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중국 베이징의 재래시장 신위안리차이스창의 전경. 베이징/이정연 특파원 |
“예전, 이 주변에도 시장이 있어서 아침을 사 먹기도 하고, 과일이나 채소를 싸게 사기도 했었죠. 그런 곳이 요즘 거의 사라져서 너무 아쉬워요.”
베이징에 사는 가오씨의 이야기입니다. 과거 노점상이 한 데 모인 차이스창(菜市场·재래시장)은 중국의 아침을 깨우는 가장 활기찬 곳이었습니다. 이른 아침 따뜻한 국수나 만두를 파는 상인들이 즐비했고, 조금이라도 싼 식재료를 찾는 주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던 공간입니다.
하지만 도심 개발과 대형 슈퍼 및 배달 플랫폼의 확장으로 베이징의 재래시장은 점점 밀려나고 있습니다. 코로나19는 직격타가 됐지요. 진원지로 중국 우한시에 있는 수산물 시장이 지목됐고, 재래시장은 혹한기를 맞았습니다. 중국 상무부는 코로나19를 거치며 전국 재래시장의 계획, 건설, 기반 시설 및 위생 관리 측면에서 문제점이 드러났다고 봤고, 지방 당국에 위험 요소를 점검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여러 재래시장은 코로나19 때 문을 닫았고, 일부는 다시 문을 열었지만 완전히 사라진 곳도 있습니다.
남은 재래시장들도 노점상이 모여드는 곳이 아니라 건물 안에 작은 점포가 수십 개 들어선 형태입니다. 한국은 재래시장을 현대화하면서 시장이 형성된 곳에 지붕을 덮고, 점포들을 정돈했는데 중국도 이와 비슷합니다. 2024년엔 중국 상무부를 포함한 9개 정부 부처는 재래시장의 표준화된 개보수를 지원하고, 시설과 전반적인 환경을 개선한다는 행동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쉽게 찾을 수 있던 중국의 재래시장, 이제 드물어졌기에 젊은이들의 눈에 띄었을까요? 최근 중국 재래시장의 재발견이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시장 둘러보기’는 도심 여행자들이 환호하는 열쇳말이 됐습니다. 중국 영상 기반 소셜미디어인 샤오훙슈엔 ‘시장 산책 가이드’라는 주제의 조회수가 1억2천만회에 이르고, 관련 게시물은 30만개가 넘습니다. 중국판 틱톡인 더우인에는 ‘베이징 10대 재래시장 공략법’ ‘베이징 필수 탐방 재래시장’ 등을 주제로 한 영상과 글이 여럿 올라오고 있지요.
21일 중국 베이징의 재래시장 신위안리차이스창의 한 채소 점포. 베이징/이정연 특파원 |
21일 찾은 신위안리차이스창(新源里菜市场)은 베이징 대표 시장 가운데 빠지지 않는 곳입니다. 대사관과 외교 공관이 밀집한 산리툰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습니다. 들어서면 길이 약 200m 정도의 실내 공간에 수십 개의 작은 점포가 좌우로 늘어서 있습니다. 과일, 채소, 수산물, 육류 등 식재료를 주로 취급합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버섯이나 장식용 꽃 등 한가지 품목만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상점도 여럿입니다. 채소 가게들은 점포 전면을 깔끔하게 포장한 각종 식재료로 꾸며놓습니다. 그냥 보기 좋아지라고 해놓은 게 아닙니다. 재래시장을 찾는 도심 여행자들을 공략하기 위한 겁니다. 사진이나 영상에 예쁘게 나올 수 있도록 신경을 써 배치를 해놓은 것이죠. 이곳 시장의 제품은 온라인 배달 플랫폼에서도 살 수 있습니다.
중국 매체들도 ‘재래시장 경제’를 주목하는 모양새입니다. 지난 17일 중국 신화통신은 중국 항저우, 선전 등 대도시의 전통시장이 젊은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리모델링을 거쳐 지난해 다시 문을 연 중국 항저우의 구당시장은 찾는 이들뿐만 아니라 상인 가운데 20%가 20~30대 젊은이들이라고 합니다. 중국 후난성 헝양 재래시장은 ‘스마트 시장’인 걸 내세우면서, 매일 아침 농산물의 농약 잔류물을 검사하는 ‘채소 의사’ 제도를 도입했습니다.
관영 언론의 ‘시장 띄우기’는 소비 촉진이라는 중국 정부의 목표를 제시합니다. 중국은 연초부터 ‘소비심리 진작’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수출이나 제조업은 지난해 무난한 성장세를 보였지만, 소비자들이 지갑을 꼭 닫아 내수 침체가 심각하기 때문이죠. 코로나19로 재래시장들은 지탄을 받았지만, 이렇듯 소비의 불씨를 살리는 과정에 ‘재발견’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베이징/이정연 특파원 xingx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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