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조국혁신당에 합당을 제안하고 있다. 김영원 기자 forever@hani.co.kr |
22일 조국혁신당을 향한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합당 제안은 청와대의 요구에 따른 것이거나 최소한 사전 조율을 거친 결과물이라는 것이란 관측이 많다. ‘12석 원내정당’과의 ‘당 대 당 통합’은 ‘163석 집권여당’의 대표가 가진 재량권의 범위를 넘어선 정치적 중대사이기 때문이다. ‘1인1표제’ 도입을 통해 당내 장악력을 차근차근 높여가던 정 대표 개인에게도 혁신당과의 통합은 정치적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이란 점도 이런 관측에 힘을 더한다.
이날 청와대는 정 대표의 합당 제안 기자회견 뒤 “민주당과 혁신당의 합당은 이재명 대통령의 지론”(홍익표 정무수석)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홍 수석은 정 대표로부터 회견 내용을 사전에 연락받았다고 전하며 “양당 간 논의가 잘 진행되기를 (바라며) 지켜보겠다”는 말도 했다.
정치권에선 홍 수석이 민주당과 혁신당의 통합 논의가 ‘잘’ 진행되길 바란다고 한 것에 주목한다. 민주당 지도부 관계자는 “청와대가 정계 개편은 당에서 논의할 일이라고 선을 그은 것이 아니라, 논의가 합당 쪽으로 잘 진척되길 바란다는 취지의 메시지를 낸 것에 많은 의미가 담겨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원조 이재명계’로 불리는 김영진 민주당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혁신당과의 합당은 지방선거 승리, 더 나아가 차기 대선 후보군을 만들어가는 기반 다지기란 차원에서 맞는 방향”이라며 “(진영) 모두를 위해 맞는 방향을 선택한 정 대표의 결단을 지지한다”고 했다.
당내에선 대표직 연임에 이어 차기 대선 후보 자리를 노리는 정 대표가 잠재적 경쟁자인 조국 대표에게 ‘합치자’는 제안을 한 것은 일단 6·3 지방선거에서 좋은 결과를 내는 것이 급선무라는 판단을 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한 수도권 재선 의원은 “정 대표에게 혁신당과의 합당은 경쟁자를 집안에 들이는 위험을 감수하는 것”이라며 “그럼에도 결단을 한 것은 합당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가 지방선거 결과가 만족스럽지 못할 경우 당대표 재선도 어려워질 수 있다고 본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
이날 합당 제안 뒤 의원들은 물론 당원들 사이에서도 큰 반발이 일었다. ‘사전 논의 없이 정 대표가 개인 욕심으로 독단적으로 결정한 것 아니냐’는 취지가 대부분이었다. 일부 당원들은 이날 당권파 의원들에게 집중적으로 항의 전화·문자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이언주 최고위원은 이를 들어 “차라리 전당원대회를 열어서 전당원들에게 직접 다 물어보고, 당대표의 진퇴도 묻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논란이 거세지자 정 대표는 페이스북에 “저는 오늘 제안을 한 것이고, 당연히 당원들의 뜻을 묻는 절차가 있다. 민주당은 당원주권정당”이라는 글을 남겼다.
당 안에선 ‘범여권 통합’이라는 상징적 효과를 고려할 때, 시간이 지나면 반발이 사그라들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한 호남권 다선 의원은 “지금은 정 대표가 당내에서 충분한 논의 없이 일을 벌였다며 반발하지만, 합당 같은 일을 추진할 때는 사전 논의가 어려운 측면이 있다. 조국 대표도 합당을 하는 것이 개인의 정치적 선택지를 넓혀나가는 데 좋기 때문에 논의에도 곧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민주당은 합당 제안 발표 전 조 대표와도 충분한 교감이 있었다고 설명한다. 전날 오후 “조 대표에게 합당 제안 회견을 미리 알린 것은 물론, “조 대표가 (사면 뒤) 정치에 복귀한 시점부터 여러 차례 (합당을 두고) 교감했다”(박수현 수석대변인)는 것이다.
최하얀 김채운 고경주 기자 ch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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