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수궁 회화나무 프로젝트 l 이명호 외 8인 지음, 민음사, 2만2000원 |
서울 중구 덕수궁의 선원전 터에는 추정 수령 250살의 회화나무가 있다. 선원전은 왕실의 사당 역할을 하던 곳인데 1900년 화재로 전소됐다. 일제는 1919년 고종이 서거하자 선원전 옆 흥덕전을 철거하고, 조선저축은행 중역 사택을 지었다. 해방 뒤엔 경기여고 교사로, 주한미국대사관 관저로 사용됐다. 언제부터인지 정확지 않으나, 회화나무는 언제나 바로 그 자리에 있었다. 1965년 경기여고에 큰불이 났을 때도 나무는 살아남았다.
2004년 다시, 불길이 회화나무를 위협했다. 이번에는 화마를 피하지 못하고 심하게 훼손됐다. 2007년까지 간신히 잎과 꽃을 피워냈던 회화나무는 이듬해 4월 “말라비틀어지고 썩”어 “죽은 게 분명한” 상태가 되고 만다. 그런데 ‘고사 판정’ 7년 만에 신비로운 일이 벌어졌다. 2015년 다시 잎을 틔우고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이어 2022년에는 선원전의 기초 부분 흔적이 드러났다. 2039년까지 선원전을 복원하는 ‘덕수궁 회화나무 프로젝트’가 그렇게 추진됐다.
이명호 작가의 ‘Work View; Heritage #7_Layerd’. 민음사 제공 |
나무의 회생은 사진가, 비평가, 생태학자, 조경·궁궐전문가, 건축가에게 영감이 됐다. 가장 먼저 응답한 이는 사진작가 이명호였다. “그간 허허벌판에 사람의 눈길 한번 못 받았던 나무를 찍”어온 그가 이번에도 회화나무 뒤로 캔버스를 덧대 풍경에 묻혔던 이야기를 오롯이 드러냈다.
책은 나무의 초상에서 도시의 유산과 복원, 생태와 건축, 나아가 지속가능한 발전의 의미를 탐구한다. “인간들이 서로 무너뜨리고 끌어안고 불타오르고 재가 되고 다시 건설되는 동안 저 회화나무 한 그루는 가장 고요히 살아남은 당사자이자 관찰자”(이응준 시인)이기 때문이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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