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의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 현대차 제공 |
인간형(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를 생산 현장에 투입하겠다는 현대차그룹의 발표를 두고 파열음이 터져 나오고 있다. 현대차 노조가 “합의 없이는 단 한 대의 로봇도 (생산) 현장에 들어 올 수 없다”고 반발하면서, 노사 갈등으로까지 번질 기세다. 비용 절감과 생산 효율을 높이려는 회사쪽과 고용 안정을 요구하는 노조쪽 입장이 맞서면서, 기술 혁신 과도기마다 비슷한 논쟁이 되풀이되는 모습이다.
전국금속노조 현대차지부는 지난 22일 소식지를 내어 “신기술 도입(로봇 자동화)은 노사 합의 없는 일방통행”이라며 “절대 용납할 수 없고 (로봇을) 대량 양산해 생산 현장에 투입할 시 고용충격이 예상된다”고 했다. 이어 “로봇은 초기 구입비 이후 유지비만 발생하므로 장기적으로 이익 극대화를 노리는 자본가에 좋은 명분이 된다”며 “노동자 입장에선 반갑지 않은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노조 쪽이 문제 삼은 로봇은 아틀라스다. 현대차그룹이 인수한 로보틱스 기업 보스턴다이나믹스가 개발한 휴머노이드 로봇으로 이달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정보통신(IT) 전시회 ‘시이에스(CES) 2026’에서 처음 공개됐다. 현대차그룹은 아틀라스를 2028년부터 미국 조지아주에 있는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에 투입하고, 제조 현장에 단계적으로 적용하겠다고 시이에스에서 밝혔다.
구체적으로 2030년까지 각종 부품 조립 공정에 배치하고 이후 반복 작업, 중량물 취급 등 더욱 복잡한 공정으로 적용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다. 회사는 아틀라스가 대부분의 작업을 하루 안에 학습할 수 있고 섬세한 작업부터 최대 50킬로그램(kg)의 물건을 2미터(m)가 넘게 들어올려야 하는 작업까지 다양한 고강도 노동을 자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차그룹은 2028년까지 연간 3만대의 로봇을 양산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아틀라스를 대량 생산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회사 쪽은 이를 두고 “근로자의 작업환경을 더욱 안전하게 하고 스마트 팩토리 혁신을 가속화할 것”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실제 제조 현장 적용을 목표로 개발된 범용 로봇인 만큼 그룹 글로벌 생산거점 전반으로 확대 적용될 경우 일부 공정에서 사람이 로봇으로 대체될 가능성이 크다. 노조 쪽에서 “노사 합의 없이는 단 한 대도 받아들일 수 없다”며 강경한 반대 입장을 내놓은 이유다.
신기술을 둘러싼 기업-노조 간 갈등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990년대 초 한국 산업 현장에서 공장 자동화가 본격화할 때에도 비슷한 갈등 국면이 빚어졌다. 1991년 1월15일치 한겨레 보도는 공장 자동화에 따른 ‘빛’과 ‘그늘’을 짚었다. 한겨레는 “생산성 증대 ‘빛’에 가린 노동자 소외-본격화되는 공장자동화”란 제목의 기사에서 정보화·컴퓨터 기술 도입이 빠르게 진행되면서 공장의 생산라인 개편이 가속화했고 이에 따라 ‘힘들고 지루하고 더러운 작업’을 기계가 대신해주는 ‘빛’이 생겼지만, 동시에 노동자 소외라는 ‘그림자’를 드리운다고 썼다.
기술혁신에 따라 반복되는 노사 갈등과 관련해, 전문가들은 노사정 협의의 중요성을 여러 차례 강조해왔다. 한국노동연구원은 2017년 발표한 ‘4차 산업혁명의 노사관계 차원 과제와 대응전략’에서 “자동차 산업 등에서 관찰되는 일자리 우려와 공포는 관망이 아니라 정책적으로 관여해야 할 이슈”라며 “정부나 사회적 기구, 조직에 주요 산업의 노사가 직접 참여해서 협력하고 타협, 논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서술했다.
앞서 이병훈 중앙대 교수(사회학과)는 2018년 발간한 ‘4차 산업혁명과 노사관계 : 노사갈등 이슈와 서구 노조들의 대응전략을 중심으로’ 논문에서 “4차 산업혁명으로 일컬어지는 디지털 기술혁신을 통해 인공지능과 로봇 등에 의한 인력 대체가 광범위하게 전개되면서 노동의 미래는 매우 불행한 ‘디스토피아’로 귀결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면서도 “노사의 전략적 선택과 상호 간의 대응과정을 통해 디지털 기술의 파급효과는 상당히 달라질 수 있다”고 썼다. 그러면서 “독일 노조들의 사례가 보여주듯 노조의 정책 형성 전략을 강구, 노사정 간의 사회적 대화를 통해 디지털 기술혁신으로 인한 파괴적 피해를 선제적으로 대비하고 노사갈등을 최소화하려는 접근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해당 연구에 따르면 폭스바겐이 2016년 생산공정 디지털화 등을 핵심 내용으로 한 ‘전략 2025’를 발표했을 때, 노사는 ‘미래 협약’을 맺고 일자리 감소에 대응하는 노사합의를 이뤄냈다. 경영상 해고 금지와 고령자 파트타임 제도 활용, 재교육·전환 배치 등이 대표적인 노사합의 내용이었다.
독일 금속산별노조와 항공기 제조사인 에어버스의 노사 합의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앞서 독일 금속산별노조는 2017년 에어버스와 함부르크 사업장에서 코봇(cobot·협동로봇) 방식으로 생산작업을 수행하는 것에 합의했다. 로봇이 작업자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착용할 수 있는 로봇을 도입해 노동자와 로봇이 ‘짝’이 되어 상호 연계해 협동하는 방식이다. 또한 이에 따른 잉여 인력의 고용 유지를 위해 근로 시간 단축과 자연퇴직 및 직무 재훈련에 대한 노사 합의도 이뤄냈다.
유하영 기자 yh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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