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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장애인차별금지법 시행령 개정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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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단체들로부터 장애인 접근성을 크게 후퇴시켰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에 관한 법률’(이하 장차법) 시행령이 22일부터 시행됐다. 2025년 11월18일 일부 개정된 장차법 시행령은 무인정보단말기(키오스크) 설치 및 운영에 관한 편의시설에 요구되는 조항의 대부분을 삭제했다. 개정 논의 과정에서 소상공인들의 무인정보단말기 설치 및 운영에 따른 부담 완화를 고려했다고 한다.

무인정보단말기를 통한 서비스가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일상에서 장애인이 무인정보단말기를 이용할 권리를 사실상 박탈했다는 원성이 높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디지털포용법 시행령에서 요구하는 내용과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게 되어, 효율적이고 일관된 정책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것이 정부 설명이지만, 여기엔 큰 맹점들이 있다.

무엇보다 장차법 시행령은 그 내용 자체가 모순이다. 장애인 고객 접근을 보장하는 편의 조항은 모두 삭제된 채, 고객 요청에 응답할 수 있는 호출 기능과 보조 인력만 유지하면 편의보장 요구사항이 면제되게 한 내용은 어불성설이다. 무인정보단말기는 인건비가 부담스러워서 영업장에 설치하는 시설물인데, 최소한의 필수 인력만으로 유지되는 시설과 영업장에서 장애인이나 고령자의 호출에 즉각적으로 응대할 수 있는 인력을 어떻게 유지할 수 있다는 말인가?

한마디로 장차법 시행령은 장애인과 고령자의 독립적인 삶과 최소한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만든 모법의 본질과 취지를 훼손시키는 개악이다.

또한 장차법과 디지털포용법은 각 시행령이 추구하는 목적과 적용 대상부터 다르다. 장차법 시행령 제10조의2는 장애를 가진 사용자가 무인정보단말기를 접근·이용하는 데 불편이 없도록, 기기의 설치와 운영을 책임지는 사업자에게 편의시설 설치를 의무로 부과한 조항이다. 반면 디지털포용법 시행령의 ‘우선구매 대상 지능정보제품’ 제도는 조달청을 통해 공공기관에 무인정보단말기를 입찰·조달하고자 하는 제조업체가 사용자 인터페이스 접근성을 시행령 지침에 따라 검증받음으로써 가점을 부여하도록 하는 권장 제도이다.

조달청을 통한 입찰과 구매 과정에 참여하지 않는다면 굳이 검증받을 필요도 없다. 이번 시행령 개정으로, 사업자는 무인정보단말기 제조업체에 계약 조건으로 디지털포용법의 접근성 검증 통과를 요구하며 자신들의 책임을 온전히 제조업체에 떠넘길 수 있게 됐다.


무인정보단말기의 편의 증진을 위한 장차법 시행령은 올해 1월28일자로 모든 시설물과 영업장에 전면 적용이 예정돼 있었다. 그동안 준비되지 않은 기업과 소상공인들의 경제적 부담 완화를 명분으로 반쪽 시행이 거듭되다가, 전면 시행에 앞서 주요 요구사항을 대부분 삭제하면서 사업자가 장애를 가진 사용자들에게 제대로 된 편의를 제공하지 않아도 아무 일도 없게끔 면죄부를 준 셈이다.

정부가 나서서 모법의 취지를 무색하게 하는 시행령 개정을 공표하는 것이 적절한가. 장애인 차별금지 정책을 주관하는 보건복지부가 정작 장애인들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있다. 제대로 된 정부, 주무부처의 역할로 온당치 않다.

이성일 성균관대 시스템경영공학과 교수

이성일 성균관대 시스템경영공학과 교수

이성일 성균관대 시스템경영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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