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운데)가 23일 도쿄 중의원에서 열린 정기국회 시작에 앞서 중의원 의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AP연합뉴스 |
일본 중의원(하원)이 23일 해산돼 다음달 8일 조기 총선이 실시된다고 교도통신, NHK 등이 이날 보도했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는 이날 오전 각의(국무회의)를 열고 중의원 해산을 결정했다. 이어 누카가 후쿠시로 중의원 의장이 오후 정기국회 본회의에서 해산 조서를 읽는 것으로 해산이 선포됐다. 중의원 해산에 따라 오는 27일 선거 시작을 알리는 공시를 거쳐 내달 8일 조기 총선 투개표가 실시된다.
다카이치 총리의 이번 중의원 해산은 해산 시기와 남은 중의원 임기 등을 감안했을 때 매우 이례적인 것으로 평가된다. 일본에서 정기국회 첫날 중의원이 해산된 것은 1966년 이후 60년 만의 일이다. 2월에 총선을 실시하는 것은 1990년 이후 36년 만이다.
해산부터 총선까지 기간은 16일로, 제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 가장 짧다. 일본 언론들은 이로 인해 이번 총선을 ‘초단기 결전’이라 부르고 있다. 일본 중의원 해산은 전임 이시바 시게루 내각 시절이던 2024년 10월 9일 이후 약 1년 3개월 만이다.
중의원 재임 일수는 454일로 전후 세번째로 짧다. 재임 일수가 이보다 짧았던 1953년과 1980년에는 모두 내각 불신임안이 통과돼 해산이 불가피했다. 중의원 의원 임기는 본래 4년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불신임안이 가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권력 기반을 공고히 하려는 목적으로 중의원을 해산했다. 지난해 10월 취임한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직후부터 줄곧 60∼70%대에 달하는 높은 내각 지지율을 고려해, 중의원 의석 수를 늘리려는 목적으로 승부수를 던졌다.
1월 국회에서 중의원이 해산되면서 2026회계연도(2026년 4월~2027년 3월) 예산안 통과가 지연되는 것으로 인해, 야당을 중심으로는 다카이치 총리가 정책과 민생이 아닌 의석 수만 노린 정치를 하고 있다는 성토가 나오고 있다. 올해 예산안이 3월 내 통과되지 않으면서 서민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것에 대한 비판뿐 아니라 600억엔에 달하는 선거비용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다카이치 총리의 의도대로 총선에서 여당이 의석 수를 늘리고, 특히 자민당 단독으로 과반을 차지하면 다카이치 총리는 국정 주도권을 더 강하게 쥘 수 있다. 하지만 제1야당 입헌민주당과 제3야당 공명당이 만든 신당 ‘중도개혁연합’이 의석 수를 늘리고 집권 자민당과 일본유신회가 과반 획득에 실패할 경우 취임 4개월 만에 정치적 위기에 봉착할 가능성도 있다.
일본 중의원 의석수는 지역구 289석과 비례대표 176석을 합쳐 465석인데, 자민·유신회 연정은 반수를 겨우 넘긴 233석을 차지하고 있다. 산케이신문은 한 선거분석가를 인용해 이번 총선에서 자민당 의석 수는 195~235석, 일본유신회와 합하면 229~275석 범위일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자민·유신회의 의석이 229석이면 과반 미만이 된다. 반면 261석 이상이 되면 17개 상임위 모두에서 과반을 확보할 수 있다. 이 분석가는 중도개혁연합이 얻을 의석 수는 135~170석 범위로 예상했다. 중도개혁연합 입장에서 가장 좋은 결과를 얻을 경우 과반을 깨뜨리는 것이 가능한 셈이다.
교도통신은 다카이치 총리의 해산 명분, 식품 소비세 감세, 자민당 ‘비자금 스캔들’과 정치자금 문제, 외국인 정책, 부부가 다른 성(姓)을 쓰는 것을 허용하는 선택적 부부별성 제도 등이 총선의 주요 쟁점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NHK는 다카이치 내각의 주요 정책과 고물가 대응, 외교안보 정책 등이 쟁점이 될 전망이며, 여야 각 당은 사실상 선거전에 들어갔다고 전했다.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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