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7년 이후 의과대학 정원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된 가운데 지역·필수의료 인력 확보를 위해서는 증원분 전부에 '지역의사제'를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시민사회와 의료계는 의사인력 추계 자체의 신뢰도에 의문을 제기하며 의료 시스템의 근본적인 변화를 촉구했다.
신현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보건의료정책연구실장은 22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 서울에서 열린 '의사인력 양성 관련 토론회'에 발제자로 나서 지역의사제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단순히 의사 수만 늘리는 것으로는 현재의 의료 위기를 해결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현재 국내 의사 인력의 약 28%는 서울 의료기관에 종사하고 있다. 인구 1000명당 의사 수는 서울이 3.6명이지만 세종과 경북은 1.4명에 불과할 정도로 지역 간 격차도 크다.
보건복지부가 22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 서울에서 개최한 '의사인력 양성 관련 토론회'에 참석한 패널들이 지역의사제의 필요성 등과 관련해 토의를 하고 있다. 최태원 기자 |
신현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보건의료정책연구실장은 22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 서울에서 열린 '의사인력 양성 관련 토론회'에 발제자로 나서 지역의사제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단순히 의사 수만 늘리는 것으로는 현재의 의료 위기를 해결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현재 국내 의사 인력의 약 28%는 서울 의료기관에 종사하고 있다. 인구 1000명당 의사 수는 서울이 3.6명이지만 세종과 경북은 1.4명에 불과할 정도로 지역 간 격차도 크다.
이에 증원 후 인력이 수도권으로 쏠리는 것을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로 지역의사제 도입이 논의된다. 지역의사로 선발된 학생은 의사 면허 취득 후 해당 지역에서 10년간 의무복무를 해야 한다. 조건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정부는 면허 정지 또는 취소 처분까지 내릴 수 있다.
신 실장은 지역의사제 외에도 공공의료 분야의 전문 인력을 양성하기 위한 별도의 방안으로 '공공의대' 설립도 제안했다. 이는 4년제 국립 의학전문대학원 형태로 운영되며, 15년의 의무복무 기간이 적용된다. 지역 신설 의대를 설립해 지역의사를 양성할 수 있다는 구상도 제시했다.
신 실장은 "의대 증원은 지역 의료인력을 확보하기 위한 시작일 뿐 첫 입학부터 전문의 배치, 의무복무 종료 후 지역 정착까지 긴 시간이 소요되는 여정"이라며 "의료계와 정부, 대학이 함께 성장하는 공진화(Co-evolution)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정우 의료인력수급추계센터장은 이날 통계적 모형을 통해 도출된 의사 수급 추계 결과를 발표했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미래 의료 환경 변화와 정책 변수를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2037년 기준 의사 인력은 최소 2530명에서 최대 4800명까지 부족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어진 토론회에선 시민단체들이 발제 내용의 재정적 불투명성과 방향성 문제 등을 지적했다. 조은영 한국YWCA연합회 회장은 "왜 지역의사제 정책이 필요한지에 대한 근본적 진단과 가치 지향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실종됐다"며 "시스템의 근본적인 변화 없이 미봉책만 내놓는 것은 점진적인 죽음으로 가는 길"이라고 비판했다. 조 회장은 특히 "제안된 시나리오별로 투입될 정확한 재정 규모나 비용 효과성에 대한 분석이 없어 국민들이 충분한 정보 없이 결정을 강요받는 실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성주 한국중증질환연합회 대표는 "중증 환자에게 의료는 통계 수치가 아니라 오늘 살 수 있느냐의 절박한 생존 문제"라며 "10년 뒤에나 현장에 투입될 인력을 논하는 것은 지금 환자들에게 아무런 대책이 되지 못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그러면서 "환자의 생존권을 최우선 기준으로 인력 정책을 전면 재설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의료계는 수급 추계 결과의 과학적 타당성에 의혹을 제기했다. 안덕선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장은 "추계가 정책 형성을 위한 객관적 입력값이어야 하지만, 이번 논의는 이미 정해진 증원 규모에 숫자를 끼워 맞추는 거꾸로 된 방식으로 진행됐다"고 말했다.
조승연 영월의료원 외과 과장은 지역 현장의 극심한 구인난을 전하며 "단순히 숫자만 늘리는 대책은 무용지물이 될 것"이라 경고했다. 조 과장은 "아무리 많은 의사를 뽑아도 결국 강남에 가서 점 빼고 머리 심는 의사만 늘어날 것"이라며 "수가 체계의 전면 개편과 비급여 관리 없이는 의사들이 지역 필수의료에 종사하지 않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토론회에 참석한 이형훈 복지부 2차관은 "의사인력 규모 결정이 모든 문제의 해결책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지역·필수 의료 위기를 극복하고 지속 가능성을 높일 종합적인 의료혁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최태원 기자 peaceful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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