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권침해 일러스트. 경향신문 자료 |
최교진 교육부 장관이 교원의 정서적 아동학대에 대해 면책하고, 교육감이 무혐의로 판단한 아동학대에 대해서는 교사를 불송치하는 법 개정을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거듭 밝히고 있다. 교원의 정당한 교육활동을 보호하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이같은 법 개정이 아동보호 공백을 만들 우려가 있고, 아동학대 사건은 수사기관의 판단을 이중으로 받게 하는 현재 법체계와도 충돌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취재를 종합하면 최 장관은 지난 14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행사에서 “아동복지법상 정서적 아동학대 관련 부분에선 교원은 배제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최 장관은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도 교육감이 무혐의 의견을 낸 교원의 아동학대 사건을 불송치하도록 아동학대처벌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데 “동의한다”고 했다. 국회에는 관련 내용을 담은 아동학대처벌법 개정안이 4건 발의됐지만 ‘신중검토’ 의견으로 계류 중이다.
교육부는 공식적으로 법 개정 추진을 이어가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강복 교원교육자치지원관은 지난 19일 브리핑에서 “(법 개정은) 필요하다고 판단한다”면서 “어디까지 반영할 수 있는지 복지부, 법무부와 실무 협의 중”이라고 했다.
현재 아동학대처벌법은 경찰이 무혐의로 판단한 아동학대 신고 사건도 모두 검찰에 송치하도록 한다. 피해 아동의 자력 구제가 어렵기에 검찰의 판단을 한 번 더 받도록 한 것이다. 교육부는 교육감이 정당한 교육활동이라고 의견을 냈다면 경찰 단계에서 사건을 종결하도록 하는 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교육부는 또 아동복지법의 아동학대 적용 대상에서 교원은 제외하는 법 개정을 요청하고 있다.
이같은 흐름은 2023년 서초구 초등학교 교사 사망 이후 교원단체들의 요구를 반영한 것이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를 비롯한 교원단체는 “아동학대 신고 한 번만으로 교원은 이중삼중 조사·수사를 받으며 자존감이 무너진다”고 주장했다. 교육활동을 보장하려면 사법처리가 신속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한민경 경찰대 교수는 “교원의 교육활동을 보장하고 불필요한 수사 부담을 줄일 필요성이 있다”며 “(법 개정을) 악용하는 사례가 있을 경우 재수사 길을 열어두는 방안을 마련하면 될 것”이라고 했다.
반면 법무부는 수사기관 판단없이 행정청의 수장인 교육감 의견만으로 아동학대를 판단하는 것은 법체계에 맞지 않고 아동학대에 노출될 가능성을 높인다고 본다. 수사 기관의 검토 기회가 사라지면, 형사처벌은 아니어도 보호처분을 내릴 수 있던 검찰의 아동보호사건 판단이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법무부는 지난해 9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소위에서 “교육감의 의견 제출 여부로 사법경찰관에게 불송치 권한을 부여하는 것은 피해아동 보호에 공백을 초래할 우려가 크다”고 했다.
17개 시도교육감은 2023년부터 아동학대 여부를 판단해 수사기관에 의견을 내고 있다. 2023년 9월~2025년 8월 교원의 아동학대로 신고된 1439건 중 1023건(71%)이 교육감 판단에 따라 ‘정당한 생활지도’로 구분됐다. 1023건 중 검·경에서 판단을 마친 674건의 10%(68건)는 아동보호사건, 기소 등 처분이 이뤄졌다.
아동복지법에 ‘정당한 교육활동은 아동학대가 아니다’라는 면책 조항을 만들면 모호한 기준이 추가돼 오히려 법적 분쟁이 커질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장혜영 제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애초에 학생지도활동, 교육활동 자체도 불명확한데 ‘정당한’까지 추가하면 불확정적인 개념이 더해지게 된다”며 “결국 정당한 교육활동인지 아닌지 법리적으로 다투는 경향이 강해질 수 있다”고 했다.
학부모 단체들은 반발한다.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는 지난 15일 입장문을 내고 “최 장관의 발언은 아동 인권 보호라는 오랜 사회적 합의보다 교원 보호를 우선하는 방향으로 정책 인식이 편향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왜 교육정책의 중심이 학생이 아닌 지 심히 걱정된다”고 했다.
교육부는 이날 교육활동 보호 강화 방안을 발표하고 중대한 교권 침해 시 교육감이 고발하도록 하고, 교사 개인이 아닌 학교 민원대응팀이 민원 처리를 전담하도록 하기로 했다. 전교조는 논평을 내고 “어떤 경우에도 민원대응팀 구성에 교사가 포함돼선 안 된다”고 했다.
김송이 기자 songyi@kyunghyang.com, 김원진 기자 one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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