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국가주석 |
(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축출하고 현지 석유 산업 장악에 나서면서 지난 20여년간 이 나라 석유 시장에 공들여온 중국의 이해관계가 중대한 시험대에 올랐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현재 중국 국영 석유기업들은 베네수엘라 내 매장 원유 40억 배럴 이상에 소유권을 주장하고 있다. 이는 현재 베네수엘라에서 조업 중인 유일한 미국 메이저 석유기업 셰브런 보유량의 약 5배에 달하는 규모다.
중국은 베네수엘라가 2007년 국유화 조치를 통해 엑손모빌 등 미국 기업들을 몰아내자 막대한 자금과 장비를 지원하며 그 빈자리를 꿰찼다.
당시 우고 차베스 대통령의 '석유 주권' 기치 아래 중국은 베네수엘라의 자금줄로 부상했다. 베네수엘라는 그런 중국을 '철통 형제 관계'라고 치켜세웠다.
특히 중국석유천연가스집단유한공사(CNPC)는 엑손모빌이 떠난 오리노코강 유전 지대에 진출해 베네수엘라 국영석유회사(PDVSA)와 합작사 '시노벤사'를 설립, 최대 생산 거점을 확보했다.
이달 초 트럼프 행정부가 마두로 대통령을 체포·압송하고 베네수엘라 석유 산업 재편에 나서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의 베네수엘라산 원유 수입 자체는 허용하겠지만, 과거와 같은 헐값 매입이나 음성적인 거래는 더 이상 용납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그동안 중국은 미국의 제재로 판로가 막힌 베네수엘라산 원유를 헐값에 사들이며 사실상 독점적 지위를 누려왔다.
베네수엘라 내 석유 정제 시설 |
중국 입장에서 더 큰 문제는 미국이 중국의 베네수엘라 내 석유 자산 소유권 자체를 문제 삼을 수 있다는 점이다.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최근 인터뷰에서 "세계 최대 석유 매장량을 미국의 적대 세력(중국)이 통제하게 둘 수 없다"며 서반구(아메리카 대륙과 그 주변) 내 핵심 자산에 대한 경쟁국의 접근을 차단하겠다는 미국 국가안보전략을 재확인했다.
중국 입장에서는 막대한 금전적 손실도 우려된다.
베네수엘라는 중국에 최소 100억 달러(약 14조5천억원)의 빚을 지고 있는데, 그동안 원유를 공급해 이를 갚아왔다. 미국이 베네수엘라의 원유 판매 통제권을 어떻게 행사하느냐에 따라 중국의 채권 회수가 불투명해질 수도 있다.
주미 중국 대사관 측은 "베네수엘라 내 자산은 국제법에 따라 보호받아야 한다"며 "합법적 권리와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모든 필요한 조치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미국의 베네수엘라 원유 통제로 인한 중국의 타격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마두로 대통령 축출 직전 기준으로 중국은 베네수엘라 원유 수출의 80% 이상을 간접적으로 흡수했지만, 이는 중국 전체 원유 수입의 10%에 못 미치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이 당장 중국을 완전히 배제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베네수엘라 석유 산업 재건을 위해 대규모 투자를 요청했지만, 미국 기업들의 반응은 미온적이다. 대런 우즈 엑손모빌 최고경영자(CEO)는 현재 베네수엘라 상황에 대해 "현재로선 투자 불가능"이라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오는 4월 예정된 베이징 정상회담을 앞두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실무적 관계 유지에도 신경 쓰고 있는 점도 고려 요인이다.
안드레스 벨로 재단의 파르시팔 돌라 알바라도 연구원은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반중 기조에도 경제적 이유로 중국의 투자를 묵인하고 있다"며 "트럼프 행정부도 실리를 위해 베네수엘라 내 중국의 생산 활동을 일부 용인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지난 2023년 9월 중국 베이징에서 만난 시진핑 국가주석(왼쪽)과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
ksw08@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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