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 상병 순직 및 수사 외압·은폐 의혹의 핵심 피의자인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이 지난해 10월2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이 순직한 채아무개 상병 등 해병대 장병들에게 안전조처를 하지 않은 채 호우 실종자 수중수색을 지시했다는 핵심 증거인 기사 사진에 대해 ‘내가 보지 않은 것으로 하자’고 부하와 말을 맞추려 했던 정황이 법정에서 드러났다.
2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재판장 조형우) 심리로 진행된 임 전 사단장 등의 업무상과실치사 등 혐의 공판에는 사건 당시 해병대 1사단 공보업무를 했던 이아무개 중령이 증인으로 나왔다. 이 중령은 채 상병이 수중수색 중 실종됐던 2023년 7월19일 아침에 임 전 사단장에게 카카오톡으로 ‘해병대의 경북 예천군 일대 호우 실종자 수색 작전 모습이 보도된 언론 기사’를 보고한 경위를 이날 법정에서 설명했다.
채아무개 상병이 실종자 수색을 하다 숨진 2023년 7월19일 아침에 이아무개 중령이 임성근 전 해병대1사단장에게 보고한 기사 사진. 국민일보 기사 갈무리 |
이 중령은 당일 새벽 6시께 임 전 사단장에게 해병대 대원들이 무릎 깊이의 하천에 들어가 수색 작업을 하는 사진이 실린 기사를 카카오톡으로 다수 보냈다. 이를 본 임 전 사단장은 “훌륭하게 공보 활동이 이뤄졌구나”라고 답했다. 박정훈 당시 해병대 수사단장은 이런 대화 등을 근거로 임 전 사단장이 해병대의 수중수색 사실을 알고도 묵인한 채 안전 조처를 할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보고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해 경북경찰청에 사건을 넘겼다. 그러나 임 전 사단장 쪽은 당시 기사 사진을 제대로 보지 않았기 때문에 수중수색 사실을 몰랐다는 입장이다. 사진을 보낸 이 중령도 그동안 경찰과 검찰 조사에서 ‘임 전 사단장은 평소 기사 관련 보고 내용을 제대로 읽지 않는다’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날 법정에서 한 진술은 달랐다. 이 중령은 “(임 전 사단장이) 해병대 관련 사항은 매우 엄중하게 관찰하고 살펴보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중령은 또한 임 전 사단장으로부터 ‘네가 보낸 스크랩 링크 사진을 내가 못 본 것으로 뒷받침할 논리를 만들라’는 지시를 받았느냐는 이명현 특별검사팀의 질문에 “네”라고도 했다. 임 전 사단장은 또한 이 중령에게 ‘내가 사진을 클릭해서 봤거나 링크를 타고 들어갔을 때 그 기록이 카카오톡에 남느냐’고 물어보기도 했다고 한다.
이날 특검 쪽도, 임 전 사단장 변호인 쪽도, 재판부도 이 중령의 진술이 갑자기 바뀐 이유를 추궁했다. 이에 이 중령은 채 상병 사건 수사 당시 임 전 사단장이 자신의 수사기관 진술에 대해 다 파악하고 있다는 듯이 말을 걸어왔고, ‘그 사진이 나의 절대 걸림돌이다. 너 때문에 내가 이렇게 됐다’고 말하는 등 각종 압박을 했다고 털어놨다. 심지어 임 전 사단장은 이 중령이 해당 수중수색 사진을 언론에 제공한 것을 문제 삼을 수도 있다는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이 중령은 경찰과 대구지검에서 한 말들은 “양심적이지 못했다”고 했다.
이 중령은 신문에서 “제가 줄곧 사단장에게 당부했던 건 ‘심판을 받자’, ‘부하에게 책임을 돌리지 말자’, ‘언론을 상대로 대응하지 말자’ 이 세 가지였다. 그 기조를 유지해주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제 인간의 도리를 해왔다”, “(임 전 사단장이) 제 충언을 듣지 않고, 오히려 저에게 허위로 진술할 것을 요구하기까지 하는 걸 보면서 저도 입장을 달리해야 한다고 심경의 변화가 있었다”고 말했다.
또한 이 중령은 신문을 마치며 “2023년 7월19일 이후로 채 상병과 부모님께 죄인 된 심정으로 지금까지 살고 있다. 줄곧 제가 사단장님께 말씀드린 게 법의 심판을 받고, 진실이 가려질 때까지 저들에게 탓하지 말자(는 것이었다)”며 “그 법의 심판이 오래 걸린 것 같다. 지금이나마 진실이 잘 밝혀지길 간절히 소망한다”고 말했다.
오연서 기자 lovelett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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