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챗GPT |
엔비디아의 고성능 인공지능(AI) 칩을 대량으로 사들인 뒤 다른 기업에 임대하는 ‘네오클라우드’ 사업자들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첨단 AI 모델을 운영하는 빅테크 기업부터 신생 스타트업까지 날로 급증하는 AI 연산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네오클라우드를 적극 활용하면서 코어위브, 네비우스, 람다랩스 등이 조 단위 컴퓨팅 계약을 체결하는 등 AI 투자 열풍 속에서 세를 확장하고 있다.
그래픽=손민균 |
◇ GPU 임대 비용 대형 클라우드 기업의 3분의 1
25일 테크업계에 따르면 네오클라우드 시장은 최근 1년 사이 200% 넘게 성장하며 AI 인프라의 신흥 강자로 떠올랐다. 시장조사업체 시너지리서치는 작년 2분기 기준 네오클라우드 기업들의 총 매출이 50억달러(약 7조2000억원)를 돌파해 전년 대비 205% 늘었다고 밝혔다. 작년 전체 매출은 230억달러(약 32조원)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며, 오는 2030년까지 연평균 69%씩 성장해 시장 규모가 약 1800억달러(약 258조원)에 육박할 전망이다.
네오클라우드는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 연산에 특화된 인프라를 다른 기업에 빌려주는 차세대 클라우드 사업자를 뜻한다. 쉽게 말해 ‘AI 데이터센터 임대업’이다. 아마존웹서비스(AWS),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클라우드 등 빅테크로 대변되는 기존 하이퍼스케일러(초대형 클라우드 사업자)가 중앙처리장치(CPU) 중심의 범용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중점을 뒀다면, 네오클라우드는 AI 학습·추론에 최적화된 GPU 전용 클라우드 서비스에 주력해 틈새 시장을 개척했다. 코어위브, 네비우스, 람다랩스, 아이렌, 크루소 등이 대표적인 네오클라우드 기업이다.
그래픽=손민균 |
특히 AI 연산량이 폭발적으로 늘면서 GPU 부족 현상이 나타났고, 하이퍼스케일러의 범용 클라우드만으로는 수요를 충족하기 어려워져 이를 보완하기 위한 대안으로 네오클라우드가 급부상했다. AI 데이터센터가 필요한 기업 입장에서는 네오클라우드를 활용하면 비용을 절감하고 예측 불가능한 AI 워크로드(작업 부하)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 최대 장점은 비용인데, 기존 하이퍼스케일러의 약 3분의 1 수준이다. 시장조사업체 업타임 인스티튜트에 따르면 네오클라우드 3사(코어위브·네비우스·람다랩스)로부터 엔비디아 H100 GPU를 빌리는 비용은 시간당 평균 34달러로, 기존 하이퍼스케일러 3사의 시간당 98달러와 비교해 약 66% 저렴하다.
◇ 코어위브·네비우스·람다, 빅테크와 대규모 계약 체결
이런 흐름에 발맞춰 빅테크 기업과 네오클라우드 간 굵직한 계약도 쏟아졌다.
네오클라우드 대표주자인 코어위브는 작년 9월 메타와 1420억달러(약 200조원) 규모의 AI 데이터센터 컴퓨팅 공급 계약을 맺었다. 챗GPT 개발사 오픈AI와는 같은달 데이터센터 용량 구매 계약을 65억달러 추가해 누적 구매 용량이 최대 224억달러(약 32조3700억원)로 늘어났다. 작년 3월 나스닥에 상장한 코어위브는 엔비디아, MS, 엔비디아, 코히어, IBM 등을 고객으로 두고 있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본사를 둔 네비우스(옛 얀덱스)도 작년 말 메타와 30억달러(약 4조4000억원) 규모의 AI 인프라 계약을 체결했고, 호주에서 설립된 아이렌은 작년 말 MS에 엔비디아 GB300 아키텍처 GPU를 적용한 클라우드 서비스를 향후 5년간 97억달러(약 14조원)에 제공하기로 했다. 크루소는 오픈AI, 오라클, 소프트뱅크 주도의 대규모 AI 인프라 구축 프로젝트인 ‘스타게이트’에 참여하고 있다. 크루소는 미 텍사스주에 건설 중인 오픈AI 전용 1.2기가와트(GW)짜리 데이터센터 ‘스타게이트 1’ 공사를 맡고 있다.
대다수 네오클라우드 기업들은 암호화폐 채굴을 목표로 2017~2018년 회사를 설립하고 GPU 확보에 나섰는데, 2023년 11월 챗GPT 등장으로 AI 시장이 열리자 GPU를 활용한 AI 인프라로 사업을 전환했다.
엔비디아의 전폭적인 지원도 네오클라우드 사업자에 힘을 실어줬다. 빅테크가 엔비디아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자체 AI 칩 개발에 나서자, 엔비디아는 네오클라우드를 밀어주는 방식으로 하이퍼스케일러 견제에 들어갔다. 엔비디아는 2023년과 2024년 두 차례 투자를 통해 코어위브 지분 6.5%를 사들였고, 네비우스 지분 0.5%를 확보했다. 작년 8월 람다랩스의 4억8000만달러 규모 시리즈 D 투자에 참여했고, 이어 작년 9월에는 4년 동안 람다랩스에 약 1만8000개의 GPU를 공급하는 15억달러 계약을 체결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작년 3월 열린 연례 개발자 회의 ‘GTC 2025’에서 “에이전틱 AI 등의 등장으로 AI에 필요한 연산량이 지난해 예상치의 100배 규모로 늘었다”라고 말했다.
◇ 고성장 이면에 높은 부채·빅테크 의존 리스크도 공존
네오클라우드는 빅테크 기업의 천문학적인 AI 투자로 인해 커진 자금 조달 위험을 완화하는 수단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첨단 GPU를 갖춘 AI 데이터센터를 네오클라우드로부터 대여해 당장 필요한 인프라를 마련하고, 여기에 투입되는 자금은 장기 자본 투자가 아닌 일 단위 운영 비용으로 처리해 장부에 표시하는 식이다.
시장에서는 네오클라우드가 AI 투자 붐을 타고 계속 성장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지만, 과도한 부채와 높은 빅테크 의존도는 위험 요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네오클라우드 사업자들은 GPU 대량 구매와 AI 데이터센터 건립에 끊임없이 투자해야 하고 감가상각 부담도 커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 맥킨지는 “GPU 임대 사업의 매출총이익률은 인건비, 전력비, 감가상각 반영 이후 14~16% 수준으로 대다수 소매업보다도 낮은 구조”라고 지적했다.
지금은 빅테크가 AI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네오클라우드를 사용하고 있지만, 향후 하이퍼스케일러들이 전용 GPU 인프라를 갖출 경우 네오클라우드 사업자들은 매출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고객을 잃을 수 있다는 점도 리스크 요인이다.
최근에는 코어위브 등 네오클라우드가 엔비디아와 오픈AI, 오라클 등을 중심으로 형성된 ‘순환 거래’에 얽혀있다는 우려가 나오면서 ‘AI 거품론’에 불을 붙이기도 했다.
맥킨지는 “네오클라우드가 하이퍼스케일러와의 직접적인 경쟁을 피하고 장기적으로 살아남으려면 단순 인프라 임대를 넘어 틈새 시장에서 확실한 입지를 구축해야 한다”며 “빅테크에 의존하지 않고 AI 주권을 확보하려는 각국 정부의 ‘소버린 AI’ 관련 프로젝트에 적극 합류하거나 비용 절감이 절실한 AI 스타트업을 핵심 고객군으로 유지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재은 기자(jaeeunle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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