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22일 국회 본청 중앙홀에 설치된 텐트에서 단식을 하던 중 박근혜 전 대통령이 방문하자 동료 의원들의 부축을 받으며 자리에서 일어나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은 “목숨을 건 투쟁의 진정성을 국민들은 인정할 것”이라며 단식 중단을 권했고, 장 대표는 현장에서 “그렇게 하겠다”며 이를 받아들였다./국회사진기자단 |
쌍특검(통일교·민주당 공천 뇌물 특검) 도입을 요구하며 단식을 해온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22일 단식을 중단했다. 지난 15일 국회 본청 중앙홀에서 단식을 시작한 지 8일째다. 장 대표는 단식을 통해 보수가 결집하는 모양새를 보여줬지만 지방선거를 앞두고 낮은 당 지지율 회복이 과제로 꼽힌다.
장 대표는 이날 정오 구급차를 타고 자택 인근인 서울 관악구의 한 병원으로 이송됐다. 장 대표는 구급차에 오르기 전 “더 길고 더 큰 싸움을 위해서 오늘 단식을 중단한다”며 “부패한 이재명 정권과 더불어민주당의 폭정을 향한 국민의 탄식은 오늘부터 들불처럼 타오를 것”이라고 했다. 장 대표는 작년 8월 당대표 취임 이후 수면 부족 등으로 몸무게가 10㎏ 가까이 줄어들었다고 한다. 이런 상태에서 단식이 길어지자 건강 상태가 급격히 나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당 안팎에선 장 대표가 쌍특검을 관철하진 못했지만, 범보수 결집 성과를 거뒀다고 평가했다. 이날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단식장을 찾아 장 대표를 위문했다. 박 전 대통령이 국회 본청을 찾은 건 지난 2016년 이후 10년 만으로 알려졌다. 박 전 대통령은 “생각이 조금씩 다를 순 있겠지만 정치인으로서 옳다고 생각한 것에 대해서 목숨을 건 투쟁을 한 것, 이 점에 대해서 국민께서는 대표님의 진정성을 인정할 것”이라고 했다.
옛 친윤계가 각을 세웠던 유승민 전 의원, 지난 당대표 선거에서 경쟁했던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이 차례로 농성장을 찾았고, 장 대표의 노선 전환을 요구해온 오세훈 서울시장 등 국민의힘 소속 시도지사 11명도 방문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주장해온 의원들도 단식을 지지했다. 장 대표 단식 중단 이후 열린 국민의힘 긴급 의원총회에서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보수 진영이 결집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의견이 잇따랐다고 한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도 외국 출장을 이틀 줄여 장 대표 농성장을 찾아 쌍특검 공조 의사를 밝혔다. 청와대와 민주당 인사는 단식장을 찾지 않았지만 홍익표 청와대 정무수석이 조만간 장 대표 병문안을 할 예정이다. 단식을 끝낸 장 대표는 분야별 전문가로 구성된 특보단을 발표하고, 지방선거 정책 발표회를 열 계획이다. 다만 민주당이 국민의힘을 상대로 ‘위헌 정당’이라고 공세를 펴면서 여야 갈등은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통일교·공천헌금' 쌍특검법 수용을 촉구하며 단식을 시작한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단식 8일 만에 박근혜 전 대통령의 단식 중단 권고를 받아들이며 단식을 중단하고 병원으로 이송되고 있다. /남강호 기자 |
장 대표 앞에는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체된 당 지지율을 끌어올려야 하는 과제도 있다. 단식 닷새째인 지난 19일 발표된 리얼미터 여론조사(자동응답 방식)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은 전주보다 3.5%포인트(P) 상승한 37%였다. 하지만 단식 마지막 날 발표된 전국지표조사(NBS·전화 면접 조사 방식)에서는 국민의힘 지지율이 직전 조사보다 3%P 하락한 20%로, 작년 8월 장 대표 취임 이후 최저 수준이었다.
장 대표가 오는 26일로 예정된 최고위원 회의에서 한동훈 전 대표 제명을 의결할지도 주목된다. 일부 시도지사, 영남권을 비롯해 상당수 의원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제명 결정을 재고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장 대표 주변에선 윤리위 결정대로 제명을 의결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이 경우 친한계가 반발하며 단식으로 얻은 범보수 결집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야권 관계자는 “2019년 말 황교안 당시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대표가 8일 단식 후 친정 체제를 구축하려다 당 안팎의 반발을 사며 단식 효과가 반감됐다”고 했다.
윤 전 대통령 내란 재판 선고를 앞둔 상황에서 강성 지지층 중심으로 당을 운영할 경우 개혁신당과의 공조에도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이준석 대표는 이날 라디오에서 “이번에 저희가 특검으로 공조하지만 (장 대표가) 좁아진 스펙트럼 속에서 이걸 넓히기 위한 판단을 할 수 있을지 의구심은 있다”고 말했다.
[이해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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