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 총회에서 평화위원회 이니셔티브 서명식을 마친 뒤 헌장을 들고 있다. [AFP]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덴마크 자치령 그린란드에 대한 기존의 ‘매입 구상’에서 한발 물러나, 영구적이고 전면적인 접근권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수정했다. 유럽의 강한 반발로 영토 주권 이전이 사실상 막히자, 군사·안보·우주 방어 체계를 중심으로 실리를 극대화하는 이른바 ‘플랜B’를 가동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을 계기로 폭스비즈니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우리는 그린란드에 대한 전면적 접근권을 협상하고 있다”며 “그것에는 끝이 없고, 시간 제한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그린란드 영토를 실제로 획득하려는 것이냐는 질문에는 “그럴 수도 있다. 무엇이든 가능하다”고 여지를 남기면서도 “우리는 이미 원했던 모든 것을 얻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그린란드 접근권 확보의 대가에 대해 “아무것도 지불할 필요가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주둔 비용 지불 없이 미국은 차세대 미사일 방어체계인 ‘골든돔’을 그린란드에 배치해 완전한 군사적 접근권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을 내비쳤다. 그는 “골든돔은 이스라엘의 아이언돔보다 100배쯤 되는 규모가 될 것”이라며 “전부 미국에서 만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모든 위협은 그린란드를 넘어온다”며 “그린란드에 접근권을 갖게 되면 골든돔은 훨씬 더 넓은 영역을 정확하게 덮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린란드를 북극권 미사일 방어의 핵심 거점으로 삼겠다는 구상이다.
이 같은 접근은 단순한 기지 배치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골든돔은 대규모 인공위성망을 기반으로 한 다층 방공체계로, 북극과 유럽 상공에서의 조기 탐지·추적 능력이 핵심이다. 결국 그린란드 접근권은 골든돔 구축을 위한 지리적 거점으로도 쓰고, 유럽 국가들의 위성망·레이더·통신 인프라 협조를 끌어내기 위한 지렛대로도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도 미국의 이런 구상에 일정 부분 공조하는 분위기다. 앨리슨 하트 나토 대변인은 미국과 그린란드를 두고 벌이는 이번 협상의 목적이 “그린란드에서 러시아와 중국이 어떤 발판도 확보하지 못하도록 보장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이 영토를 직접 소유하지 않더라도, 군사·우주 방어 체계를 통해 실질적 통제력을 확보하는 방식에 동맹국들도 전략적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는 의미다.
덴마크도 영토 주권을 건드리지 않는 한, 안보 등에 대해 협력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는 “안보, 투자, 경제 등 모든 사안은 정치적으로 협상할 수 있지만, 주권은 협상 대상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린란드를 미국에 매각하거나 영유권을 넘기는 문제는 절대 불가하되, 군사적 협력 확대에는 열려 있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덴마크는 1951년 체결된 방위협정을 근거로, 미국이 그린란드에 군사 기지를 추가로 건설하고 병력과 장비를 증강하는 데에는 동의해 왔다. 향후 양국이 이 협정을 개정하거나, 미국이 남태평양 도서국들과 맺은 자유연합협정(COFA)와 유사한 형태의 새로운 합의가 추진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미국은 남태평양 도서국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차단하기 위해 마셜제도, 미크로네시아, 팔라우 등과 COFA를 체결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전면적 접근권’을 반복적으로 강조하는 배경에는 이런 현실적 계산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영토 주권이라는 민감한 문제를 비켜가면서도, 골든돔 배치와 위성망 협력, 북극 접근권을 통해 군사·안보 실익은 최대한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그린란드 문제를 둘러싼 최근의 흐름은 트럼프식 ‘거래의 기술’을 다시 떠올리게 한다는 평가도 나온다. 최대한의 압박으로 협상 출발점을 끌어올린 뒤, 상대가 받아들일 수 있는 선에서 자신에게 가장 유리한 결과를 끌어내는 방식이다. 다만 동맹국을 상대로 한 강압적 협상이 단기적 실익은 가져올 수 있어도, 장기적으로는 신뢰를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 역시 함께 제기되고 있다.
서지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