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사 진진 |
세 살 이전의 기억이란 가능할까. 어디에서 왔는지, 누구를 만났는지, 무엇을 보았는지, 처음 먹은 초콜릿은 어떤 맛이었는지.
지난해 칸 영화제 초청작 '리틀 아멜리'의 원작이자 아멜리 노통브의 자전적 소설 '이토록 아름다운 세 살'의 주인공 '아멜리'는 이 모든 순간을 기억한다. 아무것도 없었던 태초의 감각부터 호수에서 수영을 배우던 푸르름, 몰래 맛본 자두술, 초콜릿을 처음 맛보고 환호하던 순간까지 또렷하게.
소설은 태어난 이후가 아니라 태어나기 전의 상태에서 출발해 극도로 주관적인 세 살 아이의 시선을 따라간다. 아멜리는 자신을 '튜브'라 부른다. 먹고, 소화하고, 배설하는 통로일 뿐인 존재. 욕망도 감정도 없는 순수 기능의 상태에서 오히려 완전함을 느끼는 아멜리는 자신을 '신'이라고 여긴다.
그렇다면 신이란 무엇일까. 적어도 아멜리라는 신은 전지전능이 아니라 아무것도 느끼지 않아도 되는 존재, 결핍도 쾌락도 필요 없는 상태였다. 초콜릿의 등장 전까지는.
평온을 깨뜨린 것은 할머니가 건넨 벨기에 화이트초콜릿 한 조각이었다. 혀에 닿은 단맛은 생애 최초의 쾌락이자 충격이었고, 이 감각은 곧 '나'라는 자아를 호출한다. 자아가 생기자 세계가 열렸다. 신이었던 존재가 인간이 되는 순간이 세 살 아이의 발걸음처럼 경쾌하게 펼쳐진다. 아멜리의 세계는 급속히 넓어진다. 일본인 유모 니쇼상을 통해 타인과 공감하고, 말을 배우며 세계를 바라본다. 성장의 기쁨과 이해의 기쁨, 그와 함께 찾아온 상처와 웃음, 분노와 불안, 상실이 차례로 밀려온다. 인간이 된다는 것은 그렇게 고통을 감수하는 일이라는 듯이.
작품은 어른의 시선으로 과거를 해석하지도, 육아일기처럼 친절히 설명하지도 않는다. 오직 세 살짜리 아이의 눈높이에서 아이가 이해한 만큼만 드러낸다. 그래서 어딘가 느슨하고, 인과는 종종 느닷없다. 꽃이 피는 이유는 계절이 아니라 '내가 원했기 때문'이고, 사소한 말 한마디가 세상을 뒤흔든다.
노통브 특유의 짧고 빠른 문장은 이야기를 차분하게 밀고 나간다. 신과 삶, 죽음 같은 무거운 주제도 별다른 장식 없이 담담히 던진다. "죽음, 나는 죽음이 뭔지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죽음을 이해하는 것으로 만족할 수는 없었다. 물어보고 싶은 게 수없이 많았다. 문제는, 나한테 공식적으로 여섯 단어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세 살배기 아이의 입에서 나온 '죽음'이라는 독백은 충격적이다. 아이의 언어로 표현된 상실은 더 직설적이고 더 아프다. 벨기에 가족이 일본에서 살아가며 겪는 타자의 문화, 아이가 세계를 감각하는 통로는 아름답지만 낯설고, 친밀하지만 어디선가 불완전하다.모든 것이 처음인 유년의 시간 속에서 세계는 경이로우면서도 두려운 곳이다. 작가는 우리가 결코 되돌아갈 수 없는 그 시기를 복원하기보다 사유하며 가까이 접근하려 한다.
"왜 인간은 인간이 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한 가지 답. 완전했던 신의 상태를 떠나, 불완전하지만 느끼고 욕망하며 살아가기로 선택하는 순간 삶은 비로소 시작된다. 이토록 아름다운 세 살은 그 첫 순간을 섬세하고 날카롭게 파고든다.
이토록 아름다운 세 살 | 아멜리 노통브 지음 | 전미연 옮김 | 문학세계사 | 189쪽 | 1만4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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