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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의 이야기가 춤을 추는 곳 [.t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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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마포구 망원동에 자리잡은 테일탱고 서점. ‘모두의 이야기가 탱고처럼 춤추는 곳’을 모토로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배리어프리 공간으로 설계됐다. 테일탱고 제공

서울 마포구 망원동에 자리잡은 테일탱고 서점. ‘모두의 이야기가 탱고처럼 춤추는 곳’을 모토로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배리어프리 공간으로 설계됐다. 테일탱고 제공


모두가 춤을 권유받는 세상을 꿈꾸는 서점이 있다. 서울 마포구 망원동에 자리한 테일탱고(Tale Tango)는 ‘모두의 이야기가 탱고처럼 춤추는 곳’을 모토로, 나이와 성별, 장애 유무에 관계없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배리어프리(barrier free, 물리적 장벽이 없는) 서점이다.



테일탱고의 배리어프리는 선언에 그치지 않는다. 출입구에는 턱이 없고, 내부 통로는 휠체어가 무리 없이 이동할 수 있도록 너비를 확보했다. 시각 장애인을 위해 서점을 만지며 안내받는 ‘터치 투어’를 운영하고, 행사에선 대체 텍스트(시각물의 내용을 설명하는 텍스트)를 제공한다. 청각 장애인은 실시간 자막, 강연자와 가까운 좌석을 선택할 수 있다. 점자 표기, 점자 도서와 오디오북, 쉬운 글 도서가 서점 곳곳에 자리잡고 있다.



이런 설계는 ‘모두를 위한 서점’을 만들고 싶다는 하나의 생각에서 출발됐다. 문화생활을 좋아하는 책방지기는 문화 공간이 주로 특정한 기준의 몸과 감각을 전제로 설계돼 있다는 사실을 자주 마주했다. 장애가 있는 친구와 함께 갈 곳이 없었다. 서점도 예외는 아니었다. 장애 유무에 상관없이 모두가 어울릴 수 있는 공간에 대한 바람을 가졌다. 테일탱고는 그렇게 누군가가 처음부터 배제되지 않고, 처음부터 초대받는 공간일 수는 없을지 묻는 데서 시작됐다.



질문을 실제 공간에 구현하는 과정은 생각보다 험난했다. 서점 매물을 알아보기 시작한 뒤, 왜 배리어프리가 구현되기 어려운지 절감했다. 휠체어가 들어갈 수 있는 매물부터가 희귀했기 때문이다. 낯선 시스템 설계도 어려움의 연속이었다. 그럼에도 반걸음씩, ‘장애’를 넘어 걸어왔다. 배리어프리가 당연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선 비용, 인식, 교육 등 우리가 해결해 나가야 할 문제들이 많다는 걸 직접 몸으로 겪으며 체감해 왔다.



‘배리어프리’ 서점을 지향하는 테일탱고 서점 내부 전경. 테일탱고 제공

‘배리어프리’ 서점을 지향하는 테일탱고 서점 내부 전경. 테일탱고 제공


공간을 설계하는 일만큼, 그 안에 무엇을 담을지도 중요했다. 서가에는 소설과 시, 에세이부터 인문·사회, 철학까지 폭넓은 분야의 책들이 있다. 그중에서도 인권, 장애, 돌봄과 같은 주제를 큐레이션 해둔 곳은 테일탱고가 가장 아끼는 서가다. ‘서로 다른 우리가 함께 살아가려면’, ‘혐오와 차별 어떻게 끝낼 것인가’ 같은 질문을 중심으로 책을 분류하고 소개하며, 서점의 핵심 가치를 방문자들과 공유한다.



테일탱고에 책은 혼자 읽고 덮는 물건이 아니다. 매일 세계를 넓히고, 서로의 이야기를 이어주는 소중한 매개다. 이곳에선 독서 모임과 북토크 행사가 매달 열리고, 서점 안쪽은 종종 전시장이 된다. 최근엔 시를 듣고 만질 수 있게 한 문학 실험 전시 ‘우리가 아닌 모두에게’를 통해 문학이 특정한 몸, 비장애인만의 예술이 아니라 모두의 예술로 확장될 수 있음을 알렸다. 배리어프리 북토크, 장애 예술인과의 협업, 인권과 사회를 다루는 독서 모임, 국군 장병들과의 책 모임 등을 통해 책은 읽는 이의 손끝에서 세상으로 확장된다.



테일탱고의 배리어프리는 지금도 완성형이 아니다. 계속 보완해가는 과정이며, 이 과정은 어쩌면 끝나지 않을 수도 있다. 테일탱고는 모두가 웃으며 살아가는 세상, 모두가 춤을 권유받는 사회를 꿈꾼다. 누구도 배제되지 않고, 각자의 리듬에 맞춰 머물 수 있는 공간. 테일탱고는 오늘도 그런 춤의 무대를 서점이라는 공간에서 만들어가고 있다.



글·사진 테일탱고 대표 김아영





테일탱고



주소 서울시 마포구 망원로 62-3, 이이헌 1층



인스타그램 instagram.com/tale_tan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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