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가 되면 대부분의 기업은 한 해의 사업계획을 다시 쓴다. 매출 목표와 투자 계획, 조직 개편과 신사업 구상이 계획표에 빼곡히 담긴다. 그러나 이 계획표를 들여다보면 유독 빠져 있는 항목이 있다. 바로 ‘인수·합병(M&A) 준비’다.
흥미로운 점은 많은 오너가 이미 마음속으로는 M&A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사실이다. “올해는 상황을 보면서 매각도 검토해볼 생각이다”라는 말은 실무 현장에서 낯설지 않다. 문제는 이 문장이 실제로는 아무런 준비도 의미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매각 의사와 매각 가능성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실무에서 만나는 다수의 중소·중견기업은 재무 성과만 놓고 보면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 매출과 이익이 안정적이고, 사업의 지속성도 확보돼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막상 인수자와의 논의가 시작되면 거래는 쉽게 진도를 나가지 못한다. 이유는 단순하다. 회사가 ‘팔 수 있는 구조’로 정리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신년 계획표에 반드시 포함돼야 할 한 가지는 바로 이 질문이다. “우리 회사는 지금 매각 가능한 상태인가.” 이 질문은 숫자를 묻는 것이 아니다. 구조를 묻는 질문이다. 이를 점검하기 위해 최소한 다음 세 가지는 신년 계획표에 명확히 올라가야 한다.
첫째, 계약 구조는 회사 기준으로 정리돼 있는가. 주요 거래 계약이 여전히 오너 개인 명의로 체결돼 있거나, 핵심 거래처와의 관계가 구두 합의에 의존하고 있지는 않은지 점검해야 한다. 평상시에는 문제가 없더라도, M&A 국면에서는 이는 곧바로 ‘승계 불가능한 리스크’로 평가된다. 계약의 주체가 회사인지, 관계가 문서로 관리되고 있는지는 매각 가능성을 가르는 기본 조건이다.
둘째, 오너가 빠져도 회사는 작동하는가. 중소기업 M&A에서 인수자가 가장 민감하게 보는 요소 중 하나는 오너 의존도다. 주요 의사결정, 영업, 대외 관계가 특정 개인에게 과도하게 집중돼 있다면, 이는 곧 인수 이후 리스크로 인식된다. 핵심 인력의 역할과 책임, 의사결정 구조가 조직 차원에서 작동하는지 점검이 필요하다.
셋째, 노무·세무 리스크가 ‘관행’으로 남아 있지는 않은가. 미지급 수당, 불명확한 인센티브 기준, 관행적으로 운영돼 온 급여 체계는 실사 과정에서 단번에 쟁점으로 부상한다. 매도자가 ‘업계 관행’을 이유로 설명하더라도, 인수자에게는 미래 비용으로 인식될 뿐이다. 정리되지 않은 관행은 곧 거래 조건을 악화시키는 요인이 된다.
이러한 구조적 공백은 실사 과정에서 처음 드러나는 순간, 단순한 개선 과제가 아니라 ‘거래 불확실성’으로 확대된다. 인수자는 가격 조정이나 조건 변경을 요구하게 되고, 경우에 따라서는 거래 자체를 중단한다. 매도자 입장에서는 갑작스러운 변수처럼 느껴지지만, 실상은 오랜 기간 방치돼 온 준비 부족의 결과다.
중요한 점은 M&A가 특정 시점에 갑자기 결정되는 이벤트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대부분의 성공적인 거래는 이미 몇 년 전부터 준비가 시작된 경우가 많다. 계약 구조를 정리하고, 조직의 독립성을 높이며, 내부 통제를 강화하는 과정이 누적돼 있었던 것이다.
신년은 방향을 다시 설정하기에 가장 적절한 시점이다. 올해 매각을 할지 말지를 고민하기보다, 언제든 매각 논의가 가능하도록 회사를 정리하는 것이 더 현실적인 목표다. 그래야만 시장 상황이 바뀌었을 때 선택권을 가질 수 있다.
M&A를 고려하는 오너라면, 신년 계획표에 반드시 한 줄을 추가해야 한다. ‘매각 가능성 점검’ 이 한 줄이 향후 몇 년간 회사의 선택지를 결정짓게 될 것이다.
김수정 브릿지코드 M&A센터 전략실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