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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가 그린란드 건드린 숨은 의도…북극해 해저케이블[시사쇼]

아시아경제 이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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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안보 협력 돌아선 트럼프
러, 전세계 해저케이블 안보 위협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
■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미리 PD
■ 출연 : 이현우 기자

전세계를 충격에 빠뜨렸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그린란드 합병 시도 논란이 일단락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과 직접 합의 틀을 마련했다고 밝히면서, 그린란드 합병에 반대했던 유럽 국가들에 대한 관세도 모두 철회하겠다고 선언했다. 한때 미국과 유럽이 사상 최초로 전면전에 돌입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왔지만, 다행히 사태가 그 지경까지 가지는 않았다. 극적으로 치닫던 상황이 갑자기 해소되면서 전 세계 주식시장도 일제히 폭락했다가 다시 급반등하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군사력 동원 불사한다더니…갑자기 북극안보 협력하자는 트럼프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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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은 애초 그린란드 장악을 위해 군사력 동원도 검토하겠다며 강경 일변도의 모습을 보였다. 그러다 돌연 태도를 바꿔 나토 회원국들과 북극 안보에 협력하자는 제안을 내놓았다. 이제 와서 나토 사무총장과의 합의가 잘 이뤄졌다며 그린란드에 대한 무력 합병 시도는 없을 것이라고 강조하고, 오히려 미국의 미사일 방어 계획인 '골든돔' 계획을 유럽 국가들과 그린란드에서 함께 구축하겠다고 발언한 것이다. 물론 그린란드의 광물권은 확보하겠다는 입장도 함께 밝혔다.


상황이 이렇게 마무리되자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애초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를 무력 침공할 생각이 전혀 없었던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결과적으로 미국은 유럽 국가들이 그린란드 안보 구축에 자발적으로 협력하고 광물권은 미국에 넘기는 방향으로 결론을 이끌어냈기 때문이다. 미국 입장에서 그린란드의 핵심 이익은 안보와 광물, 이 두 가지였고 이를 모두 챙긴 셈이다.

사실 유럽 국가들은 그동안 그린란드나 북극권 안보에는 다소 무관심한 태도를 보여왔다. 당장 눈앞에 우크라이나 전선이 펼쳐져 있다 보니 전력을 그곳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미국 입장에서는 러시아의 북극 개발이 심상치 않은 상황이다. 실제로 러시아는 현재 해군 전력의 절반 이상을 북극해에 배치해 둔 상태다. 2014년 크림반도 강제 병합 이후 미국의 배후 공세를 우려한다며 북극 지역 곳곳에 군항을 건설하고 미사일 기지도 약 180개가량 구축했다. 이들 시설은 전부 북미 대륙을 향해 배치돼 있다.

그런데 미국의 방어선은 알래스카 지역을 제외하면 특별히 구축돼 있지 않다. 앞으로 골든돔 방어 계획에 캐나다가 합류한다고 해도 대서양과 연결된 북극해 지역은 여전히 빈틈으로 남아 있는 상황이다. 바로 그 지역에 그린란드가 위치해 있다. 이런 상황에서 유럽 국가들이 말로만 이곳 방위에 신경 쓴다고 하면서 사실상 북극해 안보를 미국에 떠넘기는 형국이었다. 그래서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에 일부러 미국이 합병할 수도 있다는 공포심을 심어줘서 유럽 국가들이 자발적으로 그곳에 군대를 파견하도록 유도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되는 것이다.

북극해·대서양 해저케이블 안보 우려…러 세력확장 차단하나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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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란드는 대부분 얼음으로 뒤덮인 지역이라 러시아와 실제로 군사적 충돌 가능성이 있을지 의문을 제기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이 크게 달라졌다. 과거에는 그린란드 북부 해안선 대부분이 빙하에 갇혀 있어 일부 잠수함이나 쇄빙선을 이용한 이동만 가능했고, 대형 군함이 지나가기는 어려워 대규모 군사 충돌 가능성이 낮았다.

문제는 지구 온난화로 이 지역 얼음이 대부분 녹아버렸다는 점이다. 이제는 러시아 해안 쪽은 물론 북극해 일대가 거의 10개월 이상 일반 함선들도 항해할 수 있게 됐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항행 가능 개월 수가 2개월도 안 됐는데, 5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이에 따라 북극해와 그 아래 대서양 일대에 부설된 해저 케이블도 새로운 안보 이슈로 떠올랐다. 해당 케이블들은 미국과 유럽을 연결하는 통신선은 물론 전력선, 군용 통신선 등 매우 다양하다. 특히 군용 통신선의 경우 단순히 정보만 전달하는 역할을 하는 게 아니라 적의 함선이나 잠수함의 이동 경로를 파악하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해저 케이블 일부에 센서를 장착해 군함이 지나갔는지 감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발트해에서 러시아 소행으로 추정되는 케이블 절단 사건이 발생했다. 이는 유럽은 물론 미국에도 큰 충격을 줬다. 문제는 이런 일이 발트해뿐만 아니라 그린란드나 북극해 연안 지역에서도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예전처럼 이 지역 해안들이 빙하에 계속 갇혀 있지 않으니 러시아가 이런 작전을 펼칠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우려가 나온 것이다. 그렇게 되면 미국 입장에서는 대서양을 건너오는 적함을 발견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이러한 안보적 부담이 이번 트럼프 행정부가 그린란드 논란을 일으킨 숨은 의도가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는 이유다.

그렇다면 앞으로 미국의 그린란드 정책은 어떻게 전개될까. 현재 그린란드 상황은 다소 복잡하다. 원래 트럼프 행정부 개입 이전에는 그린란드 자치 정부의 독립 문제가 주된 쟁점이었다. 덴마크도 여기에 대해 그동안 반대하지 않았는데, 상황이 이렇게 되자 덴마크 내에서도 그린란드를 사수해야 한다는 강경론이 힘을 얻고 있어 여론이 크게 바뀔 것으로 보인다. 그린란드 자원 개발과 방위 문제에서 덴마크나 유럽이 더 적극적으로 나설 전망이다.

이렇게 되면 미국 입장에서는 그린란드 자원 개발 투자나 접근성이 더 좋아진다. 현재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그린란드에 상당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앞으로 그린란드에서 천연가스나 석유 개발이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하면서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를 이곳에 대거 짓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이 지역은 에너지 자원이 풍부해 개발되면 전기료가 상당히 쌀 것으로 예상되고, 인구도 5만명 남짓이라 빈 땅이 많아 데이터센터를 짓기에 좋다. 미국과 거리도 가까운 편인 데다 기온이 낮아 서버 냉각 걱정도 덜하다. 여러모로 데이터센터 건설에 최적화된 지역이라는 평가다.

따라서 앞으로 미국의 정책은 유럽 국가들이 자발적으로 이 지역 방위와 인프라 건축에 나서도록 유도하고, 에너지 기업들의 개발을 지원하면서 동시에 빅테크 기업들의 진출도 돕는 방향으로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이를 통해 이 지역 개발을 촉진하고 방위 시설을 늘려가면 러시아의 북극해 및 대서양 진출을 막을 수 있는 새로운 방어지역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대서양동맹 심각한 균열…국제질서 맞춰 외교 변화해야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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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그린란드 논란이 전 세계적으로 큰 충격을 준 것은 대서양 동맹에 심각한 균열이 갔기 때문이다. 미국이 18세기 영국과의 독립 전쟁 이후 유럽과 이렇게 군사적 대치 직전까지 간 것은 처음이라 충격이 더욱 컸다. 이제 미국이 더 이상 전통적 외교를 하지 않고 과거 19세기 제국주의 시대 열강 국가들처럼 이권을 목적으로 서슴없이 무력을 동원하는 이른바 '함포 외교'를 계속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미국의 이권만 걸려 있다면 그 나라가 오랜 동맹이든 아니든 상관없이 압박을 가한다는 것이다.

다만 이런 접근이 중장기적으로 봤을 때 과연 미국의 국익에 도움이 되겠느냐는 회의론도 존재한다. 이번 사태로 유럽 국가들이 받은 충격 못지않게 아시아 동맹국들에게도 엄청난 충격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이미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중동 국가들과 인도 같은 경우 미국에 대한 신뢰도가 상당히 낮아졌다고 한다. 얼마 전 인도는 신형 전투기 사업을 미국과 체결하던 것을 엎어버리고 프랑스와 계약을 맺었다. 지역 안보에서 미국에 지나치게 의존하면 안 된다는 의식이 생긴 것이다.

이렇게 되면 국제적으로 고립돼 있던 중국이나 러시아가 외교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이 더 넓어진다. 최근 중국이 미국의 강력한 제재에도 지난해 무역 흑자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결국 미국이 일으킨 무역 분쟁의 틈새로 오히려 다른 나라들과 무역을 크게 늘렸기 때문이다.

트럼프 행정부 다음에 집권할 미국 행정부는 이런 부분에서 상당한 외교적 짐을 떠안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 이후에는 방향이 다소 달라지지 않을까 전망된다. 트럼프 행정부가 동맹국에도 군사적 압력을 가해 자신들의 이익을 추구하는 외교를 계속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우리나라 외교도 이러한 미국의 외교 정책 변화에 발맞춰 대응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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