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등법원 전경 /뉴스1 |
3000억원대 회삿돈을 빼돌린 혐의로 대법원에서 징역 35년형을 확정받은 BNK경남은행 전 직원의 추징금에 대한 파기환송심에서 추징금액이 대폭 줄었다. 이미 검찰이 압수한 금괴의 시세가 오른 점을 추징금에 반영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을 반영한 결과다.
서울고법 형사13부(재판장 백강진 부장판사)는 22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등 혐의로 기소된 BNK경남은행 전 투자금융부장 이모씨에게 추징금 49억7925만원을 선고했다. 대법원 파기환송 전 원심이 정한 159억여원에서 약 109억원 감액된 액수다.
추징금은 범죄로 얻은 이익을 국가가 환수하는 돈으로, 범죄수익에서 이미 압수한 물품의 가치나 제3자에게 빼돌리는 등 압수할 수 없는 범죄 수익을 제외해 산정한다. 이번 사건에서는 압수된 금괴의 가액을 어느 시점의 시세로 계산할지가 핵심 쟁점이었다.
이씨는 2008년 경남은행이 관리하던 PF(프로젝트파이낸싱) 대출금 50억원을 빼돌린 것을 시작으로 2022년 7월까지 99차례에 걸쳐 3089억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는다. 공범으로 지목된 한국투자증권 전 직원 황모씨와는 2014년 11월부터 2022년 8월까지 출금전표 등을 위조·행사하는 방식으로 2286억원을 빼돌린 혐의가, 이씨 단독으로는 2008년 7월부터 2018년 9월까지 803억원을 횡령한 혐의가 적용됐다.
시행사 직원을 사칭해 허위 대출 서류를 만들거나, 시행사 요청에 따라 신탁회사 등이 송금한 대출 원리금 상환 자금을 가로채는 수법으로 범행이 이어졌다는 게 수사기관 판단이다. 다만 누적 금액과 별개로 은행의 실제 손실은 592억원가량으로 알려졌고, 수사 과정에서 압수된 재산 등을 감안하면 이씨가 실제로 취득한 이익은 약 290억원으로 추정된다.
대법원은 지난해 6월 징역 35년을 확정하면서도, 추징액 산정은 잘못됐다고 보고 추징 부분만 파기환송했다. 쟁점은 두 가지였다. 첫째, 배우자에게 별도로 추징한 금액을 이씨 추징액에서 공제하지 않은 점. 둘째, 압수된 금괴 101㎏의 가액을 선고 시점이 아닌 과거 시세로 산정한 점이다. “금괴 가액은 선고 시점 기준으로 다시 계산하라”는 취지였다.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대법원 취지에 따라 배우자에게 추징된 1억여원을 먼저 공제한 뒤, 금괴 가액도 다시 산정했다. 원심이 2023년 10월 기준 약 83억원으로 본 금괴 가액은 재감정을 거쳐 지난해 11월 기준 약 191억원으로 평가됐는데, 재판부는 이 평가를 반영해 추징액을 줄였다. 이미 압수된 금괴의 ‘현재 가치’가 높게 잡히면서, 그만큼 현물로 환수되는 금액이 커지고 남은 추징금이 줄어든 것이다.
이씨 측은 선고를 앞둔 20일 금 시세를 적용하면 금괴 가액이 224억원에 이른다며 추가 감액을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가격 산정 과정에서 변론 종결일과 선고일 사이에 일정한 간격이 발생하는 것은 형사소송 절차상 당연”하다며 “선고일 상당 범위 내 가까운 시점의 가액을 기준으로 삼는 것이 객관적이고 합리적”이라고 설명했다.
유병훈 기자(itsyou@chosunbiz.com)
<저작권자 ⓒ Chosun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