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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종 칼럼] 미증유의 코스피 5000 시대, '모두의 성장·시장 투명화'로 실물경제로 퍼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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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종] 작가·칼럼니스트(현,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 전, 서울특별시자치구공단이사장협의회 회장·전, 소방준감)

한국 주식시장이 미증유(未曾有)의 새역사를 쓰고 있다. 코스피(KOSPI) 지수가 장(場) 중 한 때 5,000포인트를 넘으면서 사실상 전인미답(前人未踏)의 '5,000 시대'를 열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개장 직후인 지난 1월 22일 오전 9시 50초께 전장보다 1.89% 오른 5,002.88을 기록하며 1956년 서울증권거래소 설립 이후 처음인 데다 1980년 코스피 지수 출범으로부터 46년 만이다. 1983년 100포인트로 출발해 43년 만에 50배 성장이라는 희대미문(稀代未聞)의 대기록을 만들었다. 그 절반의 성장을 최근 9개월 사이 달성했다는 점에서 가히 경이적(驚異的) 쾌거(快擧)다.

코스피 5,000은 상징적인 숫자가 아닐 수 없다. 그동안 한국 증시를 짓눌러 온 지정학 리스크, 기업 지배구조 리스크, 정치적 불확실성 리스크 등을 훨훨 털어내고 선진국 증시로 도약하고 있다는 걸 드러내고 있다. 기술 축적과 혁신을 바탕으로 우리 제조업이 반도체, 인공지능(AI), 로봇, 조선, 방산, 바이오에서 위력을 발휘하고 있음도 보여준다. 코스피는 지난해 75.6% 올라 세계 1위를 기록한 데 이어 올 들어서도 18.6%나 치솟아 주요국 증시 중 1위로 전대미문(前代未聞)의 압도적 상승을 기록하고 있다. 미국 S&P500 지수 상승률(0.4%)은 비교조차 안 되고 일본 증시 상승률(6%)보다 3배 이상 높은 수치다.

전문가들은 최근 증시 흐름을 다행스럽게 기업 실적 개선에 따른 정상적 상승 국면으로 진단한다. 그만큼 기반이 탄탄하다는 것이다. 수출에선 이미 '파란 불'이 켜졌다. 이달 1~20일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9% 증가했다. 반도체만 놓고 보면 70.2%나 폭증했다. 이른바 '반도체 슈퍼사이클(Super Cycle │ 장기적인 상승 추세)'이 고스란히 전체 수출 호황으로 녹아들고 있는 형국이다. 코스피 상승은 내수경기에도 긍정적이다. 자산 가치가 오르면서 소비심리를 개선하는 '부의 효과(Wealth effect)'를 기대할 수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을 2.2~2.3%로 전망하면서 한국 경제가 반도체를 중심으로 '성장 재점화 단계'에 진입했다는 낙관적 관측까지 내놓고 있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기업들의 압도적인 실적, 여기다 이재명 정부의 제도개선 노력, 게다가 개인투자자들의 유동성, 이른바 '포모(FOMO │ 소외 공포)' 심리의 작용이 상승효과를 이룬 것으로 보인다. "이걸 당장 올라타지 않으면 나만 손해네"라는 이런 심리까지 더해지다 보니까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빠르게 5,000선 고지를 밟은 것으로 보인다. 시가총액 1위 삼성전자는 장중 3% 오르며 15만 7,000원으로 최고가를 경신해 한국 기업 처음으로 시가총액 1,000조 원을 돌파했다. '5만 전자'로 불린 지 1년 만의 반전이다. 시총 2위 SK하이닉스도 2% 이상 상승 마감했고, 시총 3위로 올라선 현대차는 이틀째 장중 최고가를 경신했다. 로봇 배터리 기대감에 '2차 전지' 주가(株價)도 덩달아 올랐다. 코스피 지수는 그러나 차익 실현 매물에 오름폭이 줄어들면서 4,952에 장을 마쳤다. 코스닥(KOSDAQ)도 2% 오른 970에 장을 마쳐 이른바 '천스닥'을 눈앞에 뒀다. 이번 기록은 한국 증시에 꼬리표처럼 따라붙었던 코리아디스카운트를 해소하는 신호탄으로 여겨진다. 블룸버그(Bloomberg) 통신은 지난 1월 22일(현지 시각) 한국이 경기 변동에 민감한 수출 주도 시장에서 글로벌 인공지능 붐의 핵심 수혜 시장으로 전환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한편 한국은행은 지난 1월 22일 우리 경제가 지난해 가까스로 1% 성장률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대통령 탄핵과 대선 정국이라는 정치적 불안정, 미국발 관세 전쟁이라는 대외 악재 속에서 0%대 저성장에서 벗어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제로(0) 성장에서 탈출한 1등 공신은 인공지능(AI) 붐에 힘입은 반도체 슈퍼 호황이다. 여기에 자동차·조선·방위산업·K-푸드·K-뷰티를 중심으로 수출도 호조를 보였고 31조 원이 넘는 두 차례 추가경정예산으로 정부소비 역시 전년 대비 2.8% 늘었다. 소비 쿠폰 덕분에 민간소비도 1.3% 증가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2026 신년 기자회견에서 '성장'을 31차례나 언급해 올해도 역시 성장에 집중할 것으로 읽힌다.


이렇듯 코스피 5,000이란 숫자의 이면에 도사린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증권 시장 바깥에는 여전히 한기가 돈다. 증시가 실물경기 상황과 관계없이 독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풍부한 유동성이 증시에만 머물면서 경기 회복으로 연결되지 않고 있다. 한국 주식을 사려는 외국인의 발목을 잡는 원화가치 하락을 막는 일도 급선무다. 금융권에서는 코스피 5,000 돌파 이면에 있는 반도체 착시에 대한 경계감이 읽힌다. 지난 1월 22일 종가 기준 시가총액 상위 10개 종목 중 1위(삼성전자)와 2위(SK하이닉스), 5위(삼성전자우) 3개가 반도체 관련주다. 올해 들어 코스피에서 3% 이상 상승한 종목은 전체 954개 중 3분의 1에도 못 미치는 299개에 불과하다.

이런 상황은 실물경기에서도 그대로 고스란히 재현된다. 지난해 한국 수출은 7,000억 달러를 넘겨 역대 최대 기록을 다시 썼지만, 이는 전적으로 인공지능(AI) 붐에 올라탄 반도체가 전년 대비 22.2% 증가한 덕분이다. 반도체 단일품목의 수출액이 1,734억 달러에 이르러 전체의 4분의 1에 이른다. 석유화학(-11.7%) 석유제품(-11.1%) 디스플레이(-10.3%) 자동차부품(-6.3%) 등 한국 경제를 오랜 기간 먹여 살렸던 여러 주력 품목은 마이너스(-)다. 이처럼 마냥 축배를 들기엔 우리 경제가 맞닥뜨린 상황이 녹록하지만은 않다. 가장 큰 도전은 K자형 성장(K-shaped Recovery │ Growth), '양극화(兩極化 │ Polarization)'이다. 수출에선 자동차, 철강 등의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반도체에 기댄, 반도체만의 성장이라는 우려가 크다. 내수에선 여전히 찬 바람이 분다. 지난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1%에 간신히 턱걸이했고, 특히 4분기에는 전 분기 대비 –0.3%로 뒷걸음질 치며 역(逆)성장했다.

무엇보다 잠재성장률을 밑도는 경제 부진에 환율과 물가가 오르면서 소비는 위축되고 서민·자영업자들의 고통은 계속되고 있다. 우리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은 반도체 호황에도 지난해 4분기 2.1% 축소됐고 기업들의 설비투자 역시 1.8% 뒷걸음쳤다. 부동산 불안으로 인한 가계부채 증가와 청년 일자리 부족, 노인 빈곤은 우리 경제의 '만성질환'이 되면서 양극화의 그늘은 짙어지고 있다. 증시와 실물경제의 괴리를 해소하고, 반도체·AI·로봇 등 특정 종목에 수익률이 쏠린 주식시장 온기도 더 확대해야만 한다. 건설·설비투자 등 내수 부진이 뼈 아팠다. 기업·산업·계층별 양극화는 성장의 온기를 구석구석 전달하지 못한다. 아랫목과 윗목이 온도 차이를 보이면, 증시 열기가 실물경제로 확산하는 데 한계를 맞게 된다.


특히 개인들은 단기 급등 뒤에는 급락 리스크 또한 커진다는 점에 유념해야 한다. 개인들이 증권사에서 빚을 내 투자하는 신용거래융자 잔고가 지난 1월 20일 29조 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갈아치운 것은 '빚투'의 심각성을 말해준다. 증권사들은 수익 극대화에 혈안이 돼 빚투를 부추기는 대신 건전한 주식투자 문화를 만들 책임이 크다. 무엇보다 내수도 부진하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경제성장률은 1%로 저조한 원인 중 하나는 고꾸라진 건설투자(-3.9%)와 설비투자(-1.8%)라고 했다. 지난해 11월 말 기준 소매판매액지수는 전월보다 3.3% 하락해 2024년 2월(-2.5%) 이후 낙폭이 가장 컸다. 대형마트(-14.1%) 슈퍼마켓(-8.7%) 백화점(-4%) 등 편의점을 제외한 주요 유통업태 모두가 내리막을 걸었다. 폐업 자영업자는 2024년 처음으로 100만명을 넘어섰다. 지난해는 소폭 더 늘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지금은 축포를 터뜨릴 때가 아니라 저성장 극복을 위한 경제 체질 개선에 나서야 할 때다. 노동개혁 등 구조개혁과 재정 건전성 확보를 위한 정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 지배구조 투명화, 적극적인 주주환원 등 자본시장 선진화를 위한 노력도 게을리해서는 결단코 안 된다.

해답은 멀리 있지 않아 보인다. 증시와 경제 성장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선, 기업이 마음껏 날개를 펼 수 있게 여건과 환경을 만들어줘야만 한다. 겹겹이 에워싼 규제를 과감히 걷어내고 경제·산업구조 개혁에 박차를 가해 혁신이 세차게 흐를 물길을 조성하는 게 최우선 과제이자 급선무(急先務)다. 한국 경제가 활기를 되찾고 새로운 혁신 기업들이 탄생할 수 있도록 근본적 경제 체질을 개선하는 데 더욱 힘을 쏟아야만 한다. 정부는 AI·로봇·바이오 등의 연구개발 지원, 원전 확대 등 중장기 성장 기반을 정비하는 데 집중해야만 한다. 지금은 민간 주도의 경제 복원력을 더 높이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중·장기 성장 기반을 다지는 것도 특히 화급(火急)하다. 단기적으로 고통스럽겠지만 좀비(한계) 기업의 과감한 퇴출과 산업 재편도 시급하다. 동시에 AI·바이오·차세대 에너지 등 미래 먹거리 분야에 국가적 연구개발(R&D) 지원과 규제 혁파를 전례 없는 수준으로 강화해야만 한다. 당연히 경제의 성장 회복과 기업들의 실적 개선도 뒤따라야만 한다. 1%대 성장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주가만 오르는 구조는 지속이 불가능하다. 반도체, AI 등 첨단산업을 집중 육성하면서 전통 제조업의 경쟁력 회복을 위한 구조조정을 병행해 성장 여력을 근본적으로 끌어올려야만 한다. 한 나라의 경제 '펀더멘털(Fundamental │ 기초 체력)'인 잠재성장률 제고를 목표로 하는 경제 체질 개선, 전폭적인 첨단산업 연구·개발 지원, 흔들림 없는 국가 에너지 전략 수립·실행 등은 정부가 사활을 걸어야 할 일로 국가 역량을 총력 집주(集注)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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