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단독 주택 옥상에 설치된 태양광 패널. /뉴스1 |
정부가 정확한 발전량을 알 수 없어 추정에만 의존해 관리하는 ‘자가용(비계량) 태양광’ 발전 설비가 9년 새 7배가량 급증한 것으로 파악됐다. 대부분의 자가용 태양광이 소규모라 그동안은 별문제가 없었지만 이 추세라면 오는 2040년에는 원전 19기의 연간 생산량에 맞먹는 전력이 정부 통제 밖에서 움직이게 된다. 더는 무시할 수 없는 덩치로 커진 ‘유령 태양광’을 제대로 관리할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후에너지환경부가 김위상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자가용 태양광 설비 용량은 2015년 671MW(메가와트)에서 2024년 4620MW로 약 7배 늘었다. 같은 기간 발전량도 765GWh(기가와트시)에서 5115GWh로 7배가량 증가했다. 전국 128만 가구(4인 기준)가 1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전력량이다.
◇‘연간 오차율’의 착시
문제는 증가 속도다. 자가용 태양광 설비가 현 추세대로 계속 늘어나면, 2040년에는 발전량이 약 15만GWh까지 불어난다. 원전 19기의 연간 생산 전력량에 버금가는 자가용 태양광 설비들이 정부의 통제 시스템 밖에서 전기를 만들게 된다는 의미다.
정부는 현재 가정이나 공장에서 직접 쓰는 자가용 태양광이 전기를 얼마나 생산하는지 정확히 알지 못한다. 설비 현황 데이터를 토대로 추정치 정도만 파악하고 있다. 태양광 보급 초기에는 자가용 태양광 규모가 워낙 미미해 계통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고, 정부도 별도 관리의 필요성을 느끼지 않았다.
그러나 자가용 태양광 설비 용량이 폭증한 지금은 이야기가 달라졌다. 예컨대 자가용 태양광 사용자는 맑은 날엔 자체 생산한 전기만 쓴다. 그런데 갑자기 날씨가 바뀌어 태양광 발전이 멈추면, 이 수요는 순간적으로 한전망으로 몰린다. 전력거래소 입장에선 예상 못했던 전력 수요가 갑자기 들이닥치는 상황에 대응해야 한다는 뜻이다.
2024년 기준 한국의 연간 태양광 발전량 예측 오차율은 3.1%이다. 세계에서 가장 정밀한 수준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블랙아웃(대정전)과 같은 사고는 찰나의 전력 수급 불균형으로 오는 것이기 때문에 오차율만 믿어서는 안 된다고 경고한다.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연간 태양광 발전량 예측 오차율은 낮은 게 맞지만, 시간 단위로 쪼개 찰나의 정확도를 평가하는 시간당 예측 오차율은 최대 40%까지 벌어지고 있다.
◇방치하면 ‘스페인 대정전’ 한국에도 온다
한 전력 당국 실무자는 “전력은 순간적인 수급 균형 붕괴만으로도 대규모 정전이 발생할 수 있다”며 “지금까지는 석탄·LNG 등 완충 역할을 해주는 유연성 발전원 덕에 버텨왔지만, 이들 전원 비중이 점점 축소되고 자가용 태양광 규모는 점점 확대되는 앞으로가 문제”라고 말했다. 김위상 의원은 “정부가 ‘2030년 재생에너지 100GW’ 목표에만 매몰된 나머지 예측 불확실성, 계통 불안 등의 부작용을 간과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했다.
기후부는 전력 시장에 의무적으로 들어와야 하는 태양광 발전소 규모 기준을 1MW보다 낮추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흐지부지됐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서둘러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스페인 대정전’과 같은 대형 사고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문주현 단국대 교수는 “자가용 태양광이 이제는 무시하기 어려운 규모가 됐고 앞으로는 더욱 그렇게 될 것”이라며 “비계량 태양광을 계측 가능한 제도권 안으로 빨리 끌어들여야 한다”고 했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소규모 설비를 직접 제어하는 게 힘들다면, 재생에너지 간헐성을 보완할 LNG·에너지저장장치(ESS) 등의 역할을 확대하는 것이 현실적인 해법”이라고 말했다.
☞자가용(비계량) 태양광
주로 주택이나 소형 공장에서 ‘전력 자급자족’ 목적으로 설치하는 태양광 시설. 정부에 발전량을 보고할 의무가 없는 1MW(메가와트) 미만 규모 설비다. 정부는 자가용 태양광 발전량을 현재 추정치로 관리한다.
[전준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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