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준 전 경호처장(왼쪽)과 김성훈 전 경호처 차장 |
(서울=연합뉴스) 김빛나 기자 = 지난해 1월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체포영장 집행을 방해한 혐의로 기소된 경호처 간부들의 첫 재판에서 박종준 전 경호처장 측이 "대통령경호법에 따른 정당행위"라며 혐의를 부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6부(이현경 부장판사)는 23일 박종준 전 대통령 경호처장, 김성훈 전 경호처 차장, 이광우 전 경호본부장, 김신 전 가족경호부장 사건의 첫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다.
이들은 모두 특수공무집행 방해, 직권남용 등 혐의로 지난해 12월 기소됐다.
김 전 차장은 윤 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수사 대상이 된 군 사령관 3명의 비화폰 정보를 삭제하도록 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대통령경호법 위반 혐의도 있다.
공판준비기일은 정식 재판에 앞서 검찰과 피고인 측 의견을 듣고 입증 계획 등을 세우는 절차다. 피고인 출석 의무가 없지만 이날 박 전 처장, 이 전 본부장은 재판에 출석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은 크게 3가지로 나눠서 기소됐다"며 각 사안에 대한 피고인들의 입장을 들었다.
재판부는 "첫번째는 김성훈 전 차장의 대통령경호법 위반, 비화폰 정보를 수사기관이 못 보도록 조치한 직권남용 혐의가 있다. 두번째는 피고인 모두에게 적용된 공수처 체포영장을 방해한 혐의(특수공무집행방해, 직권남용, 범인도피)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 "세번째는 체포영장 집행 전 김 전 차장과 이 전 본부장이 차벽과 철조망 등을 설치하는 등 직권남용 혐의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광우 대통령경호처 경호본부장 영장심사 |
박 전 처장 측은 체포영장 집행방해 관련 혐의를 부인했다.
박 전 처장 측은 "객관적인 사실관계는 인정하지만, 고의는 없었다"며 "형사소송법 110조에 따라 영장집행 공무원이 출입하려면 박 전 처장의 승낙이 필요하므로 (영장 집행이) 위법하다고 판단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설령 영장 집행이 적법하더라도 이는 법률적 판단 착오에 따른 것으로, 공무집행방해의 고의가 없거나 정당한 이유가 있다"며 "(박 전 처장의 행위는) 대통령경호법에 따른 정당행위"라고 말했다.
형사소송법 110조는 군사상·직무상 비밀을 요구하는 장소·물건은 책임자나 공무소의 승낙 없이 압수·수색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전 본부장과 김신 전 부장도 같은 취지의 주장을 펼쳤다.
이 전 본부장 측은 "공소사실에 기재된 사실관계에 대해 크게 다투지 않는다"며 "박 전 처장 측이 말한 것처럼 이 전 본부장은 자신의 소임을 다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나머지 혐의에 대해서도 박 전 처장과 김 전 차장의 지시를 들었을 뿐, 죄가 된다는 인식이 없었다고 강조했다.
반면 김성훈 전 차장은 2024년 12월 30일 체포방해 관련 혐의와 차벽과 철조망을 설치한 직권남용 혐의를 인정하면서도, 비화폰 삭제와 관련한 대통령경호법 위반 등 나머지 혐의에 대해서는 부인했다.
또 김 전 차장 측은 대통령경호법 관련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위헌법률심판 제청이란 법률의 위헌 여부가 재판의 전제가 되는 경우 법원이 직권 또는 당사자의 신청에 따라 헌재에 위헌 심판을 제청하는 제도다.
윤석열 '체포 방해' 등 1심 징역 5년 |
이날 특검은 지난 16일 공수처 체포방해 등 혐의로 징역 5년을 선고받은 윤 전 대통령 사건의 1심 판결문을 추가 증거로 신청했다.
당시 재판부는 공수처의 체포 시도를 저지하려 한 행위는 수사기관의 정당한 영장 집행을 막은 위법이라며 윤 전 대통령의 혐의 대부분을 유죄로 인정했다.
김 전 차장에게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 등의 비화폰 통신 기록 삭제를 지시한 혐의(대통령경호법 위반 교사)도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내달 13일 준비기일을 한 번 더 가지고 증거조사 등을 논의하기로 했다.
nan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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