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 임기 맞춘 사외이사 인선…'그 나물에 그 밥'
이사회 독립성·경영진 견제 등 기능수행 한계 지적
7~9명 위원회 중복 참여…셀프연임·이해상충 우려
"연임 속 거리 두기 위한 제도적 설계 필요해"
국내 금융지주 지배구조를 둘러싼 논란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금융당국은 금융지주 회장 연임, 사외이사 구성, 추천·평가 제도의 실효성, 위원회 운영 등 현행 지배구조 전반에 대한 점검과 개선 등 대수술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십수년간 반복돼 온 논란이기도 하다. '선진화'라는 이름의 당국 지배구조 개편 시도가 이번에는 해법을 내놓을 수 있을지, 쟁점들을 짚어본다. [편집자]
금융지주 회장과 사외이사 임기가 상당 부분 겹치는 등 이해관계가 맞물려 사외이사가 CEO의 연임을 돕는 '참호 구축' 역할을 한다는 비판이 계속되고 있다.
7~9명의 소수 사외이사가 이사회 내 4~5개 소위원회에 중복으로 참여하는 구조도 문제로 지적된다. 안건을 심도 있게 검토하기보다 물리적·시간적 한계로 형식적인 심의에 그칠 수밖에 없고, 결국 경영진 견제 기능 약화로 이어진다는 분석에서다.
이사회 독립성·경영진 견제 등 기능수행 한계 지적
7~9명 위원회 중복 참여…셀프연임·이해상충 우려
"연임 속 거리 두기 위한 제도적 설계 필요해"
국내 금융지주 지배구조를 둘러싼 논란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금융당국은 금융지주 회장 연임, 사외이사 구성, 추천·평가 제도의 실효성, 위원회 운영 등 현행 지배구조 전반에 대한 점검과 개선 등 대수술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십수년간 반복돼 온 논란이기도 하다. '선진화'라는 이름의 당국 지배구조 개편 시도가 이번에는 해법을 내놓을 수 있을지, 쟁점들을 짚어본다. [편집자]
금융지주 회장과 사외이사 임기가 상당 부분 겹치는 등 이해관계가 맞물려 사외이사가 CEO의 연임을 돕는 '참호 구축' 역할을 한다는 비판이 계속되고 있다.
7~9명의 소수 사외이사가 이사회 내 4~5개 소위원회에 중복으로 참여하는 구조도 문제로 지적된다. 안건을 심도 있게 검토하기보다 물리적·시간적 한계로 형식적인 심의에 그칠 수밖에 없고, 결국 경영진 견제 기능 약화로 이어진다는 분석에서다.
이에 사외이사 임기 단축 가능성도 거론되지만 사외이사 임기를 법적으로 제한하는 곳이 세계적으로 드문 데다, 경영성과가 양호함에도 임기를 강제로 제한하는 것이 과도한 경영 개입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회장과 맞춤 임기로 '참호 구축'?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열린 금융위원회 업무보고에서 금융지주 회장의 연임과 관련해 "부패한 이너서클이 생겨 소수가 돌아가며 지배권을 행사한다"라고 질타했다. 사외이사와 회장이 장기간 동행하며 형성된 이해관계가 '셀프 선임' 등 폐쇄적인 지배구조를 만든다는 지적이다.
이에 금융당국은 지난 16일 '지배구조 선진화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이사회의 독립성, 최고경영자(CEO) 승계 절차 등 개선 논의를 시작했다. TF에서는 금융지주 사외이사의 임기를 3년 단임 등 제도적으로 단축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상법 상 연임을 통해 최대 6년까지 가능한 임기를 절반으로 줄이는 셈이다.
당국이 CEO, 사외이사의 장기연임 구조가 이사회 내 '이너서클'을 형성해 사외이사의 독립성을 훼손하고 경영진 견제 기능을 제한한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회장 임기가 통상 6년, 최장 10년 이상 장기 집권하는 경우도 있는 만큼 임기 내 있는 사외이사 역시 CEO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고 봐서다.
현재 KB, 신한, 하나, 우리 등 4대 금융지주 이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사외이사들은 현 금융지주 회장이 선임된 이후 선임(동시선임 포함)되거나 연임된 인사들로 구성돼 있다. 이들 임기는 최초 2년 임기 이후 1년 단위로 연임하는 '2+1년' 형태가 일반적이며, 상법 시행령에 따라 최대 6년(KB는 5년)까지 재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금융지주 회장 임기가 3년인 점을 감안하면 회장이 첫 임기를 마치고 연임을 준비하는 시점에 사외이사들이 후보 추천권을 행사하게 된다. 회장과 사외이사 선임시기가 비슷하다면 두번째 연임을 위한 회장 후보 추천까지 가능한 셈이다. 돌려막기 인선, 셀프연임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지난 2024년부터 본격 시행한 '금융지주회사 지배구조 모범관행'에서는 금융지주 회장 선임에 관여하는 사외이사 임기를 분산토록 하고 있으나 여전히 특정 시기 임기가 집중된 구조다.
4대 금융지주 사외이사 임기 현황/그래픽=비즈워치 |
사외이사 72% 임기 만료…연임 관행에 제동?
4대 금융지주 가운데 오는 3월 말 임기가 만료되는 사외이사는 총 32명 중 23명이다. 전체의 72%에 달한다. KB금융은 7명 중 5명, 신한지주 9명 중 7명, 하나금융 9명 중 8명, 우리금융은 7명 중 3명의 사외이사가 3월 말 임기 만료를 앞뒀다.
최근 차기 회장 선임과정에서 외부 후보 배제 논란이 일며 금감원이 지배구조 검사에 나선 BNK금융지주도 7명의 사외이사 가운데 1명을 제외한 6명이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통상대로라면 최대 연임 기간을 넘지 않은 사외이사 대부분은 연임 가능성이 높다. 다만 이번에는 당국의 지배구조 TF 결과가 변수가 될 전망이다. 금융당국이 연임 관행, 경영진과 유착 가능성을 지적하며 강력한 인적 쇄신을 주문하고 있어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TF 논의를 진행하는 과정에서도 논의 방향에 따라 3월 주주총회 이전에 (금융지주들이) 선제적으로 내용을 반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이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익명을 요구한 한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사외이사 임기를 제한하는 곳은 세계적으로 찾아보기 어렵다"면서 "임기가 너무 짧으면 외려 경영 이해도가 떨어져 '거수기'로 전락할 위험이 크다"고 지적했다.
그는 "임기가 6년 이상 돼야 회사 경영에 기여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다수 있다"면서 "임기제한은 긍정적이지 않으며, 회장 선임은 결국 주주총회에서 주주가 결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참호 구축으로 셀프 연임을 돕는다는 지적은 무리가 있다"고 봤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금융권은 후계자 양성프로그램을 통해 오랜 기간 성실성, 업적, 해외경험 등을 따져 자격을 결정한다"면서 "자격이 없는 사람이 연임할 수 없고 외려 회장 등 임원의 임기를 단기로 설정하면 책임경영이 어렵고 단기 수익을 추구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전직 금감원 출신 고위 관계자는 "수장이 바뀌면 임원이 바뀌는 것은 당연하고, 수익악화나 비위 등 없이 경영성과를 낸다면 손발 맞는 사람끼리 이사회를 꾸리는 것도 사실상 문제 삼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4대 금융지주 사외이사 현황/그래픽=비즈워치 |
7~9명이 4~5개 위원회 중복…'셀프 감사' 우려도
사외이사 수가 적어 소위원회에 중복 참여해 발생할 수 있는 '셀프연임', '이해상충' 등의 문제도 도마 위에 올랐다.
KB금융은 현재 7명의 사외이사가 4~5개 소위원회에 중복 참여하고 있다. 신한과 하나금융은 9명의 사외이사가 3~5개에, 우리금융은 7명의 사외이사가 4~6개, BNK금융은 7명 사외이사가 3~4개 소위원회에 중복참여 중이다.
특히 회장추천위원회(회추위)와 사외이사추천위원회(사추위), 임원추천위원회(임추위) 중복 참여자가 적지 않아 '셀프 연임'. '참호 구축'을 돕는 구조라는 지적이 나온다.
감사위원회와 리스크관리위원회 등 이해상충 발생 여지가 있는 위원회에 중복 참여하는 경우도 있다. 리스크관리위에서 승인한 고위험 투자 안건 등을 감사위원이 되어 다시 검증하는 식이다. 자신이 내린 결정을 스스로 감사해야 하는 상황에서 객관적인 평가와 견제보다는 사실상 '셀프 감사'가 이뤄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4대 지주 가운데서는 KB금융 차은영, 김성용 사외이사, 우리금융에선 이영섭 사외이사가 두 소위원회에 동시에 참여하고 있다.
사추위와 보상위원회 사외이사 중복도 이해상충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다. 사추위의 경우 본인을 직접 추천하는 것은 아니지만 서로 추천을 통해 연임이 이뤄지는 만큼 '셀프 선임', '셀프 보상' 지적이 나올 수 있는 대목이다.
여러 위원회에 참여해야 하다 보니 전문성과 독립성이 제한되고, 위원회가 하루에 여러 개가 진행될 경우 중요 안건을 짧은 시간 내 결정해야 해 형식적 안건 심의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반면 금융권 관계자는 "사외이사 인력이 한계가 있는 상태에서 소위원회도 계속 늘어나고 있어서 중복 참여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며 "거수기 논란도 있지만 이사회 구성이 너무 많으면 의사결정에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리는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실제 이사회나 소위원회에 안건을 올리기까지 사외이사들의 의견을 여러 차례 조율한다"면서 "반대가 없는 결과만 보고 이사회가 형식적으로 운영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사외이사의 연임과 독립성은 대립 개념이 아니라 제도 설계에 따라 동시에 달성할 수도 있는 목표"라며 "사외이사 평가를 독립적으로 운영하고, 장기연임인 경우 위원회 배치나 역할을 제한, 핵심 안건의 경우 추가 독립성 검증 절차를 두는 등 독립성을 제도적으로 확보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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