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공항을 이용하는 여행객들이 체감하는 현실은 다르다.
출국장 앞에 늘어선 긴 대기 줄, 특정 시간대에 집중되는 승객, 예고 없는 통제와 그로 인한 혼잡과 불만.
대형 사고는 없었을지 모르지만, 안전에 대한 위협은 일상처럼 반복된다.
이러한 장면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해외 주요 공항들은 혼잡과 위험을 일시적인 사고가 아니라 구조적 문제로 인식해 왔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국제공항(LAX)은 터미널 앞 교통 혼잡과 보행자 충돌 위험이 상시적인 과제였다.
LAX가 선택한 해법은 인력을 늘려 통제하는 방식이 아니었다.
자동화된 피플 무버(People Mover)를 도입해 승객 이동 흐름 자체를 재설계했다.
터미널 주변 혼잡을 구조적으로 줄인 것이다.
이는 '질서 유지'가 아니라 '동선 분리'라는 근본적 접근이었다.
마이애미 국제공항도 같은 선택을 했다.
여러 터미널로 분산된 구조에서 승객 이동 중 발생하는 혼잡과 지연이 반복되자, 공항 내부에 스카이트레인(Skytrain)을 구축해 장거리 이동 구간을 자동화했다.
그 결과 승객 체류 시간은 줄고, 특정 지점에 혼잡이 집중되는 현상도 완화됐다.
이 역시 사고 이후의 대응이 아니라, 예측 가능한 위험을 사전에 제거한 사례다.
유럽의 히드로 공항은 혼잡을 '사람이 몰리는 문제'가 아니라 '사람이 멈추는 지점의 문제'로 해석했다.
보안검색대, 출입국 심사대, 면세구역 입구처럼 체류 시간이 길어지는 구간을 중심으로 동선을 재배치하고, 대기 시간을 실시간으로 분산·안내하는 공항 전체의 흐름을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운영 시스템(APOC)을 구축해 운영하고 있다.
혼잡을 없애기보다, 혼잡이 위험으로 바뀌지 않도록 관리한 것이다.
최근 개항을 준비 중인 인도의 노이다 국제공항은 한 단계 더 나아갔다.
이 공항은 AI 기반 통합운영 플랫폼을 도입해 개항 초기부터 수요 예측, 생체인식 체크인, 실시간 밀집도 분석을 전제로 터미널을 설계했다.
특정 시간대에 승객이 몰릴 것이라는 사실을 '피할 수 없는 현상'이 아니라 설계의 출발점으로 받아들인 것이다.
무사고를 목표로 삼기보다, 위험이 발생하지 않는 구조를 목표로 한 접근이다.
이들 사례가 보여주는 공통된 메시지는 분명하다.
안전은 사고가 없었는지를 따지는 결과가 아니라,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을 얼마나 사전에 제거했는가의 문제다.
항공기 안전이 수많은 가정과 시뮬레이션 위에서 설계되듯, 공항의 혼잡과 이동 동선 역시 예측과 설계를 통해 관리돼야 한다.
서비스마케팅과 운영관리 이론에서도 고객의 행동은 개인의 성향보다 설계된 환경과 제공된 정보의 결과로 본다.
어디에서 멈추고, 얼마나 기다리며 어디로 몰리는지는 대부분 공간 구조와 정보가 만들어낸 행동이다.
불확실한 대기와 예측 불가능한 통제는 불만을 키우고, 그 불만은 어느 순간 위험으로 전환된다.
새해에 우리가 바꿔야 할 것은 대책보다 질문이다.
"왜 혼잡이 특정 시간과 공간에 집중되는가"가 아니라, "왜 이 시간과 공간은 사람들을 이렇게 행동하게 만드는가"라는 질문이다.
통제와 계도 중심의 관리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이제는 동선을 분리하고 혼잡을 분산하며 흐름 자체를 재설계해야 한다.
무사고는 목표가 될 수 없다.
그것은 결과일 뿐이다.
목표는 보장된 안전, 즉 위험을 미리 예측하고 구조적으로 제거하는 안전이어야 한다.
새해의 공항이 진정으로 안전해지기를 바란다면, 사고가 나지 않기를 바라는 관리에서 벗어나 사고가 나지 않도록 구조를 바꾸는 결단이 필요하다.
그것이 지금 우리 항공산업이 가져야 할 가장 현실적인 각오일 것이다.
윤한영 한서대 항공교통물류학과 교수 항공업계,공항,안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