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 회복 카드사 경쟁 격화…신용 '완만' 체크 '급성장'
일본 공동 승부처로 부상…중국·미대륙 공략도 병행 전망
한국공항공사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해외 출국을 위해 인천공항을 이용한 승객은 7798만명으로 집계됐다. / 남윤호 기자 |
기준금리 인상 여파를 견뎌내기 위한 국내 신용카드사들의 고군분투가 이어지고 있다. 채권금리 상승으로 조달비용 부담이 커진 가운데, 건전성 관리를 위해 쌓아 올린 대손충당금은 수익성을 직접 압박했다. 가맹점수수료율 인하와 대출 규제 강화까지 겹치며 카드업 영업 환경은 한층 더 거칠어졌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카드사들은 시장별로 다른 해법을 모색하고 있다. <더팩트>는 지난해 카드사별 경쟁 구도와 성적표를 짚고, 개인·여행·법인 시장을 중심으로 올해 전망과 전략 방향을 살펴본다. <편집자주>
[더팩트ㅣ김정산 기자] 한국공항공사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해외 출국을 위해 인천공항을 이용한 승객은 7798만명으로 집계됐다. 전년 대비 약 200만명 증가한 수치다. 코로나19가 본격 확산하기 직전인 2019년(7880만명)과 비교해도 차이가 1%에 불과한 만큼 여행 관련 시장이 사실상 모두 회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같은 흐름에 맞춰 카드업계 역시 각종 여행 특화 상품 등을 앞세워 '여행객 잡기'에 적잖은 공을 들였다.
23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주요 카드사 8곳(신한·삼성·KB국민·현대·우리·하나·롯데·비씨카드)의 개인 신용카드 해외 이용금액은 총 14조349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대비 5052억원(3.73%) 늘어나며 우상향 흐름을 보였다. 그중 두드러진 성과를 낸 곳은 현대카드로, 신용판매 승인액이 연간 12.28% 증가한 3조7642억원을 기록했다. 주요 카드사 가운데 승인액 규모는 물론 증가율에서도 모두 1위를 차지했다.
해외여행 결제 수단이 신용카드에서 체크카드로 옮겨 가는 모양새다. / 더팩트DB |
◆ 해외여행 결제 수단 '신용→체크' 이동
해외여행 시 선호하는 결제 수단이 신용카드에서 체크카드로 옮겨 붙는 모양새다. 지난해 해외 신용카드 승인잔액은 3.73% 오른 반면, 체크카드 승인잔액은 연간 22.70% 상승한 6조5197억원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지주 계열 카드사를 중심으로 환전과 결제 수수료, 자동현금인출기(ATM) 출금 수수료 등을 모두 면제해주는 트래블카드를 내놓으면서 수요가 이동한 까닭이다.
업계에서 가장 먼저 트래블카드를 선보인 곳은 지난 2022년 '트래블로그'를 출시한 하나카드다. 출시 당시 해외여행 수요가 회복하는 과정에 있었던 만큼 시장의 주목을 받지는 못했다. 그러나 이호성 하나은행장의 하나카드 사장 재임 시절 공격적인 마케팅과 홍보 전략을 펼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여행 시장에 선제적으로 진입한 효과를 살리며 해외 체크카드 시장 내 가장 높은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 12월 말 기준 하나카드의 해외 체크카드 승인잔액은 2조9263억원으로 연간 4330억원(17.36%) 증가했다. 이는 44.88%로, 체크카드를 들고 해외로 나가는 소비자 2~3명 중 한 명은 하나카드를 사용하고 있는 셈이다. 최근에는 트래블로그 서비스 가입자가 1000만명을 돌파한 것도 가시적인 성과로 분류된다.
성영수 하나카드 대표 체제에서도 트래블로그는 주요 사업 중 하나로 손꼽힌다. 성 대표는 올해 신년사를 통해 "트래블로그는 차별화된 혁신을 통해 그룹 콜라보 ‘앵커’로서 그룹 손님화를 이끌 것"이라며 "국민 모두가 사용하는 ‘모두의 트래블로그’로 도약할 것"이라고 시사했다.
하나카드는 제휴를 통해 트래블로그의 경쟁력을 높여나갈 방침이다. 앞서 카카오페이와 편의성 제고 프로세스를 구축했으며, 삼성월렛과 트래블월렛 등 주요 플랫폼 기업과 전략적 제휴를 통해 특화 상품을 공개할 방침이다. 해외 개인 결제시장에서의 지배력을 확장하겠다는 취지다.
현재 해외 체크카드 시장에서 하나카드와 경쟁 구도에 있는 곳은 신한카드가 유일하다. 지난 2024년 2월 ‘쏠트래블’을 출시하며 여행 시장에 진입했다. 하나카드와 비교하면 후발주자지만, 경쟁력 제고 차원에서는 공항 라운지 이용권을 추가로 탑재했다. 지난해 체크카드 승인잔액은 연간 26.48% 상승한 2조1260억원으로 집계됐다. 업계에서 해외 체크카드 승인잔액 2조원을 돌파한 곳은 하나카드와 신한카드 두 곳뿐이다.
KB국민카드도 해외 체크카드 시장에서 점유율을 빠르게 끌어올리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지난해 KB국민카드의 체크카드 해외 승인잔액은 8202억원으로 업계 중상위권 수준을 기록했으며, 전년 대비 증가율은 64.02%에 달했다. 지주 계열 카드사 가운데 가장 가파른 상승폭으로, 여행 시장에서 입지를 확대하는 흐름이다.
카드업계가 공동으로 일본 시장을 주목하고 있다. / 서예원 기자 |
◆ 공동 승부처로 떠오른 '일본'…'틈새시장' 중국 공략 움직임도
카드업계가 공동으로 주목하고 있는 시장은 일본이다. 한국공항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서 해외로 나간 1068만명 중 462만5900명(43.31%)이 일본을 방문한 것으로 집계됐다. 해외여행객 10명 중 4~5명꼴로 일본 여행을 떠난 셈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오사카 간사이 공항으로 향한 여행객이 140만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도쿄 하네다와 나리타 공항은 각각 97만명, 62만명으로 나타났다.
일본이 여행객들 사이에서 러브콜을 받으면서 일본 특화 상품과 서비스가 쏟아져 나왔다. 농협카드는 일본 여행객을 겨냥한 'zgm.일본여행중 카드'를 선보였고, 신한카드는 ‘하루 호시노 리조트 카드’와 'SOL트래블J 체크카드'를 잇따라 출시하며 일본 여행 전용 라인업을 강화했다. 숙박·교통·쇼핑 등 현지 소비 패턴에 맞춘 혜택을 전면에 내세워 차별화에 나선 것이 특징이다.
제휴 서비스와 프로모션을 통한 경쟁도 눈에 띈다. 현대카드는 별도의 일본 제휴 서비스를 운영하며 현지 가맹점 할인과 편의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삼성카드는 지난해 해외 이용 편의성을 강화한 ‘iD GLOBAL 카드’를 출시하며 해외 여행 수요를 흡수하고 있다. 우리카드는 자사 트래블카드인 ‘위비트래블’ 이용객을 대상으로 현지 소비에 특화된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일본 여행객을 선점하기 위한 경쟁이 한층 치열해지는 모습이다.
KB국민카드는 경쟁이 치열한 일본 시장 공략과 동시에 중국으로 향하는 여행객을 겨냥한 전략도 병행하고 있다. 중국의 비자 면제 확대 기조에 발맞춘 행보로 풀이된다. 지난 2024년 유니온페이와의 마케팅 협력을 강화한 데 이어, 자사 트래블카드인 '트래블러스'의 '마카오 에디션'과 '홍콩 에디션' 등을 선보이며 중화권 여행 수요 선점에 나섰다. 중국·중화권으로 전략 범위를 확장하는 모습이다.
카드업계는 올해도 일본 여행객 공략 기조를 유지하는 한편, 미대륙 방문객을 겨냥한 특화 혜택을 확대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오는 6~7월 북중미 월드컵 개최에 맞춰 항공·숙박·결제 혜택을 앞세운 상품과 프로모션이 잇따라 등장할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트래블카드 영업 환경이 비우호적으로 변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 서예원 기자 |
◆ 고환율에 트래블카드 '경고등' 전망도
일각에서는 트래블카드 영업 환경이 비우호적으로 변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최근 달러화 강세가 이어지면서 해외 소비 자체에 대한 부담이 커지고 있고, 외화 결제에 특화된 상품을 바라보는 시선도 한층 까다로워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달러를 중심으로 한 환율 변동성이 확대될 경우 '역마진' 우려도 있다.
원화 가치가 낮아질수록 수수료 면제 서비스의 효용은 오히려 커진다는 설명이다. 환율 상승으로 소비 부담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수수료 절감 효과가 상대적으로 부각되기 때문이다. 다만 이 같은 서비스 확대가 외화 유출을 자극할 수 있다는 점에서, 외환당국의 시선은 더욱 엄격해질 수 있다는 지적도 함께 나온다.
실제로 최근 신한은행은 달러를 원화로 환전할 때 최대 90%의 우대 환율을 적용하는 이벤트를 진행했다. 외화 거래 비용을 낮춰 해외 소비와 환전 수요를 동시에 끌어안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환율 방어 기조와도 맞닿아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현 시점에서는 트래블카드를 향한 외환당국의 시선이 곱지 않을 것으로 본다. 여행뿐 아니라 ‘환테크’ 수단으로도 활용되고 있기 때문"이라며 "트래블카드를 활용한 무리한 마케팅은 한동안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kimsam11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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