 가치 개선 의지를 보여줄 수 있는 수단이기 때문이다.

그 결과, 일본 기업들의 배당금 규모는 사상 최대 수준으로 불어나고 있다. 이달 초 닛케이신문에 따르면, 2025회계연도(2025년 4월~2026년 3월) 기준 일본 상장사 약 2200곳의 배당금 총액은 20조8600억엔(약 192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역대 최대치다.

배당 성향(순이익 대비 배당금 비율)도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2025회계연도 배당 성향은 39%로, 전년보다 3%포인트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미국 주요 기업보다는 다소 높고, 유럽 주요 기업보다는 낮은 수준이다.

개인 투자자들의 인식도 달라졌다. 초저금리 시대를 거치며 ‘주식은 오르지 않는다’는 회의가 뿌리 깊었던 일본에서, 배당은 주가 변동과 무관하게 체감할 수 있는 투자 성과로 받아들여지기 시작했다. 매달 혹은 매년 들어오는 현금 흐름은 노후 대비와 생활비 보조라는 현실적인 수요와 맞물리며 하나의 투자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정다운

그래픽=조선디자인랩 정다운


韓, 배당소득 분리과세로 94조 머니무브 기대

일본에서 배당 확대는 ‘주주 환원’을 넘어 가계 소득과 내수를 움직이는 정책 수단으로 작동했다. 일본 증시에서 개인 투자자 보유 비율은 약 17%에 달한다. 다이이치생명경제연구소는 올해 일본 가계로 약 3조5000억엔(약 32조3000억원)의 배당금이 유입되면서 실질 소비가 약 7200억엔 늘고,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0.12%포인트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도 올해부터 고배당 기업에 대해 배당소득 분리과세 제도가 새롭게 시행되면서 자본시장에 적잖은 변화가 예상된다. 증권가에서는 예금에 묶여 있던 자금이 주식시장으로 이동해 ‘머니무브’가 나타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유건호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2024년 기준 이자·배당소득이 2000만원을 넘어 금융소득 종합과세 대상이 된 자산가들의 금융자산 원금은 약 470조원으로 추산된다”며 “종합과세 부담을 피하기 위해 이 가운데 20%만 배당주로 이동하더라도 약 94조원 규모의 수급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금정섭 한화자산운용 ETF사업본부장도 “밸류업 프로그램 도입 이후 일본 닛케이 배당지수는 닛케이평균 대비 10%포인트 이상 초과 성과를 기록했다”며 “배당소득 분리과세가 도입되는 한국도 주주총회에서 배당액이 확정되는 1분기 이후부터 수급이 몰리면서 배당주 강세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정다운

그래픽=조선디자인랩 정다운


3️⃣행동주의 명암… 수익률 최고, 상장폐지는 최다

최근 일본 닛케이신문은 지난해 행동주의 펀드 수익률을 분석하며 일본이 ‘행동주의 펀드 천국’이라고 소개했다. 행동주의 펀드는 주주 제안이나 이사회 개입 등을 통해 기업에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투자자다.

노무라종합연구소에 따르면, 일본에서 활동하는 행동주의 펀드는 꾸준히 늘어 지난해 7월 기준 역대 최대인 74곳에 달했다.

행동주의 펀드는 배당 확대, 자사주 매입, 비핵심 자산 매각 등을 요구하며 기업 가치를 끌어올렸고, 이는 펀드 수익률로 직결됐다. 닛케이신문은 “높은 투자 성과는 새로운 자금 유입으로 이어지고, 다시 일본 증시 상승을 촉진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지난해 일본 기업에 투자한 행동주의 펀드 수익률은 세계 평균의 1.7배에 달하며 가장 높았다. 신문은 일본 기업 중 ROE(자기자본이익률)와 PBR(주가순자산비율)이 낮은 곳이 많아서 가치 개선 여지가 큰 투자 대상이 풍부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본업 외 자산 비중이 크거나 내부 유보 현금이 많은 기업, 동종 업종 기업들보다 주가가 낮으면서 시가총액이 작은 기업, 사업 확장이 정체된 고배당 기업 등이 행동주의 펀드의 표적이다.

행동주의 펀드의 존재감이 커지면서 일본 개인 투자자들의 인식도 긍정적인 쪽으로 기울고 있다. 지난해 6월 닛케이CNBC가 ‘행동주의 펀드를 어떻게 생각하나’를 주제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68%가 “긍정적”이라고 답했다. ‘행동주의 펀드의 주주 제안으로 주가가 오르고 배당이 늘었다’, ‘고령 남성 중심의 일본 기업 문화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점 등이 주된 이유로 꼽혔다.

다만 행동주의 펀드 확산에 따른 부작용도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도쿄 증시에서 상장 폐지를 선택한 기업은 124곳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치카히로 마사시(近廣昌志) 주오대학 부교수는 “상장 기업으로서의 우위가 점차 약해지고 있다”며 “행동주의 펀드의 확산과 배당 확대 압력으로 인해 상장 폐지를 검토하는 기업은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 대표는 “한국과 일본 모두 저평가된 상장사가 많지만, 일본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재벌이 해체되면서 이사회와 전문 경영인 체제로 남은 기업이 대부분”이라며 “반면 한국은 상장사의 약 95%에 지배 주주가 존재해 행동주의 펀드가 활동하기에는 제약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경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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