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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위로부터의 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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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총리 한덕수를 법정구속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이진관 부장판사)는 12·3 비상계엄을 “위로부터의 내란”으로 규정했다. 국가 헌정질서를 문란케 하는 내란은 두 종류가 있다. 아래로부터의 내란과 위로부터의 내란이다. 전자는 권력이 없는 자가 권력을 잡기 위해 일으킨 내란이다. 후자는 권력자가 권력을 강화하기 위해 벌인 내란으로 ‘친위 쿠데타’로 부른다.

집권세력이 꾸미는 친위 쿠데타는 동서고금에서 성공 확률이 높고, 독재로 이어진 일이 많다. 1934년 6월30일 독일 총리 아돌프 히틀러는 자신이 속한 나치당의 2인자이자 정적인 에른스트 룀을 온천 휴양지로 불러 역모를 꾸몄다는 이유 등을 들어 즉결처분한다. ‘장검의 밤’으로 불리는 이 사건 후 히틀러는 바이마르 공화국 체제를 무너뜨리고 총통 자리에 오른다. 중국의 마오쩌둥은 1966~1976년 청소년 홍위병을 선동해 반대파를 숙청하는 이른바 ‘문화대혁명’을 일으켰다. 임기 연장과 영구 집권을 꿈꾼 1952년 이승만의 발췌개헌과 1972년 박정희의 유신도 마찬가지다.

다행히 윤석열의 12·3 친위 쿠데타는 좌절됐다. 유혈 사태도 일어나지 않았고, 6시간 만에 끝났다. 그러나 계엄 종료는 무장한 계엄군에 맨몸으로 맞서 국회를 지킨 시민들 덕분이지, 윤석열의 자비 때문이 아니다. 그런데도 윤석열은 계몽령 운운하며 다친 사람도 없는데 무슨 내란이냐고 말 같지 않은 소리를 한다.

이진관 재판부는 “친위 쿠데타를 더욱 엄하게 처벌해야 한다”며 아래로부터의 내란 단죄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현 대법원 판례 양형은 기준이 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초범이고 79세인 한덕수에게 특검 구형(징역 15년)보다 더 높은 징역 23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위로부터의 내란은 그 위험성의 정도가 아래로부터의 내란과 비교할 수 없다”며 “무엇보다도 국민이 선출한 권력자가 헌법과 법률을 경시하고 이를 위반하는 내란 행위를 함으로써 국민이 가진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에 대한 신념 자체를 뿌리째 흔들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진관 부장판사가 한덕수에게 유죄를 선고하며 읽은 4000자 양형 사유가 정의롭고 무게 있다. 독자들에게도 일독을 권한다.

이진관 부장판사가 21일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1심 선고 공판에서 판결문을 읽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제공

이진관 부장판사가 21일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1심 선고 공판에서 판결문을 읽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제공


오창민 논설위원 risk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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