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의회 위증 혐의로 형사기소에 직면했다는 소식에 국제 금값이 급등세다. 사진은 13일 서울 종로구 한국금거래소에 놓여있는 금 상품. [연합] |
[헤럴드경제=서지연 기자] 국제 금값이 사상 최고치를 잇달아 경신하며 온스당 5000달러 선을 시야에 두고 있다. 주식시장은 여전히 낙관론이 우세하지만, 금 시장은 전혀 다른 신호를 보내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위험이 해소됐다는 안도감보다는, 언제든 충격이 닥칠 수 있다는 가능성에 대비하려는 자금 이동이 조용히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지난 22일 분석 기사에서 “금 가격 상승은 투기적 과열이나 공황이 아니라, 정보에 밝은 투자자들이 불확실성에 대비해 포지션을 옮기고 있다는 신호”라고 짚었다. 금은 주식시장의 낙관과 달리, 시장이 미처 가격에 반영하지 못한 위험을 먼저 감지하는 자산이라는 것이다.
실제 금 가격은 가파르게 올랐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국제 금 현물 가격은 한국시간 23일 오전 10시45분 기준 온스당 4951.73달러를 기록했다.
2월 인도분 국제 금 선물 가격도 같은 시각 온스당 4956.10달러를 기록했다.
금값은 지난해 한 해에만 65%가 올랐다. 올해에도 약(弱)달러, 저금리 기조, 주요 중앙은행의 금 매수 확대 움직임 등으로 온스당 5000달러를 넘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미국 원자재 중개업체 스톤엑스의 로나 오코넬 시장조사 책임자는 “변동성이 큰 만큼 5000달러 도달을 가정하는 것이 비현실적이지 않다”고 평가했다.
시장에서는 이번 랠리를 과거의 투기적 급등과 구분한다. 영국 메탈스데일리의 로스 노먼 최고경영자(CEO)는 닛케이에 “이번 금 가격 상승은 단기 차익을 노린 매수나 공포성 거래가 아니라, 중장기 시계를 가진 투자자들의 꾸준한 매입 결과”라고 말했다. 즉, ‘지금 당장 무너질 것’이라는 공포보다는 ‘언젠가 올 충격’에 대비하는 움직임이라는 해석이다.
이 같은 흐름의 배경에는 지정학 리스크와 미국 정책 불확실성이 겹쳐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최근 덴마크령 그린란드 문제를 둘러싸고 유럽 국가들에 대한 추가 관세 가능성을 언급했다가 철회하는 등, 시장의 긴장을 자극했다. 이 과정에서 한때 미국 주식·채권·달러가 동시에 약세를 보이는 이른바 ‘트리플 약세’ 현상이 나타났고, 금으로 자금이 빠르게 이동했다.
1월 들어 미국을 중심으로 기존 국제 질서와 금융 질서를 흔드는 사건들이 잇따른 점도 영향을 미쳤다. 베네수엘라 사태, 중앙은행 독립성을 둘러싼 논란, 연준(Fed) 정책을 둘러싼 정치적 압박 등이 동시에 불거졌다. 닛케이는 “이들 사건은 각각은 단발성처럼 보일 수 있지만, 시장이 느끼는 불확실성의 총량을 키우고 있다”고 분석했다.
주목되는 점은 이런 불안 요인에도 불구하고 미국 주식시장은 비교적 차분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이 유럽 관세 철회 방침을 밝히자 S&P500 지수는 하루 만에 1% 넘게 상승했다. 반면 금 가격은 조정을 받기는커녕 최고치 부근에서 머물렀다. 주식은 안도했고, 금은 물러서지 않았다.
닛케이는 이 엇갈림에 주목했다. 시장이 낙관에 기울수록, 금 가격은 오히려 경고음을 키우고 있다는 것이다. 옐런 전 연준 의장은 최근 인터뷰에서 “시장이 충분히 경계하지 않는 점이 오히려 놀랍다”고 말했는데, 닛케이는 이 발언을 금 시장의 움직임과 연결지었다.
최근 금값 상승을 뒷받침한 또 다른 축은 신흥국 중앙은행의 움직임이다. 달러 자산 비중을 줄이고 외환보유액을 금으로 분산하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이 스스로 지정학적 리스크의 진원지가 되는 상황에서, ‘안전자산으로서의 미국 국채’에 대한 신뢰가 예전만 못해졌다는 판단이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골드만삭스는 이런 흐름을 반영해 2026년 말 금 가격 전망치를 기존 4900달러에서 5400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영국 메탈스포커스의 필립 뉴먼 매니징디렉터는 “위험 회피 수요가 미국채 대신 금으로 집중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닛케이는 전 연준 의장 앨런 그린스펀의 표현을 다시 꺼내 들었다. 그는 과거 “금은 탄광 속 카나리아”라고 말했다. 유독가스에 가장 먼저 반응하는 카나리아처럼, 금은 시장의 위험을 가장 먼저 감지하는 자산이라는 의미다.
주식시장은 이른바 ‘TACO(트럼프는 결국 물러선다) 트레이드’ 확산 속에 낙관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금은 5000달러를 향해 조용히 움직이며 다른 신호를 보낸다. 닛케이는 “지금 금이 보내는 메시지는 ‘지금 당장 공포에 빠져라’가 아니라 ‘낙관에만 취해 있지 말라’는 경고에 가깝다”고 정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