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뉴스
서울
맑음 / -3.9 °
연합뉴스 언론사 이미지

5·18 '정신적손해' 위자료 청구…대법 "소멸시효 안 지났다"

연합뉴스 이미령
원문보기
2021년 5월 헌재 '화해간주 조항 위헌 결정' 이후 장애사유 해소
"국가가 뒤늦게 관련 법령 집행 과정서 보상 대상·범위 협소하게 규정"
대법원 전경[연합뉴스TV 제공]

대법원 전경
[연합뉴스TV 제공]



(서울=연합뉴스) 이미령 기자 = 5·18 민주화운동 유족들이 정신적 손해를 배상하라며 2021년 11월 국가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소멸시효가 지나 청구권이 없다는 원심판결을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깼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22일 5·18 민주화운동 과정에서 다치거나 숨진 이들의 가족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심의 원고패소 판결을 깨고 사건을 광주고법에 돌려보냈다.

원고들은 옛 광주민주화보상법에 따라 1990∼1994년 보상심의위원회로부터 보상금 지급 결정을 받고 이에 동의해 보상금을 수령한 이들로, 이번 소송은 2021년 5월 나온 옛 광주민주화보상법에 관한 헌법재판소 위헌 결정이 계기가 됐다.

이 법은 신청인이 보상금 지급 결정에 동의한 경우 민주화운동 관련 피해에 대해 '재판상 화해'가 성립된 것으로 본다는 조항을 두고 있었다. 그러나 헌재는 2021년 5월 해당 조항에 대해 "민주화운동 관련 피해 중 정신적 손해에 대한 국가배상 청구권 행사까지 금지하는 것은 헌법에 어긋난다"고 결정했다.

이에 원고들은 민주화운동 관련자 가족으로서 입은 정신적 손해에 대한 국가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쟁점은 이들의 위자료 청구권 소멸시효가 성립했는지였다.


민법 166조 1항은 '소멸시효는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때로부터 진행한다'고 정하고, 같은 법 766조 1항은 '민법상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권은 피해자가 그 손해를 안 날로부터 3년간 이를 행사하지 않으면 시효로 인해 소멸한다'고 정한다.

1심은 원고들에게 화해간주 조항이라는 법률상 장애가 있었으므로 헌재의 위헌 결정이 있던 2021년 5월부터 소멸시효가 진행한다고 보고 이들의 청구를 인용했다.

이는 2심에서 뒤집혔다. 2심은 "가족들의 손해는 옛 광주민주화보상법상 보상 대상이 아니고, 화해간주 조항의 효력이 미치지 않는다"며 헌재 위헌 결정과 무관하게 이들에게 위자료 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는 법률상 장애가 없었다고 봤다.


그러나 이날 대법원 전합은 헌재의 위헌 결정 전까지 이들에게 관련자 가족 고유의 위자료 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었던 장애 사유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다수의견(11명)은 "민법 166조 1항에 따른 소멸시효 기산점인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때'의 궁극적 판단 기준은 '권리행사의 객관적, 합리적 기대 가능성'"이라고 설명했다.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권을 행사할 때 '객관적, 합리적 기대 가능성'을 부정하는 사유가 있다면 그것이 일반적으로 이해되는 법률상 장애 사유가 아니더라도 단기소멸시효가 진행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수의견은 특히 "국가배상청구권의 기본권적 성질과 과거사 사건의 특성, 가해자인 국가가 국가배상 관련 법령을 제정·집행하는 과정에서 국가배상의 법률관계를 복잡하고 불명확하게 만들었고, 그로 인해 피해자인 국민이 자신의 권리관계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해 그 권리를 행사하기 어렵게 된 사정을 고려해야 한다"고 짚었다.

이에 따라 "권리행사 가능성은 일반적인 피해자라면 국가에 권리를 행사할 것이라 객관적, 합리적으로 기대될 수 있었는가를 중심으로 국가배상제도의 목적과 피해자 보호 필요성 등을 함께 고려해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수의견은 이 사건에서 원고들은 화해간주 조항으로 인해 헌재 위헌 결정이 있던 2021년 5월까지 관련자의 가족으로서 가지는 고유의 위자료 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었고, 이에 따라 소송 제기 시점(2021년 11월)에는 가족 고유의 위자료 청구권에 관한 소멸시효(3년)가 완성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특히 "민주화운동 관련자의 가족이 권리행사를 하지 못한 상황은 국가가 뒤늦게 보상 관련 법령을 제정·집행하는 과정에서 보상의 대상과 범위를 협소하게 규정하고, 보상 절차를 신속히 마무리하려고 하면서 초래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가배상제도의 목적과 과거사 사건의 특수성, 피해자 보호 필요성을 아울러 고려한다면 관련자의 가족에게 보상금 등 지급결정일에 자기 고유의 위자료 청구권을 행사할 것을 객관적, 합리적으로 기대할 수 있었다고 평가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오경미 대법관은 별개 의견에서 "가족 고유의 위자료 청구권의 소멸시효는 완성됐으나, 국가인 피고가 소멸시효 항변을 하는 것은 신의성실 원칙에 반하는 권리남용으로 허용될 수 없다"는 의견을 냈다.

반면 노태악 대법관은 "5·18 민주화운동 관련자와 그 가족들이 겪은 고통에 대해 충분한 배상이 이뤄져야 하지만, 현재의 법리로서는 가족 고유의 위자료 청구권은 소멸시효가 완성됐다"며 반대의견을 냈다.

already@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연합뉴스 앱 지금 바로 다운받기~
▶네이버 연합뉴스 채널 구독하기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info icon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AI 이슈 트렌드

실시간
  1. 1차은우 탈세 의혹
    차은우 탈세 의혹
  2. 2장동혁 단식 중단
    장동혁 단식 중단
  3. 3씨엘 미등록 기획사 운영
    씨엘 미등록 기획사 운영
  4. 4트럼프 가자 평화위
    트럼프 가자 평화위
  5. 5푸틴 그린란드 매입가
    푸틴 그린란드 매입가

연합뉴스 하이라이트

파워링크

광고
링크등록

당신만의 뉴스 Pick

쇼핑 핫아이템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