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서울 시내의 한 쿠팡 물류센터. 연합뉴스 |
쿠팡의 미국 투자사들이 한국 정부에 낸 국제투자분쟁(ISDS) 중재의향서에서 이재명 대통령을 ‘논쟁적 인물’로 표현하며 “한국을 미국에서 멀어지게 하고 중국 쪽으로 기울게 할 우려가 있다”며 “대선 때부터 미국과 쿠팡에 적대적 발언을 여러 차례 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파악됐다. 정부는 향후 부처간 논의 등을 통해 대응 방안을 논의할 방침이다.
23일 한겨레가 입수한 중재의향서를 보면, 미국 쿠팡사의 주주인 미국 국적의 그린옥스(Greenoaks)와 알티미터(Altimeter) 등은 “2024년과 2025년 쿠팡과 계열사들은 정부 기관들로부터 수백 차례에 걸친 세무조사, 현장점검, 압수수색을 당했다”며 “같은 기간 쿠팡의 주요 한국·중국 경쟁업체들은 비슷한 사업 관행을 유지했음에도 불구하고 극히 제한적인 감독이나 제재만 받았다”고 주장했다. 앞서 이들 기업은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고 이후 한국 정부와 국회의 진상조사 등 전방위 압박으로 “쿠팡 투자금 수십억 달러가 증발했다”며 한국 정부에 국제투자분쟁(ISDS) 중재의향서를 제출했다.
이들 기업은 중재의향서에서 이재명 대통령을 가리켜 “논쟁적인 인물(polarizing figure)로, 한국을 미국으로부터 멀어지게 하고 중국 쪽으로 기울게 할 우려가 있다”고 했다. 이들은 “대선 출마 당시부터 이 대통령은 미국 전반과 쿠팡에 대해 비판적이고 적대적인 발언을 여러 차례 해왔다”며 “예를 들어 주한미군을 ‘점령군(occupying force)’라고 부르고, ‘미국이 일본의 한반도 식민지배를 유지하도록 한 책임이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이런 발언들은 점점 더 반미적이고 친중적인 성향을 갖는 더불어민주당 노선과 일치한다”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이 한성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하정우 대통령실 AI미래기획수석 등 네이버 출신 인사들을 고위직에 대거 임명한 부분도 지적하며 “개인적 이해관계가 얽힌 상황에서 이 대통령은 쿠팡을 공격할 구실을 찾고 있었고, 그 기회가 지난해 말 쿠팡이 전직 중국인 직원의 해킹으로 인해 제한적 데이터 유출 피해를 입었을 때 찾아왔다”고도 주장했다.
또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 규모에 대해서도 한국 정부가 과도하게 대응했다며 “3300만개의 쿠팡 계정에 (해커가) 접근했지만, 실제로 유출된 데이터는 약 3000개의 계정에 불과했다”는 주장을 일관되게 유지하기도 했다.
국제투자분쟁 중재의향서란 청구인이 중재를 제기하겠다는 의사를 밝혀 상대 국가에 보내는 서면으로, 그 자체로 정식 중재 제기는 아니다. 다만 중재의향서 제출 90일 이후 정식으로 중재를 제기할 수 있다. 90일의 기간에 양쪽은 협의를 시도할 수 있다. 만일 협의가 최종적으로 결렬되면 본격적인 법적 공방으로 들어가게 된다.
법무부는 관계 부처 협의와 외부 로펌 자문 등을 통해 향후 대응 방안을 모색할 방침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상대방 쪽의 투자자 대리인 등과의 논의를 거치고 정부가 할 수 있는 역할에 대해서도 검토하는 등의 절차를 거쳐 대응 방안을 결정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김지은 기자 quicksilver@hani.co.kr
[한겨레 후원하기] 시민과 함께 민주주의를
겨울밤 밝히는 민주주의 불빛 ▶스토리 보기
▶▶한겨레 뉴스레터 모아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