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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단한 화강암 깎아 이토록 부드럽고 생생한 佛像 만들다니

조선일보 김혜원 국립중앙박물관 미술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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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주말]
[김혜원의 박물관 산책] (11)
감산사 미륵보살상·아미타불상
감산사 미륵보살상, 높이 250cm, 국보. 국립중앙박물관 불교조각실에 전시되어 있다. /e뮤지엄

감산사 미륵보살상, 높이 250cm, 국보. 국립중앙박물관 불교조각실에 전시되어 있다. /e뮤지엄


어떤 대상이 다른 것과 구별되는 분위기를 가리킬 때 ‘아우라(aura)’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박물관에서 만나는 불상은 신상(神像)이자 미술로 독특한 아우라를 지닌다. 그 대표 사례로 경주 감산사 미륵보살상과 아미타불상을 소개하고자 한다.

감산사의 두 불상은 신라 6두품 출신 김지성이 69세로 세상을 뜨기 한 해 전인 719년에 발원한 것이다. 불상에 새겨진 명문에는 김지성이 돌아가신 부모를 위해 감산장전(甘山莊田)을 희사하여 감산사를 세우고 불상을 조성했으며, 그 공덕이 성덕왕, 개원(愷元·태종무열왕의 아들로 상대등을 지냄), 부인과 형제·누이에게 미치기를 바라는 내용이 적혀 있다. 명문 중에는 최고행정기구인 집사부 차관에 해당하는 시랑을 역임했다는 기록이 보이며, 다른 문헌을 참고하면 성덕왕 4년(705) 당나라에 사신으로 간 것을 알 수 있다. 이렇듯 공적인 삶에 충실했던 김지성은 한편으로는 속세를 떠난 삶을 동경했다. 노자·장자의 글을 가까이하고 무착의 ‘유가사지론’을 읽고 연구했다.

감산사 아미타불상, 높이 271.5cm, 국보. 국립중앙박물관 불교조각실에 전시되어 있다. /e뮤지엄

감산사 아미타불상, 높이 271.5cm, 국보. 국립중앙박물관 불교조각실에 전시되어 있다. /e뮤지엄


다양한 인생 역정을 거쳐 60세 후반이 된 김지성이 사찰을 조성하면서 어떤 불상을 만들기를 원했을까? 감산사 불상에서는 신라의 이전 불상과 비교할 때 새로운 요소가 완성도 있게 구현되어 있다. 우선 단단한 화강암으로 인도와 서역풍이 짙게 느껴지는 부드러운 형체를 실감 나게 표현한 솜씨가 놀랍다. 두 상 모두 몸에 밀착된 얇은 옷자락과 그 아래로 드러나는 신체 굴곡이 섬세하게 묘사되어 있다. 아미타불의 단조로운 옷에는 촘촘하면서 변화 있는 옷 주름이 생기를 더한다. 미륵보살의 어깨 위로 보이는 커다란 매듭과 양쪽 팔 바깥을 따라 늘어진 장식은 이전 불상에서 볼 수 없었던 요소다.

미륵보살과 아미타불의 조합도 특이하다. ‘삼국유사’에 미륵을 ‘금당주(金堂主)’라고 칭하고 있어, 미륵을 금당에, 아미타불을 강당에 안치했다고 보는 견해가 있다. 그런데 두 상은 비슷한 크기로, 몸 전체를 감싸는 광배를 배경으로 연화대좌 위에 서 있는 구성이 같아 하나의 세트로 보이는 측면이 있다. 미륵보살이 쓴 관에는 작은 불상이 표현되어 있는데, 이는 관음보살상에서 더 빈번히 볼 수 있는 것이다.

사실 우리는 김지성이 불상을 만들 때 정확히 어떤 역할을 했는지 알 수 없다. 그러나 김지성의 공적 이력과 불교에 대한 남다른 이해가 감산사 불상에 담긴 새로운 시도, 성취와 무관하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김혜원 국립중앙박물관 미술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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