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회복위원회의 채무 조정 제도는 대출금이나 신용카드 대금이 연체된 이들을 대상으로 채무 감면과 이자율 조정, 분할상환 등을 제공한다. 당장은 빚을 갚을 수 없지만 적극적인 상환 의지를 갖고 있는 사람들에게 경제적 재기의 기회를 주는 것이다. 지금까지 군 장병의 채무 조정은 입대 전 채무가 발생했지만 소득 감소로 변제가 불가능해 도움을 주는 사례가 많았다.
하지만 최근 통계를 보면 군 장병의 채무 조정 성격이 달라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23일 신복위에 따르면 현역 장병 가운데 채무 조정을 확정받은 인원은 2021년 297명에서 2023년 443명으로 2년 새 1.5배가량 늘었고 지난해에도 432명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채무 조정 확정자들이 보유한 평균 채무액 역시 2021년 1900만 원에서 지난해 2400만 원으로 증가했다.
주목할 만한 점은 이 같은 급증세가 군 장병들의 월급이 대폭 인상되기 시작한 2023년 본격화됐다는 것이다. 2021년 60만 8500원이었던 군 장병(병장 기준) 월급은 2023년 100만 원으로 뛰었고 지난해부터 150만 원이 유지되고 있다. 공교롭게도 병사들의 가처분소득이 늘어난 시점에 빚에 허덕이는 젊은 층이 증가한 것이다.
이를 두고 비교적 안정적인 월급이 생겼지만 자금 관리에 실패하는 사례가 적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내무반에서 휴대폰 사용이 가능해지면서 주식·코인 투자뿐 아니라 도박성 게임머니 등에도 손을 대는 경우가 크게 늘었다. 국방부에 따르면 2020~2024년 군에서 발생한 휴대폰 사용 위반 징계 4만 7357건 중 사이버 도박으로 인한 징계가 1612건(3.4%)에 달했다.
문제는 최근 자산 시장이 요동치면서 병사들 역시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통상 휴대폰 사용 시간과 국내 증시 정규 거래시간이 겹치지 않지만 증권사 애플리케이션의 예약 주문 기능을 활용하면 매매가 가능하다. 국방부의 한 관계자는 “내무반에서 주식·코인 투자를 하는 장병들은 정말 많다. 일과 전 매매 예약을 미리 걸고 휴대폰을 제출하거나 밤 시간대에 해외 주식을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며 “사이버 도박을 하다가 징계받는 사례가 나오면서 관리를 요청하는 공문도 내려온 적이 있다”고 말했다.
비교적 넉넉해진 소득을 기반으로 대출에 손을 대는 경우 또한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시중은행과 저축은행에는 300만~500만 원 수준의 비상금 대출 상품이 다수 존재한다. 군 장병 월급은 연말정산 대상이 아니라 정식 소득으로 인정되지 않지만 비상금 대출은 소득 요건을 보지 않아 비교적 쉽게 접근할 수 있다. 일부 대부 업체들은 ‘충성론’ ‘병장론’ 등 군 장병을 겨냥한 상품 판매도 이어가고 있다. 신복위의 한 관계자는 “군대에서 채무가 새롭게 발생한 경우보다는 입대 전 채무가 발생한 사례가 여전히 많다”면서도 “군 복무 중에는 채무 상환을 유예받는 방식으로 채무 조정 제도의 도움을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국방부는 군 장병들이 금융 지식 부족으로 신용불량자가 될 우려가 높다는 지적을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정부는 우선 경제·금융 교육을 확대할 방침이다. 각 군에서 개별적으로 해오던 경제·금융 교육을 통합 실시하는 한편 최근 장병 급여가 인상되면서 금융 이해력 증진과 피해 예방을 위해 관련 교육을 확대하고 있다. 금융감독원과 손잡고 매년 반기별로 육해공군과 해병대 등 국방 재정 담당자의 금융 연수도 확대한다. 김은경 신복위원장은 “장병들이 군에서 축적한 자금을 사회에서 유용하게 활용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는 금융 교육을 강화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국방부는 스마트폰 사용 확대 및 봉급 인상에 따라 증가하는 장병의 불법 도박 사고와 이에 대한 예방 교육 역시 지속적으로 강화할 방침이다. 지난해에는 처음으로 전군에 대한 ‘불법 도박 실태 조사’도 벌였다. 이와 관련해 ‘부대 관리 훈령’ 일부를 개정했다. 개정안에는 병영 내 불법 도박 문제를 예방 및 치유할 수 있는 조항이 담겼다. 국방부 관계자는 “경제·금융 교육 강화는 물론 군 내 불법 도박 예방 정책 수립 등 관련 제도 및 방지 대책을 촘촘하게 마련해 대처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승배 기자 bae@sedaily.com이현호 기자 hhl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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