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력 2월 초하루 제주에 들어와 서쪽 바다에서 시작해 여기저기 바람을 일으키며 누비던 영등할망은 보름이 다 되어 떠날 채비를 하며 치마폭의 씨앗 주머니를 연다. 선명한 제주 풍경 속 옥색 선과 흰색으로 그려진 신비로운 영등할망이 거칠지만 포근한 봄의 약속을 한눈에 전한다. 영등할망은 안개를 일으키고, 동백꽃과 귤을 떨어뜨리고, 파도를 일으키는 차갑고 얄미워 보이는 바람신이지만, 씨앗 주머니를 열어 기꺼이 베푸는 여신이기도 하다. 영등할망이 흩날리는 씨앗은 척박한 섬에서 삶을 일구어 온 사람들의 소망처럼 반짝이고, 이 장면이 지나가면 제주는 봄이 오고, 싱그러운 모습으로 채워진다. 이승원 작가는 제주에 살며 직접 보고 느낀 제주의 아름다운 자연과 동식물, 독특한 제주의 문화를 엿볼 수 있는 지식 그림책을 영등할망 신화를 빌려 풀어냈다. 제주의 산과 바다, 길들을 매일 걸으며 벅차오르는 감정과 사랑을 담아 지식 그림책이 간과하기 쉬운 그림에 정성을 들였다. 영등할망이 지나간 제주의 자연은 선명한 물감으로 아름답게 보여주고, 정보가 가득한 장면은 부드러운 색연필로 다정하게 알려주며 풍성하다.
영등할망 제주에 오다 l 이승원 글·그림, 한림출판사(2021) |
전선영 전주그림책이음 대표·전주국제그림책도서전 조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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