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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에 고개 푹…‘캄보디아 범죄단지’ 한국인 범죄자 73명 강제 송환

조선일보 인천=박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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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의자 송환 ‘역대 최대’ 규모
우리 국민 869명에 486억 편취
성형 수술한 스캠 부부 사기단까지
캄보디아에서 각종 사기와 인질 강도 등을 저지른 한국인 범죄자 73명이 23일 오전 전세기를 타고 국내로 강제 송환됐다. 해외에서 범죄를 저지른 한국인 피의자를 한꺼번에 송환하는 사례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초국가범죄 특별대응 태스크포스(TF)는 우리 국민 869명을 상대로 약 486억원을 편취한 혐의를 받는 한국인 피의자 73명(남성 65명, 여성 8명)을 이날 국내로 송환했다. 이들을 태운 대한항공 KE9690편은 캄보디아 프놈펜을 출발해 이날 오전 9시 41분쯤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에 도착했다. 한국인 범죄자들을 해외에서 전세기로 집단 송환한 것은 이번이 네 번째다.

피의자들은 마스크를 쓴 채 두 손을 앞으로 모으고 입국장에 걸어나왔다. 케이블타이로 손목이 묶인 상태였다. 손목은 짙은 푸른색 수건으로 가린 채 이동했다. 피의자 1명당 경찰관 2명이 양옆에 붙어, 피의자의 양팔을 붙잡고 호송했다.

피의자들은 이날 새벽 4시 15분쯤 전세기에 탑승한 직후 기내에서 체포됐다. 이들에 대한 체포영장이 이미 발부돼 있었기 때문이다. 국적법상 국적기 내부는 대한민국 영토로 간주돼 영장 집행이 가능하다.

캄보디아에서 스캠 사기 피의자 73명이 23일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통해 송환돼 수사기관으로 압송되고 있다. /박성원 기자

캄보디아에서 스캠 사기 피의자 73명이 23일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통해 송환돼 수사기관으로 압송되고 있다. /박성원 기자


피의자 73명 가운데 70명은 로맨스 스캠이나 투자 리딩방 운영 등 스캠 범죄 혐의를, 나머지 3명은 인질 강도와 도박 등 혐의를 받는다. 이번 송환 대상에는 미성년자를 상대로 성범죄를 저지른 뒤 캄보디아로 도주해 스캠 범죄에 가담한 도피 사범, 투자 전문가를 사칭해 사회 초년생과 은퇴자 등을 상대로 194억원을 편취한 사기 조직 총책, 스캠 단지에 감금된 피해자를 인질로 삼아 가족을 협박해 금품을 갈취한 조직원 등도 포함됐다.

특히 성형 수술로 얼굴을 바꾼 뒤 도주한 ‘로맨스 스캠 부부 사기단’도 이번에 송환됐다. 한국인 부부 강모(32)씨와 안모(29)씨는 데이팅 앱을 통해 피해자들에게 접근한 뒤 “같이 투자 공부를 하자”고 유도하는 수법으로 104명에게서 120억원을 뜯어낸 혐의를 받는다. 아내는 AI 딥페이크 기술을 활용해 남성을 상대로 로맨스 스캠 방식의 투자 사기를 벌였고, 남편은 여성을 대상으로 범행을 저지르며 총책에 가까운 역할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은 도피를 목적으로 쌍꺼풀과 코 성형 수술을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부부는 지난해 2월 캄보디아 현지 경찰에 체포됐으나, 현지 경찰에 뒷돈을 건네 넉 달 만에 풀려난 것으로 알려졌다. 부부가 풀려났다는 사실을 파악한 법무부는 캄보디아에 즉시 인력을 파견해 캄보디아 경찰과 공조에 나섰고, 재체포에 성공했다. 다만 캄보디아 당국이 한국에 체류 중인 반정부 인사의 송환을 조건으로 부부를 인도하겠다고 해 송환이 지연됐다가, 법무부의 설득 끝에 캄보디아 정부가 인도를 결정했다.

전성환 법무부 국제형사과 검사는 “부부 사기단의 석방 첩보를 입수한 뒤 법무부 장관 지시로 검사들이 급파돼 캄보디아 법무부 장관을 두 차례 직접 만나 설득했고, 이후에도 동남아 공조 네트워크를 통해 10차례 이상 화상 회의를 진행하는 등 지속적으로 협의했다”며 “앞으로도 스캠 범죄자들을 끝까지 추적해 송환하고 범죄 수익 환수에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범죄가 이뤄진 것으로 확인된 스캠 단지는 총 7곳이다.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51명, 태국 접경 포이펫에서 15명, 베트남 접경 몬돌끼리에서 26명이 적발됐다. 단지에서는 감금과 고문을 당하던 20대 남성 피해자들이 구출되기도 했다.


피의자들은 입국 직후 전국 각지 경찰서로 호송돼 유치장에 입감된 뒤 조사를 받는다. 부산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에서 49명, 충남경찰청 형사기동대에서 17명, 울산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에서 2명 등의 수사를 맡는다.

TF에는 경찰청·법무부·국가정보원·외교부 등이 참여했다. 이날 송환이 이뤄진 전세기에는 의사와 간호사가 동승했고, 인천공항에는 질서 유지를 위해 경찰 인력 181명이 투입됐다. 호송에는 버스 10대와 승합차 7대가 동원됐다.

유승렬 경찰청 수사기획조정관은 “국경을 넘나들며 우리 국민에게 피해를 끼치는 초국가 범죄에 대해 엄정하게 대응하겠다”며 “외국에서 범죄를 저지르면 처벌을 피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큰 오산이며, 끝까지 추적해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고 말했다.

[인천=박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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