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조선인민군 총참모부 대변인은 지난 10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지난해 9월과 지난 4일 한국이 침투시킨 무인기를 격추했다고 주장했다. 사진은 북한이 주장한 개성시 장풍군에 추락한 한국 무인기. 연합뉴스 |
북한 무인기 침투 의혹으로 군경 수사 선상에 오른 민간인들이 군 정보사령부 지원을 받아왔다는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이들 가운데 1명이 지난해 ‘북한제’를 흉내 낸 무인기를 날리다 군경에 적발되고도 석연찮은 이유로 관련 추가 조사를 받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당시 수사가 흐지부지된 배경에 군 정보사 뒷배가 있었던 게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된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업무 복귀 뒤 국방부 조사본부장 직무대리를 맡게 된 박정훈 준장에게 ‘무인기 사건의 철저한 수사’를 첫 임무로 지시했다.
군과 경찰 설명을 22일 들어보면, 북한 무인기 침투 의혹 피의자 가운데 한 명인 장아무개씨는 지난해 11월 경기 여주시에서 북한 무인기와 비슷한 형태의 무인기를 날려 국군방첩사령부와 경찰 등으로 구성된 합동정보조사팀에 적발됐다. 당시 북한제와 유사한 무인기 잔해가 있다는 주민 신고로 조사에 착수한 조사팀은 장씨를 특정했지만, ‘대공혐의점’이 없다고 판단해 항공안전법 위반 혐의만 적용해 검찰에 송치했다.
당시 수사 과정에선 군이 1차적으로 대공혐의점을 살핀 뒤, 경찰도 ‘호기심에 날렸다’는 취지의 장씨 진술만 믿고 실제 비행 의도나 전력 등에 대한 구체적인 조사를 벌이지 않았다. 합동 수사에 참여한 경찰 관계자는 한겨레에 “군도 대공혐의점이 없다고 판단했고 일반인이 북으로 무인기를 날린 전례도 없어 (지금 같은 상황을) 예측하기 상당히 어려웠다”고 말했다. 장씨는 최근 북한 쪽이 무인기 침투를 주장하고, 이재명 대통령이 엄정 조사를 지시한 뒤에야 대학 선후배 관계인 오아무개, 김아무개씨 등과 수차례 북한에 무인기를 보낸 혐의로 군경합동조사태스크포스(TF·티에프)의 조사를 받고 있다.
군경은 당시 수사에서 주변 무인기 동호회 탐문에서 ‘장씨가 평소 저런 형태의 무인기를 날린다’는 취지의 말을 듣고 장씨를 특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제를 흉내 낸 무인기를 ‘상습적’으로 날린 것이 의심되는 정황에도 비행 동기 등에 대한 구체적인 추가 조사는 이루어지지 않은 셈이다. 장씨가 무인기를 날린 지난해 11월은 군 드론작전사령부가 북한을 상대로 무인기 도발을 감행한 정황이 드러나 비슷한 의도를 짐작할 수 있는 시점이었다. 이에 더해 통상 무인기에 탑재된 비행경로를 저장하는 장비 등도 군경 모두 확보하지 않았다. ‘아스팔트 우파’ 단체 활동에 모습을 드러내고, 30대 초반 나이에 북한 관련 언론 매체를 운영하는 등 이들의 독특한 이력 또한 인터넷 검색 등으로 손쉽게 드러나지만 조사 범위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당시 장씨에 대한 부실한 수사 배경에 군 정보사 개입이 있었던 게 아니냐는 의구심도 제기된다. 오씨가 지난해 4월 북한과 국제문제를 다루는 온라인 매체 두 곳을 만들고 운영하는 데 정보사 요원이 돈을 댄 정황에 이어, 이들이 이재명 정부가 들어선 최근까지 정보사와 관계를 지속해 왔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실제 두 매체는 최근까지도 정상 운영되며 지속해서 기사를 게재해왔다. 장씨가 무인기를 날린 지난해 11월에도 군 정보사와 관계 맺고 있었을 여지가 큰 셈이다. 이에 대해 당시 수사를 맡았던 군 관계자는 “우리는 북한과 관련 있는지를 주로 살펴봤고, 장씨가 민간인이다 보니 군 쪽에서 추가 수사는 진행할 수 없었다”며 “최근 나오는 (정보사와 연관성 등) 정보는 그때까지만 해도 몰랐다”고 설명했다.
북한 무인기 침투 의혹을 수사하는 군경합동조사태스크포스(TF·티에프)는 장씨와 오씨, 이들과 함께 무인기 업체에서 ‘대북전담이사’ 직함 등으로 활동해 온 김씨 등 3명의 집과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해 확보한 휴대전화 등을 분석하는 한편, 군 정보사 개입 의혹 전반으로 수사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안규백 국방부장관은 전날 군 정보·수사기관 3곳의 업무보고를 받으며 박정훈 국방부 조사본부장 직무대리(준장)에게 “북 침투 무인기 관련 조사 및 수사를 한 점의 의혹도 남지 않도록 철저히 수행하라”고 지시했다.
정봉비 기자 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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