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계단에 방탄소년단(BTS)의 정규 5집 컴백을 알리는 홍보물이 설치되어 있다. 서울시는 22일 광화문광장 자문단회의에서 BTS의 3년 9개월 만의 완전체 컴백공연인 'BTS 2026 Comeback Show @ Seoul'에 대해 조건부로 사용을 허가했다. 2026.1.22/뉴스1 ⓒ News1 최지환 기자 |
(서울=뉴스1) 신윤하 유채연 기자 =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BTS 콘서트로 급등한 숙박업소 요금을 언급하며 '바가지'를 공개적으로 비판한 가운데, 서울 도심에서도 국내외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한 바가지 문제가 반복적으로 제기되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바가지가 더 이상 자율적인 개선에 기댈 문제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최소한 소비자가 적정한 가격인지 판단할 수 있도록 객관적인 시세 정보를 알리고, 소비자들이 실시간으로 부당 요금을 신고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 바가지에 "악질적 횡포"…부산시 등 QR신고 시스템 도입
23일 정치권 등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6일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에 BTS 부산 공연 소식이 알려진 후 숙박 요금이 최대 10배까지 폭등했다는 기사를 공유하며 "시장 전체의 질서를 무너뜨리고 모두에게 큰 피해를 주는 악질적 횡포는 반드시 뿌리 뽑아야 한다"고 적었다.
이런 바가지가 부산시만의 문제는 아니다. 명동 일대도 BTS 컴백 공연이 펼쳐지는 광화문 인근인 만큼 공연 당일인 3월 20일 숙박 요금이 전주·그다음 주 같은 요일과 비교해도 20만~30만 원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대통령의 지적 이후 부산시가 내놓은 것은 '바가지요금 QR 신고 시스템'이다. 관광객이 QR코드를 스캔해 바가지요금을 신고하면, 한국관광공사를 거쳐 관할 자치단체와 관련 기관에 내용을 전달하는 것이다. 부산시는 신고 내용에 따라 즉시 합동점검을 하고 계도 조치를 진행하기로 했다.
QR로 바가지를 잡겠단 정책은 지난해 서울시에서도 냈다. 서울시는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택시 바가지가 계속되자 지난해 6월 전국 최초로 택시 QR불편 신고 시스템을 도입했다. 6월부터 같은 해 12월까지 접수된 외국인 신고는 총 487건으로 집계됐다. 가장 많은 신고가 '부당요금'이었다.
이런 QR 신고 시스템은 택시·호텔처럼 어느 정도 표준화된 요금이 있어서, 과거엔 얼마였는지 파악이 가능한 서비스에 유효하다. 과거의 가격과 너무 큰 차이가 나는 부당 요금이 명백하게 증명되기 때문이다.
주동오 경희대 관광학과 교수는 "신고 내용이 데이터에 기반하고 있어서 '딱 봐도 이건 잘못됐다'고 판단할 수 있을 정도여야 QR 신고 시스템을 통한 행정력 투입이 정당화될 수 있다"며 "호텔은 과거 가격이 얼마였다는 기록이 있으니 데이터만 보고도 잘잘못을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22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2026.1.22/뉴스1 ⓒ News1 허경 기자 |
QR신고 힘든 '길거리 음식' 바가지는 어떻게?…명동 컵과일 1만원·딸기 1만8천원
문제는 도심에서 관광객을 대상으로 벌어지는 바가지가 단순히 택시·숙박업소에만 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표준화된 요금이 정해지지 않은 상품·서비스의 경우엔 바가지를 씌워도, 소비자가 QR로 신고하고 지자체 등이 계도 조치를 하는 게 현실적으로 힘들다.
예컨대 외국인 관광객들이 자주 찾는 광장시장과 명동 노점상들이 판매하는 길거리 음식들은 표준화된 '요금'이 없다. 음식은 들어가는 재료와 양, 맛 등에 따라서 같은 종류여도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보니, 어느 정도가 바가지인지 가릴 기준이 명확하지가 않다.
그렇다 보니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길거리 노점상 바가지 장사는 끊이지 않는다. 바가지 수법도 여러가지다. 광장시장은 지난해 8000원짜리 순대를 시키면 임의로 고기를 섞어 1만원을 요구하는 방식의 바가지 방식이 알려져 곤욕을 치렀다.
명동도 대표적인 서울의 바가지 관광지로, 외국인이 관광객의 대다수에 달하는 곳이다. 전날(22일) 취재진이 찾은 명동 노점상 거리에선 딸기 한 팩이 1만 8000원, 탕후루가 6000원, 포도알이 10여개 들어간 컵과일이 1만 원, 손바닥만 한 닭강정이 1만 원에 팔리고 있었다. 일반 가게에서 파는 것보다 적어도 2000~3000원씩 높은 가격대였다.
주 교수는 "노점상의 경우엔 표준화되지 않는 상품을 팔기 때문에 바가지가 발생하고, 단속도 더 어렵다"며 "특히 외국인 관광객들은 현지 물가를 모르니 상품 가격이 조금 찜찜하더라도 신고 시스템을 활용하지 않을 거고, 노점상에 대한 QR 신고제 도입은 효과가 크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명동의 한 노점 모습. 2026.1.22/뉴스1 ⓒ News1 유채연 기자 |
"얼마부터 바가지지?" 쉽게 확인할 수 있어야…대만은 '부당 요금' 야시장 엄벌하기도
특정 요금이 정해져 있지 않은 상품이나 서비스의 경우엔 외국인 관광객이 최소한의 상식적인 물가를 가늠할 수 있도록 품목별 소비자 물가를 보기 쉽게 공지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의 의견이다.
주 교수는 "어느 정도 가격이 바가지인지 아닌지 판단할 수 있는 객관적 시세에 대한 정보를 소비자가 온라인을 통해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부당 요금을 엄벌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도 필요하다. 야시장이 활성화된 대만에선 외국인에게 과일을 4배 가격에 판매한 상인이 적발돼 논란이 되자, 타이베이시가 약 1년 동안 800여 개의 매대를 조사하고 영업 정지 조치 등을 내렸다.
상인들이 자체적인 자치 활동을 촉진해 부당 요금을 상호 감시·관리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한국에선 노점상이 지자체의 관리 대상이 아니라서 징계 결정 등은 상인회에서 이뤄지는 게 현실이다. 그래서 상인회 내에서 감시하고 징계하는 게 활성화돼야 부당 요금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조미혜 세종대 호텔관광학과 교수는 "상인회에 가입하는 게 현재 완전 100% 의무는 아니다. 하지만 상인회 등록이 안 되면 거리 활성화 등 국가의 정책 지원이 있을 때 지원을 못 받게 된다"며 "이런 정책들로 상인회를 활성화해서 노점상들이 상인회의 관리에 자체적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sinjenny9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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