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 우두머리죄 피고인 윤석열이 구속 취소로 풀려나 구치소 밖으로 나오며 웃었을 때, 나는 내 안에 숨은 살의(殺意)를 확인하고 놀랐다. 살면서 잘 느껴보지 못했던 격한 감정이었다. 지금도 그 장면이 나오면 주먹을 불끈 쥐게 된다.
특별검사가 윤석열에게 사형을 구형하고, 그의 얼굴에 비친 헛웃음을 보면서는 또 다른 복잡한 감정이 들었다. 윤석열은 자신의 ‘메시지성 계엄’ 궤변에 검사가 ‘상징적 사형 구형’으로 패러디한 것이라고 생각했을까.
전두환에 이어 30년 만에 같은 법정에서 되풀이된 전직 대통령 사형 구형이라는 역사적 장면을 지켜본 시민들의 반응은 대체로 ‘인과응보 아니겠느냐’는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사형 구형을 축하하며 ‘사형 선고까지 이어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그들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그를 사형에 처해야 한다는 주장에는 반대한다.
특별검사가 윤석열에게 사형을 구형하고, 그의 얼굴에 비친 헛웃음을 보면서는 또 다른 복잡한 감정이 들었다. 윤석열은 자신의 ‘메시지성 계엄’ 궤변에 검사가 ‘상징적 사형 구형’으로 패러디한 것이라고 생각했을까.
전두환에 이어 30년 만에 같은 법정에서 되풀이된 전직 대통령 사형 구형이라는 역사적 장면을 지켜본 시민들의 반응은 대체로 ‘인과응보 아니겠느냐’는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사형 구형을 축하하며 ‘사형 선고까지 이어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그들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그를 사형에 처해야 한다는 주장에는 반대한다.
법리적으로는 검사의 사형 구형이 정당화될 수 있다. 형법에 사형이 형벌로 규정돼 있고, 내란 우두머리죄의 법정형은 무기징역(금고), 사형뿐이다. 시대착오적인 친위 쿠데타로 헌정을 유린해 시민들을 위협하고 나라를 혼란에 빠뜨린 내란범이 범행을 부인하며 반성하는 태도조차 보이지 않는데, 최저형을 구형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내란을 이겨낸 이 사회의 토론이 이러한 법 형식 논리에 갇히지 않으면 좋겠다.
한국은 실질적 사형 폐지국으로 분류된다. 김영삼 정부가 임기 말인 1997년 12월 지존파 조직원 등 23명을 처형한 것을 끝으로 28년 넘게 사형을 집행하지 않았다. 2010년대 이후 사형 판결은 거의 내려지지도 않았다. 검사가 간혹 연쇄살인범 등 강력범에 대해 사형을 구형해도 법원은 최대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드물지만 여전히 사형을 집행하는 일본, 대만과 구별된다. 2년여 전 법무장관 한동훈이 사형 집행시설 점검을 지시하며 사형국가로 돌아갈 기미를 보였지만, 국제사회와 인권활동가의 반발에 결국 ‘가석방 없는 무기징역’을 도입하자며 물러섰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한 사람의 생명을, 국가조차도 빼앗을 권리가 없다는 것은 점점 더 널리 받아들여지는 명제이다. 국제앰네스티에 따르면 2023년까지 사형제를 완전히 폐지한 나라는 영국, 프랑스, 독일 등 112개국이며, 한국 같은 실질적 폐지국까지 포함하면 144개국에 달한다. 윤석열이 밉다고 예외를 만들 수는 없다. 사형수 출신 대통령 김대중이 집권한 이후 어렵게 디뎌온 사형제 폐지를 향한 발걸음을 무위로 돌릴 수는 없다.
사형의 범죄 예방 효과는 입증되지 않았다. 2022년 헌법재판소의 사형제 위헌 헌법소원 변론에 법무부 쪽 참고인으로 나온 법학자마저 사형제가 합헌이라면서도 범죄 억지력은 확실치 않다고 인정했다. ‘불완전한’ 인간이 운영하는 모든 제도는 오류 가능성이 내장돼 있다. 최근 몇개월 사이에도 수십년 전 사형된 피고인이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는 경우가 여럿 있었다.
윤석열이 훗날 재심에서 무죄를 받을 수 있다는 얘기가 아니다. 생명권을 존중하고 인간의 한계를 인정한다면 결코 사형제에 동의할 수 없고, 그 원칙은 비록 탐탁지 않지만, 윤석열에게조차 지켜져야 한다는 점을 말하려는 것이다. 무엇보다 비무장 시민의 용기로 평화롭게 민주주의와 인권의 가치를 지켜낸 내란 사태의 귀결이 권위주의와 반인권의 상징인 사형이어서는 안 된다.
그렇다면 내란 우두머리에 대한 엄중한 심판은 어떻게 할까. 법원이 내란죄 유죄 판결을 하고 무기징역으로 단죄해야 한다. 그것은 이미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내란 중요임무종사죄를 무겁게 물은 이진관 재판부를 통해 일부 구현됐다. 이제 내란 ‘본류’ 사건을 맡은 지귀연 재판부가 윤석열과 그 수하들의 행동이 내란 범죄임을 분명히 하고 자유형 중 최고형으로 단죄하는 것이 남았다.
국회는 내란 관련자들의 확정 판결 전에 내란·외환 범죄자에 대한 대통령의 사면권을 제한하는 입법을 해야 한다. 대통령의 사면권이 헌법에 규정된 이상 위헌 논란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대통령에게 집중된 권력이 이번 사태의 한 요인이었음을 기억한다면, 방법의 문제일 뿐 대통령의 사면권 제한은 폭넓은 지지를 얻을 수 있다.
세계 권력의 중심, 미국이 권위주의와 파시즘으로 퇴행하며 전 세계적으로 가치가 전도되고 혼란스럽지만, 한국 사회는 다르게 갈 수 있다. 내란범에 대한 합당한 처벌도 그 길을 위해 필요하다.
손제민 사회에디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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