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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리스크에 둔감해진 시장… 견제 기능 흔들리는 월가

조선비즈 백윤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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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금융시장이 더 이상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정책 행보를 제어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관세 위협과 지정학적 긴장이 반복되는 상황에서도 시장은 이를 구조적 위험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대신 날마다 계속되는 트럼프 대통령의 폭탄 발언에도 그가 언제든 발언을 철회할 것이라는 기대가 먼저 가격에 반영되면서 대통령을 압박하던 월가의 견제 기능이 약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21일(현지 시각)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 연설을 하는 가운데 뉴욕증권거래소(NYSE) 트레이더가 거래를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21일(현지 시각)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 연설을 하는 가운데 뉴욕증권거래소(NYSE) 트레이더가 거래를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22일(현지 시각) 악시오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이후 관세 인상과 동맹국 압박, 군사·외교적 긴장 고조를 주요 협상 수단으로 활용해왔다. 이 과정에서 금융시장은 급락과 변동성 확대를 통해 정책 리스크를 경고하는 역할을 해왔고, 실제로 일부 강경 조치는 시장 충격 이후 철회되거나 완화됐다. 이러한 패턴이 반복되면서 시장에서는 이른바 ‘타코 거래(TACO trade)’라는 용어까지 등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강경 발언이나 관세 위협을 내놓더라도 결국 시장 충격을 의식해 정책을 철회할 것이라는 기대에 기반한 투자 전략을 뜻한다.

그러나 최근 시장의 반응은 과거와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 문제를 둘러싸고 유럽 국가들에 대한 관세 부과 가능성을 시사했다가 이를 철회하자 주식시장은 즉각 반등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하루 만에 1% 넘게 상승하며 지난해 11월 이후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정책 리스크가 완화됐다는 안도감이 반영됐지만, 동시에 시장이 위협 자체보다 철회 가능성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음을 보여준 장면이었다.

전문가들은 투자자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 발언 상당 부분을 실제 정책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낮은 위협으로 간주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자산운용사 베어링스의 글로벌 자산 배분 책임자인 트레버 슬레이븐은 “투자자들이 트럼프 정책의 약 70%를 허풍이나 협상 전술로 받아들이는 것 같다”면서 ”나머지 정책 역시 시장 반응이나 참모진의 조언에 따라 철회될 가능성이 높다는 인식이 확산돼 있다”고 했다.

문제는 이러한 인식이 시장 스스로의 견제 기능을 약화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정책 위협이 현실화되며 주가가 급락하고, 그 충격이 백악관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이제는 정책이 시행되기 전부터 완화 기대가 선반영되면서 시장 충격 자체가 제한되고 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실제로 물러서야 할 압박을 줄이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더 우려되는 대목은 지정학적 리스크에 대한 시장의 반응이 점점 둔감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전 세계적으로 국채 금리가 상승하고 채권 매도세가 이어지며 증시에 부담을 주고 있음에도 전쟁 가능성이나 군사적 긴장 고조가 위험 자산 매도를 촉발할 만큼의 요인으로 작용하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는 위험이 사라졌기 때문이 아니라 위험이 충분히 가격에 반영되지 않고 있기 때문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시장 침체가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을 되돌릴 것이라는 기대는 점차 약해지고 있다. 과거처럼 주가 급락이 즉각적인 정치적 압박으로 작용하지 않을 경우, 정책 조정은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금융시장의 변동성은 투자자들이 예상하는 수준을 넘어 확대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백윤미 기자(yum@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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