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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시각] 여유 없는 美, 한국은 준비됐나

조선일보 박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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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 국제정치에 대해 얘기하다 보면 “미국이 예전 같지 않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새해 벽두부터 베네수엘라 현직 지도자가 미군 작전에 의해 체포됐고, 미국은 동맹국 덴마크의 자치령인 그린란드 확보 의지를 공개적으로 드러냈다.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한 가지 의문이 남는다. 과연 미국이 변한 것일까, 아니면 변할 수밖에 없었던 것일까.

중국의 ‘대국굴기’와 ‘전랑 외교’가 현실화하면서, 본질적으로 세계를 바라보는 미국의 태도에도 ‘여유’가 증발했다고 생각한다. 중국은 이제 우리가 알던 ‘짝퉁의 나라’가 아니다. 극도의 효율성을 앞세워 인공지능(AI), 드론, 전기차, 배터리, 로봇 등 미래 군사·산업 분야에서 이미 세계 최상위권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아니었어도 미국이 세계를 대하는 방식은 필연적으로 변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미국은 미·중 양극 체제의 도래를 머리로는 인정하면서도, 가슴으로는 유일한 패권국의 지위를 사수하고 싶어한다. 백악관이 내세운 ‘FAFO(까불면 죽는다)’라는 거친 표현이 단적으로 증명한다. 이 선언에는 미국이 더 이상 ‘자애로운 패권국’이 아니며, “세상은 힘의 논리로 굴러간다”는 공격적 현실주의 인식이 담겨 있다.

강대국의 본능은 명확하다. 국제질서에서 유일한 패권국으로 군림하는 것. 미국은 소련 붕괴 후 30여 년간 이 목표에서 물러선 적이 없다. 다만 과거에는 ‘자유민주주의 수호·확산’ 같은 세련된 포장지가 있었는데, 최근에는 이를 찾지 않는다. 세계를 친미(親美)와 반미(反美) 구도로 갈라쳐, ‘보상과 응징’이라는 단순하지만 강력한 도구를 쓴다.

미국의 실험 최전선에는 ‘뒷마당’ 중남미가 있다. ‘남미의 트럼프’를 자처한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작년 의회 선거를 앞두고 통화 스와프 등 전폭적 지원을 받았다. 반미 노선을 고수하던 베네수엘라는 정권 축출이라는 극단적 결말을 맞았다. 국제법이 아무리 구속력이 없다지만, “이래도 되나” 싶다. 사람도 형편이 넉넉할 때나 이런저런 관계를 주도하며 좋은 게 좋다고 할 수 있다. 처지가 애매해지면 확실한 ‘내 편’을 찾고 관계를 정리하며 실익을 취하려 한다. 최근 66개 국제기구 탈퇴 방침을 밝히고, 세계적 ‘관세 전쟁’을 촉발한 미국이 지금 정확히 그런 상황이다.

여유 없는 미국의 시대가 왔다. 미국이 거대한 고래, 중국이 사나운 상어라면 한국은 빠른 돌고래쯤 될까. ‘용미(用美)’와 ‘실용주의’를 앞세워 둘 사이를 영리하게 오가려 해도, 언젠가는 선택을 요구받을 것이다. “누구 덕에 돌고래가 됐는데…”라며 고래가 던지는 질문은 점점 직설적이고 날카로워질 것이다. 지금 한국에 필요한 것은 미루는 기술이 아니라, 현실을 직시하고 감당할 수 있는 선택지를 설계하는 전략이다.

[박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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