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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교 ‘TM 문건’ 대해부① "정치 지도자들을 양육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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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교 게이트>를 취재·보도해 온 뉴스타파가 3,200쪽이 넘는 통일교 내부 문건 'TM(True Mother, 참어머님) 특별보고'를 면밀히 분석했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한학자 통일교 총재에게 보고한 것으로 알려진 이 문건에는 통일교의 정치권 로비 실태, 헌금 운용 방식, 언론 활용 방법과 구상 등이 시기별로 정리돼 있다. '통일교 정교유착' 실체를 보여주는 결정적 증거로 평가받는다. 분석 결과를 여러 편으로 나눠 공개한다. <편집자 주>

‘TM 특별보고’ 무엇인가
‘TM 특별보고’는 통일교 2인자로 불렸던 윤영호 전 세계본부장이 한학자 총재에게 교단 현안을 직보하기 위해 작성한 것으로 알려진 통일교 내부 문건이다. TM은 True Mother의 약자로, 통일교에서 ‘참어머니’로 불리는 한학자 총재를 지칭한다. 공개된 문건은 총 3,212쪽 분량이다. 2017년 8월부터 2023년 4월까지 약 6년 간의 기록이 담겨 있다.

문건은 철저한 상향식 보고 구조를 띠고 있다. 각국 책임자와 지구 단위 조직이 현장 상황을 일지 형태로 보고하면, 윤 전 본부장이 이를 선별·요약해 ‘특별보고’ 문서로 정리했다.

재판에서 윤 전 본부장은 "이 문건을 한학자 총재에게 그대로 전달하지는 않았지만, 문건 내용을 토대로 매일 아침 구두 보고했다"고 증언했다. 보고 이후엔 한 총재가 구체적인 지시 사항을 내렸다고 했다.


'TM 특별보고' 2018년 7월 27일 자 내용. 각국 책임자와 지구 단위 조직이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 본부장에게 주요 현안을 보고하면, 윤 전 본부장이 이를 선별·요약해 '특별보고' 문서로 정리했다.


'TM 특별보고’의 신빙성을 뒷받침하는 증언과 정황은 재판 과정에서 잇따라 나오고 있다.

지난 13일 한학자 총재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박 모 통일교 5지구장은 TM 특별보고 '신경상국 참부모님 서신보고서’에 등장하는 문구를 자신이 직접 작성했다고 인정했다.


지난해 12월 1일, 전 통일교 관계자 서 모 씨는 "해외 보고 사항을 윤영호 전 본부장에게 전달하면, 윤 전 본부장이 이를 다시 한학자 총재에게 보고했다"고 증언했다. 또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한 총재의 지시 사항을 전달받으면, 이를 번역해 해외 각국에 전달했다"고 말했다. 서 씨는 2023년 7월까지 통일교에서 통번역과 해외 인사 초대 업무를 담당했다.

뉴스타파는 재판의 핵심 증거이자 수사의 주요 자료로 활용되고 있는 이 문건을 집중 분석했다. 첫 번째로 통일교 관련 의혹 가운데 핵심으로 지목되는 ‘정치권 인사 관리 및 로비’ 정황이 이 문건에서 어떻게 드러나는지 공개한다.

윤 당선 직후 'Y 예방'·'권성동' 문구 등장... '권을 통해서 언제든지 연락'
‘TM 특별보고’에는 윤영호 전 세계본부장이 윤석열 전 대통령 당선 직후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사무실을 방문했을 당시 상황이 자세히 묘사돼 있다.


2022년 대선 이후 작성된 것으로 보이는 보고를 보면 ‘Y예방’이라는 표현이 등장한다. ‘종로구 통의동, 경비·경호가 어마어마하며 4층 건물’, ‘권성동 최측근, 대단, 모든 스태프 알고, 윤 대통령 너무 편함’ 등의 문구가 함께 등장한다.

여기서 ‘Y’는 윤석열이다. 윤석열 당선인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사무실은 당시 종로구 통의동에 위치해 있었다.


'TM 특별보고' 2021년 3월 23일 자 내용. ‘Y예방’이라는 표현이 나오는데, 여기서 Y는 윤석열이다.


문건에는 방문 자리에서 오간 것으로 보이는 대화 내용도 정리돼 있다. ‘윤본(윤영호 전 본부장)에게 어떠 한 부분을 맡기겠다’, ‘국가 프로젝트 제안’, ‘향후 논의하자’, ‘재임 기간에 하자’ 등의 표현이 나온다. 통일교 측이 국가 사업 성격의 프로젝트를 제안했고, 윤 전 대통령이 이를 긍정적으로 검토한 정황으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대통령실의 용산 이전과 관련된 내용도 보고서에 포함됐다. ‘참어머님 의중 전함, 굉장히 기뻐함’이라는 문장이 적혀 있는데, 이는 2022년 대통령 집무실·관저의 용산 이전 결정 과정에서 통일교 측이 한학자 총재의 입장을 윤 전 대통령 측에 전달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통일교 측으로부터 1억 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구속 기소돼 현재 재판을 받고 있는 권성동 의원을 암시하는 문구도 나온다. ‘어머님과 권의원 만남’이라는 표현인데, 이는 윤 전 대통령 당선 이후 권 의원이 경기도 가평 천정궁에서 한학자 총재를 만났다는 특검 공소장 내용과 일치한다.


윤석열의 발언으로 기재된 것으로 보이는 부분에도 권 의원이 등장한다. 해당 문구는 ‘저를 시간이 허락될 때 만나고 싶고, 권을 통해 언제든 연락하라'이다.


윤석열의 발언으로 기재된 것으로 보이는 부분에도 권 의원이 등장한다. 해당 문구는 ‘저를 시간이 허락될 때 만나고 싶고, 권을 통해 언제든 연락하라'이다.

권 의원을 암시하는 키워드도 있다. 특검 공소장에 따르면 윤 전 본부장이 2022년 1월 5일 서울 여의도의 한 고급 중식당에서 권 의원에게 현금 1억 원을 건넸다고 적시돼 있는데, 2022년 1월 3일자 보고서에 '권'이라는 표현이 담겼다.

반면 통일교 측은 해당 보고서의 작성 시점 자체에 강하게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특히 '권'이라는 키워드가 등장하는 문건은 2022년 1월 3일에 작성된 것으로 보기 어렵다며, 왜곡이나 조작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통일교는 뉴스타파에 보낸 서면 입장을 통해 “보고서 작성일이 ‘2022년 1월 3일’로 기재돼 있지만, 본문에는 ‘2023년 새해 인사’라는 표현이 등장하고 2022년 11월 이후 일본 언론 보도 내용이 그대로 인용돼 있어 시점이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전재수·임종성·김규환까지… 여야 가리지 않고 이름 등장
보고서에는 국민의힘 뿐 아니라 더불어민주당 인사들도 등장한다. 통일교가 정당을 초월해 정치권 인사들을 관리해왔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보고서에 등장하는 여당 인사 가운데 대표적인 인물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더불어민주당 의원)이다. 문건에는 전 의원이 한학자 총재를 직접 만났다는 기록이 있다. 전 의원은 2018년 무렵 통일교의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숙원 사업과 관련해 현금 수천만 원과 고가의 명품 시계를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뒤 해양수산부장관에서 물러났고, 수사를 받고 있다.

2019년 1월 7일자 보고 내용을 보면 ‘TM 일정: 전재수 국회의원’이라는 문구와 함께 ‘2019년 1월 7일 오후 2시’라는 구체적인 시간이 적혀 있다. 2018년 12월 28일 보고에도 ‘전재수 미팅’이라는 기록이 나온다. 이 밖에도 “천정궁에 방문한 전재수 의원도 참석해 축사를 했다”, “우리 일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기로 했다”는 표현이 또 다른 일자 보고에 담겨있다.

전재수 의원은 “통일교 행사에 참석해 인사를 나눈 적은 있지만, 금품을 받은 사실은 없다”며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TM 특별보고' 2019년 1월 7일 자 내용. 'TM(한학자) 일정: 전재수 국회의원’이라는 문구와 함께 ‘2019년 1월 7일 오후 2시’라는 구체적인 시간이 적혀 있다.


임종성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통일교의 숙원 사업에 실질적인 도움을 준 정황도 여러 차례 등장한다. 통일교가 한일 해저터널 추진을 위해 설립한 ‘세계평화터널재단’의 명칭을 2017년 11월 ‘세계평화도로재단’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임 전 의원의 협조가 있었다고 기록돼 있다. 임 전 의원이 통일교의 숙원 사업에 여러 차례 실질적인 도움을 준 정황이다.

같은 해 12월 9일자 보고에는 임 전 의원이 해당 재단의 고문직을 맡으며 위촉패를 전달받았다는 대목도 나온다. 2019년 10월 보고서에는 통일교가 추진한 키르기스스탄 수자원 개발 사업에 대해서도 임 전 의원이 지원 역할을 했다는 정황이 담겨 있다.

현재 임 전 의원은 2020년 총선을 전후해 통일교 측으로부터 약 3,000만 원을 받은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임 전 의원은 윤영호 전 세계본부장을 별도로 만난 사실이나 금품이나 정치자금을 받은 적이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TM 문건에 대해서는 '통일교 내부에서 충성을 경쟁하듯 부풀려 작성된 것일 뿐, 실제 행위와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TM 특별보고' 2017년 11월 20일~22일 자 내용. 통일교가 한일 해저터널 추진을 위해 설립한 ‘세계평화터널재단’의 명칭을 2017년 11월 ‘세계평화도로재단’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임 전 의원의 협조가 있었다고 기록돼 있다.


현재 대한석탄공사 사장인 김규환 전 미래통합당 의원은 보고서에 최소 30차례 등장한다. 김 전 의원은 2020년 4월 총선을 앞두고 통일교 측으로부터 약 3,000만 원을 받은 혐의로 입건된 상태다.

문건에서 김 전 의원은 통일교 행사에 꾸준히 참석하며 교단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한 정치인으로 묘사된다. “담력 있게 참어머님을 간증하는 국회의원”이라는 평가가 적힌 대목도 나온다. 또 통일교 관련 학교 학생들을 의원실로 초청해 격려하는 등 교단과 활발히 교류한 정황도 기록돼 있다.

김 전 의원은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그는 “통일교로부터 불법적인 자금을 받은 사실은 전혀 없다. 통일교 측으로부터 받은 900만 원은 합법적인 강의료"라고 주장한다. 아울러 자신을 금품 수수 당사자로 지목한 윤영호 전 본부장을 무고와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TM 특별보고' 2020년 5월 22일 자 내용. 문건에서 김규환 전 미래통합당 의원은 통일교 행사에 꾸준히 참석하며 교단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한 정치인으로 묘사돼있다.


지방선거도 관리 대상…"통일교 물리칠 수 없는 카드 되도록"
문건에는 통일교가 중앙 정치에 그치지 않고 지방자치단체 선거까지 관리 대상으로 삼으려 한 구상이 드러난다.

2020년 11월 2일 보고를 보면,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서울시장 후보자를 포섭하려는 계획이 담겨 있다. ‘서울시 마을공동체사업’을 활용해 통일교인 모임에 대한 금전 지원을 확보하면서, 통일교인 최대 300명을 주민자치위원회 위원으로 참여시켜 “서울시장 후보자가 통일교를 결코 물리칠 수 없는 카드가 되도록 한다”는 구상을 세운다.

2022년 3월 3일자 보고에는 도의원 출신이자 통일교 교인인 박 모 UPF 부회장을 통해 2022년 지방선거에 개입하려 한 정황이 담겨 있다. “박 모 UPF 부회장 4선 도의원 경력을 바탕으로 정치 지도자들을 관리·양육하고 있다”, "올해 6월 1일 지자체 선거에서 참어머님의 사상과 철학을 지지하는 지자체 단체장들이 다수 출연할 것입니다"라고 적혀 있다.

"아베의 부탁이었다"… 문건 속 일본 정치 개입 정황
‘TM 특별보고’ 문건에서는 한국 정치인보다 일본 정치인의 이름이 더 빈번하게 등장한다. 일본 통일교와 자민당 사이의 선거 협력 관계가 비교적 선명하게 드러나는 대목이다. 도쿠노 에이지 당시 일본 통일교 회장을 비롯한 현지 간부들이 일본 정치인 관리와 관련해 올린 내부 보고가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

문건을 보면 일본 통일교 조직이 자민당 후보의 선거 과정에 어떻게 관여했는지, 또 그에 대한 정치권의 반응이 어떤 방식으로 이어졌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자민당의 요청에 따라 특정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한 전국 단위 지원 체계를 가동했다는 대목이 확인된다.

문건에 적힌 선거 지원 방식은 구체적이다. 통일교 신도들을 동원해 전화로 지지를 설득하고, 청년 조직을 파견하는 식으로 자민당 후보를 도왔다. 선거가 끝난 뒤에는 후원회를 꾸리거나 정치인들을 통일교 행사에 초청하는 방식으로 관계를 이어갔다는 설명도 나온다. 도쿠노 전 회장은 2021년 12월 보고에서 “우리가 지원한 국회의원 수가 자민당만 290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실명이 거론된 정치인도 적지 않다.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의 요청으로 참의원 선거에 나선 '이노우에 요시유키' 후보를 돕기 위해 통일교 조직이 전면에 나섰고, 그 결과 당선으로 이어졌다는 내용도 있다. '키타무라 쓰네오' 의원 역시 아베 전 총리의 부탁으로 두 차례 참의원 선거에서 지원을 받았고, 2019년 선거에서는 비례대표 상위권으로 재선에 성공했다고 돼 있다.

문건에는 아베 전 총리와 통일교 사이에 직접적인 소통이 있었음을 보여주는 내용도 담겨 있다. 도쿠노 에이지 당시 일본 통일교 회장은 서신에서 선거 국면마다 특정 후보에 대한 지원 요청이 오갔고, 선거 이후에는 측근을 통해 감사 인사가 전달됐다고 밝혔다.


‘TM 특별보고’ 2019년 7월 24일 자 내용. 도쿠노 에이지 당시 일본 통일교 회장이 일본 자민당 의원 실명을 거론하며 통일교의 지원으로 당선됐다고 서신을 통해 밝혔다.


통일교 측 “객관성·신뢰성 담보 못 해”…‘TM 특별보고’ 반박
통일교 측은 해당 문건의 신빙성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윤영호 전 본부장이 자신의 영향력을 과시하기 위해 주관을 과도하게 반영해 만든 비공식 문건에 불과하며, 사실과 다른 내용이 포함돼 있고, 윤영호 본인에게 불리한 부분은 삭제됐다고 주장한다.

지난 20일 통일교는 뉴스타파에 서면 입장을 보내 "문건의 객관성과 신뢰성을 담보할 수 없다"며 그 근거를 제시했다. 'TM 특별보고'에 다카이치 총리 출신지가 '가나가와'라고 작성되어 있지만, 실제 일본에서 보내온 보고서에는 다카이지 총리 출신지가 '나라'로 작성되어 있는 점 등을 들어 해당 문건은 윤영호 등이 개인 참고용으로 작성한 문건이라고 주장했다.

일본 통일교도 같은 입장을 내놓은 상태다. 지난 16일 보도자료를 통해 "윤 전 본부장이 당초 5,000쪽이 넘는 자료를 검찰에 제출하겠다고 설명했었는데, 현재 알려진 문건이 약 3,000쪽에 불과하다"며 객관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뉴스타파 이명선 sun@newstap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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