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장중 코스피 5000 돌파에 환호하고 있다. 이준헌 기자 |
한국 증시가 1956년 첫 거래 시작 후 70년 만에 ‘코스피 5000 시대’를 열었다. 지난해 10월27일 사상 처음 ‘4000’을 넘어선 지 석 달 만에 5000 시대를 빠르게 열었다. 증시의 뜨거운 열기가 얼어붙은 민생을 녹이고 양극화 해소의 마중물이 되길 기대한다.
코스피지수는 22일 개장 직후 5000선을 돌파해 장중 5019.54까지 올랐다가 차익 물량이 증가하며 종가는 전날보다 42.60포인트(0.87%) 오른 4952.53으로 마감했다. 코스닥도 전날보다 19.06포인트(2.00%) 오른 970.35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피는 올 들어서도 지난 20일을 제외하곤 연일 최고 종가를 갈아치우는 활황세를 보이고 있다. 12·3 내란이라는 정치·사회적 불안을 극복하고,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주주로 확대하는 상법 개정 등 한국 증시를 억눌렀던 ‘코리아 디스카운트’ 요소들을 해소해온 결과라 할 수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말한 “주가 조작하면 패가망신”의 후속 조치들이 시행되고, 미국과의 관세협상이 지난해 하반기 실마리가 풀린 것도 호재로 작용했다. 세계적으로 풍부한 유동성에 인공지능(AI)·자율주행, 우주·항공 등이 신성장 산업으로 주목받은 것도 주효했다.
하지만 주식시장 밖 우리 경제는 뜨겁지 못하다. 지난해 75% 넘게 뛴 코스피 상승세와 달리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1%에도 미치지 못했다. 특히 4분기에는 전 분기 대비 0.3% 역성장했다. 잠재성장률을 밑도는 경제 부진에 환율과 물가가 오르면서 소비는 위축되고 서민·자영업자들의 고통은 계속되고 있다. 우리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은 반도체 호황에도 지난해 4분기 2.1% 축소됐고 기업들의 설비투자 역시 1.8% 뒷걸음쳤다. 부동산 불안으로 인한 가계부채 증가와 청년 일자리 부족, 노인 빈곤은 우리 경제의 ‘만성질환’이 되면서 양극화의 그늘은 짙어지고 있다. 증시와 실물경제의 괴리를 해소하고, 반도체·AI·로봇 등 특정 종목에 수익률이 쏠린 주식시장 온기도 더 확대해야 한다.
‘코스피 5000’이 우리 경제를 한 단계 도약시키는 계기가 되려면 기업은 경영 혁신과 적극적 투자로 실적을 개선하고, 정부는 그 실적이 소액주주에게도 온전히 돌아갈 수 있도록 기업 지배구조 개선책을 꾸준히 시행해야 한다. 자본시장을 혼탁하게 만드는 부당거래·중복상장을 막을 장치도 시급하다. 그렇지 않고선 증시에서 얻은 이익이 언제든지 미국 등 해외 시장이나 수도권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갈 수밖에 없다. 시장과 기업의 투명성·경쟁력을 높여 모두의 성장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코스피 5000’은 일회성 환호에 그칠 수 있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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