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021년 헌재 결정 이후부터 배상청구권 행사 가능” 판단
“억압적 사회 분위기 참작해야”…시효 소멸 판단한 2심 파기환송
5·18민주화운동 피해자 유족들이 과거 보상금을 받았더라도 국가에 별도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22일 나왔다.
정부는 ‘유족들이 1990년대 보상금을 받았을 때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를 인지했다’며 소멸시효가 지났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대법원은 유족들이 국가 배상을 기대하기 어려웠던 억압적인 사회 분위기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이날 5·18민주화운동 피해자의 유족 34명이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의 상고심에서 ‘원고들의 위자료 청구권은 이미 소멸했다’고 판단한 원심판결을 깨고 사건을 광주고법에 돌려보냈다.
“억압적 사회 분위기 참작해야”…시효 소멸 판단한 2심 파기환송
5·18민주화운동 피해자 유족들이 과거 보상금을 받았더라도 국가에 별도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22일 나왔다.
정부는 ‘유족들이 1990년대 보상금을 받았을 때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를 인지했다’며 소멸시효가 지났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대법원은 유족들이 국가 배상을 기대하기 어려웠던 억압적인 사회 분위기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이날 5·18민주화운동 피해자의 유족 34명이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의 상고심에서 ‘원고들의 위자료 청구권은 이미 소멸했다’고 판단한 원심판결을 깨고 사건을 광주고법에 돌려보냈다.
앞서 5·18 당시 계엄군에게 폭행을 당하거나 숨진 이들의 가족 34명은 1990~1994년 광주민주화보상법에 따라 보상금을 받았다. 당시 광주민주화보상법은 보상금 수령에 동의한 경우 민법상 ‘재판상 화해’가 성립한 것으로 간주했다. 그런데 헌법재판소는 2021년 5월 ‘정신적 손해’ 부분까지 해당 조항을 적용하는 것은 배상청구권을 과도하게 제한한다며 위헌 결정을 했다.
이후 5·18 피해자와 유족들은 국가가 정신적 손해를 배상하라는 소송을 다수 제기했다. 정부는 국가의 불법행위에 손해배상을 청구하려면 ‘손해 및 가해자를 인지한 날’로부터 3년 안에 소송을 내야 하는데, 이 기간을 넘겼다고 했다. 유족들은 헌재 결정이 나온 2021년 5월부터 소멸시효가 진행된 것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1심은 유족 손을 들어줬다. 반면 2심 재판부는 “단기소멸시효는 늦어도 보상금 등의 지급결정을 받은 날부터 진행된다고 봐야 한다”며 이들이 소송을 낸 2021년 11월에는 배상청구권이 이미 소멸했다고 봤다.
대법원은 대법관 11명 다수 의견으로 유족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은 “국가배상은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한다는 의무를 저버리고 오히려 국민에게 불법을 저지른 행위를 사후적으로 회복·구제하기 위해 만든 권리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면서 “이른바 ‘과거사 사건’에서는 진실규명의 어려움과 사회의 억압적 분위기 등으로 배상청구권 행사가 사실상 곤란했다면 이런 사정을 함께 참작해야 한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헌재 결정이 나온 2021년 5월 이후에야 유족들의 배상청구권 행사가 가능해진 것으로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국가배상 소송에서 단기소멸시효(3년)의 기산점(손해를 인지한 날)을 정할 때는 “권리행사의 객관적, 합리적 기대 가능성”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새 법리를 제시했다.
반면 노태악 대법관은 “5·18민주화운동으로 관련자와 그 가족들이 겪은 고통에 대하여 충분한 배상이 이뤄져야 하지만, 현재 법리로서는 가족 고유의 위자료 청구권은 소멸시효가 완성됐다고 봐야 한다”며 “이들에 대한 구제는 입법을 통해 이뤄져야 한다”는 반대 의견을 냈다.
최혜린 기자 cher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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