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ews1 윤주희 디자이너 |
(서울=뉴스1) 신건웅 기자 =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현대차,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효성중공업, 두산에너빌리티, 현대로템, 한화오션….
한국 증시가 꿈의 숫자로만 불리던 '코스피 5000포인트'를 돌파하는 데 앞장섰던 종목들이다.
해당 종목들의 공통점은 인공지능(AI)을 필두로 한 글로벌테크 혁명과, 기술 패권을 둘러싼 미·중 갈등이라는 거대한 흐름이 맞물려 있다는 점이다. 기술 혁신이 산업의 판을 바꾸고, 지정학적 갈등이 자본과 공급망의 방향을 재편하면서 자연스레 주도주로 떠올랐다.
테크 패권 전쟁…"한국 없이 못 이긴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코스피 지수는 전일 장중 5019.54포인트까지 오르며 사상 처음으로 5000선을 돌파했다.
랠리를 이끈 주도주는 누가 뭐라 해도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를 필두로 한 반도체다. 1년 사이 각각 184.64%, 246.33% 올랐다. KRX반도체 지수 상승률은 113.14%에 달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AI를 중심으로 한 테크 혁명과 미국 주도의 공급망 재편의 수혜를 누리고 있다. 단기 유동성이나 정책 기대에 의존하던 과거 랠리와 달리, 이번 상승은 '테크혁명발(發) 기술 투자→실적 개선→주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흐름이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AI 패권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전례 없는 투자를 단행하면서 메모리 수요가 폭증했다. 엔비디아는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 생산을 위해 고대역폭메모리(HBM) 주문을 늘렸고, 구글과 메타·오픈AI 등은 데이터센터를 짓기 위해 D램 확보 경쟁을 벌이고 있다.
상황이 이러다 보니 메모리 반도체의 경우, 사실상 없어서 못 파는 상황이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메모리 가격은 지난해 4분기 40~50% 급등했고, 올해 1분기와 2분기에도 각각 40~50%, 20% 추가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카운터포인트는 "메모리 시장은 역사적 고점이었던 2018년을 넘어서는 '하이퍼 불'(Hyper-Bull·초강세장) 국면에 진입했다"고 평가했다.
'슈퍼 사이클'에 힘입어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올해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120조369억 원, 97조 3510억 원으로 추정된다. 사상 최고 실적이다.
윤석모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반도체) 공급자 우위가 이어지고 있어 가격(P) 상승 트렌드가 실적과 주가를 동시에 밀어 올리는 환경"이라고 평가했고, 김동원 KB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메모리 장기 호황 사이클은 이제 시작"이라고 진단했다.
슈퍼 사이클은 반도체에만 머물지 않았다. AI 데이터센터 확산과 함께 전력기기, 냉각 설비, 네트워크 장비 등 미국 테크 혁명과 연결된 밸류체인 전반으로 확산됐다. 데이터센터 가동을 위한 전력 수요가 급증하면서, 관련 산업 전반에 연쇄적인 수혜가 나타나고 있다.
대표적으로 노후 전력망 교체와 데이터센터 증설 수요로 효성중공업(298040)과 LS일렉트릭(010120), HD현대일렉트릭(267260)은 최근 1년 사이 각각 404.08%, 149.76%, 130.65% 상승했다. 소형원자로(SMR) 관련주인 두산에너빌리티(034020) 역시 308.16% 뛰었다.
최도연 SK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반도체 다음은 '전력망'"이라며 "AI 수익화가 본격화되기 전까지는 인프라 구축(반도체→전력망)이 관심의 중심일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피지컬AI 확산 기대에 로봇주 역시 랠리를 이어갔다. 보스턴다이내믹스를 인수한 현대차 주가는 1년 전 20만 6500원에서 이날 52만 9000원으로 156.17% 상승했다.
22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KB국민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지수가 장중 5000을 돌파하고 있다. (KB국민은행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6.1.22/뉴스1 |
"메이드 인 코리아"…'MAGA 동맹'이 만든 랠리
글로벌 공급망 재편까지 겹치면서 '메이드 인 코리아(Made in Korea)'에 대한 수요는 더욱 커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선거 유세 내내 외쳤던 '마가(MAGA)'가 촉매가 됐다. 마가는 제조업과 핵심 기술 주도권을 되찾아 미국의 글로벌 패권을 유지하겠다는 목표에서 출발했다.
이 과정에서 중국은 견제해야 할 대상으로 규정됐고, 글로벌 공급망에서 철저히 배제했다. 반도체, 배터리, 조선, 방산, 로봇 등 핵심 산업에서 중국 의존도를 낮추는 정책이 본격화됐다.
대신 기술과 부품을 공급하는 동맹으로 한국을 택했다. 기술력과 생산 능력을 갖추면서도 지정학적 신뢰도가 높은 한국 기업들이 공급망의 핵심 파트너로 부상했다. 중국으로 향하던 주문이 한국으로 대체되는 흐름이 현실화한 것이다.
AI 메가트렌드에 한국 반도체와 전력기기, 원자력 산업이 올라탔고, 미국의 방산 강화 기조 속에서 한국 조선업도 수혜를 입었다. '수요+동맹'이 만든 랠리인 셈이다.
한-미 조선협력 프로젝트인 마스가(MASGA)가 대표적이다. 미국 정부는 한국 조선사들과 협력해 미국의 조선업 인프라를 재건하고자 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이 과정에서 미국 필리조선소를 인수한 한화오션(042660)과 HD현대중공업(329180)이 주도주가 됐다.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 주가는 1년 사이 각각 151.74%, 87.46% 상승했다.
여기에 글로벌 지정학적 리스크까지 겹치면서 방산주들도 랠리를 이어갔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는 1년 사이 236.08% 치솟았다. 현대로템(064350)과 한국항공우주산업(047810), LIG넥스원(079550) 역시 각각 257.27%, 205.72%, 143.78% 뛰었다.
조수홍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국 정책 모멘텀 보유 업종으로서 조선과 방산은 기존 주도주 지위를 유지할 것"이라고 기대했고, 유종우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전쟁 리스크와 전 세계적인 국방력 강화 기조 속에 방산은 반도체와 함께 상승 랠리를 지속할 주역"이라고 평가했다.
이러다 보니 환율 상승에도 외국인들의 K-주식 주문이 이어지고 있다. 과거 달러·원 환율이 상승하면 증시도 흔들렸지만, 지금은 수출주들의 실적 개선 기대감이 더 커진 모습이다. 달러로 수출대금을 받는 상황에서 환율이 오르면 환차익을 누릴 수 있다.
조수홍 센터장은 "'고환율=외환위기' 공식은 이제 성립하기 어렵다"며 "대외건전성은 과거와 레벨이 다르다"고 말했다.
양지환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달러·원 환율 고공행진에도 외국인 순매수가 강화되는 이유는 환율 변동성을 넘어서는 정책 동력과 압도적인 실적 전망 상향이 전개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keon@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