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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알퍼의 런던 Eye] [20] 영국 외식, 펍으로 돌아가나

조선일보 팀 알퍼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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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살며 가장 좋았던 게 뭐냐고 묻는다면 나는 한 치의 망설임 없이 ‘식당 문화’라고 답할 것이다. 한식의 뛰어난 맛이야 두말할 나위 없고, 무엇보다 영국에 비하면 ‘이 가격에 이 퀄리티라니!’ 감탄사가 나오는 외식 물가가 존재한다. 한국 물가도 무섭게 오르지만 영국 외식 비용은 정말 상상 초월이다.

영국에서는 메인 요리 하나만 주문해도 평균 11~30파운드(약 2만1700~5만9100원)는 기본이다. 생활비 위기 속에 영국인은 지갑을 닫고 있다. 활기가 넘쳐야 할 금요일 저녁이나 주말에도 많은 식당이 썰렁하게 비어 있다. 충격적인 통계에 따르면 영국 레스토랑의 60%가량이 개업 1년 안에, 80%는 5년 안에 문을 닫는다. 2024년에는 영국 최대 패밀리 레스토랑 체인마저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이대로 가면 영국은 ‘레스토랑 없는 나라’가 될 것이라는 영국인들의 불안이 마냥 허무맹랑하게 들리지 않는다.

사실 ‘레스토랑’이라는 단어 자체가 이 모든 것을 설명하는 흥미로운 단서가 된다. 영어가 아닌 프랑스어인데 왜 영국인들이 이 단어를 사용할까? 그건 레스토랑이라는 개념 자체가 19세기 프랑스에서 시작됐기 때문이다. 프랑스 혁명 후 혼란을 피해 영국으로 건너온 파리의 요리사들이 런던에 레스토랑 문을 열었고, 20세기 초 영국 경제 호황과 함께 유럽 전역의 요리사들이 몰려들었다. 이후 2차 대전이 끝나고 이탈리아·인도 등지에서 수많은 이민자가 유입되면서 피자와 커리 식당이 영국 곳곳에 뿌리내렸고, 1980년대에는 영국의 레스토랑 문화가 황금기를 맞았다.

그렇다면 레스토랑이 생기기 전, 영국인들은 어디서 외식을 했을까? 답은 바로 펍(Pub)이다. 펍은 맥주뿐 아니라 귀리로 만든 죽이나 뼈를 고아 만든 스튜처럼 소박한 영국 가정식을 주머니 가벼운 이들도 즐길 수 있는 가격에 제공했다. 만약 이대로 레스토랑이 사라진다면 영국인들은 다시 그 시절 펍으로 돌아가야 할지 모른다. 상상만으로 섬뜩하다.

“Could Britain Become a Nation with No Restaurants?



[팀 알퍼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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