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대 대법원장이 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서 열린 전원합의체 선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
5·18 광주민주화운동 피해자 유족들이 이미 1990년대에 보상금을 받았더라도, 국가에 추가로 정신적 손해에 대한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단이 나왔다. 1990년대 유족들이 국가로부터 보상금을 받은 뒤 시간이 너무 많이 지나 소송을 낼 수 없다고 본 원심 판단을 뒤집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22일 5·18 광주민주화운동 피해자 유족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유족의 위자료 청구권은 아직 소멸시효가 지나지 않았다며 원심 판결을 깨고 사건을 광주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1980년 5월 22일 광주광역시 서구 한 미장원에서 계엄군에게 폭행을 당해 머리에 부상을 입었고, 이후 헌병대로 인계돼 같은 해 8월 20일까지 91일간 구금됐다. 이 기간 동안 구타와 고문을 당해 정신이상증세를 보여 석방됐다. 증세가 악화돼 1982년 11월 25일 숨졌다.
A씨의 배우자와 두 자녀 등 5·18 피해자 유족 39명은 국가를 상대로 정신적 손해를 배상하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A씨의 유족 3명은 2억5030만원을 청구했다. 유족 39명이 청구한 금액은 총 18억1977만원이다.
이들은 1990년 제정된 옛 광주민주화운동보상법에 따라 1990년 또는 1994년에 국가로부터 보상을 받았다. A씨의 유족은 A씨가 살아 있었다면 생애 동안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소득(일실수익)과 생활지원금, 위로금 등의 명목으로 1990년 1억4305만원을 지급받았다.
그런데 이 법에는 정신적 손해 배상 내용이 들어 있지 않다. 국가가 유족에게 보상금을 지급했더라도 정신적 손해에 대해서는 배상이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또 유족이 보상금을 받으면 5·18과 관련해 입은 피해에 대해 재판상 화해가 성립된 것으로 본다는 조항이 있었다. 헌법재판소는 2021년 5월 27일 이 조항이 5·18과 관련해 입은 피해 중 정신적 손해에 대해 국가에 배상을 청구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은 헌법에 위반된다고 결정했다.
쟁점은 소멸시효였다. 민법 제766조는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권은 피해자가 그 손해와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이 지나면 소멸시효가 완성된다. 3년이 지나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
1심은 유족들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봤다. 보상금을 받으면 ‘재판상 화해’로 간주하는 조항이라는 장애가 있었으므로, 위헌 결정일로부터 소멸시효를 적용해야 한다고 봤다. 반면 2심은 유족들이 정신적 손해배상을 국가에 청구하려면 보상금 지급이 결정된 날로부터 3년 이내에 했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원심과 달리 유족들은 화해 간주 조항 때문에 헌재가 위헌 결정을 내리기 전까지 고유의 위자료 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었다고 판단했다. 이어 위헌 결정 후 3년이 지나기 전에 소송을 제기했으므로 아직 소멸시효가 남아 있어 국가를 상대로 정신적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고 했다.
5·18 보상금을 받은 가족들은 “그 보상금 등을 받을 때에는 그 사건에 대하여 화해계약하는 것이며, 그 사건에 관하여 어떠한 방법으로라도 다시 청구하지 아니하겠음을 서약함”이라고 적힌 ‘동의 및 청구서’를 제출했다. 대법원은 이 때문에 유족들이 위자료 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었다고 봤다.
오경미 대법관은 유족의 위자료 청구권 소멸시효는 지났다고 봤다. 다만 국가가 이를 주장하며 유족의 위자료 청구 소송이 기각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권리남용이어서 허용될 수 없다는 별개 의견을 제시했다.
주심인 노태악 대법관은 반대 의견을 개진했다. 노 대법관은 유족들의 위자료 청구권은 소멸시효가 지났으며, 이들에 대한 구제는 별도의 법 제정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했다.
손덕호 기자(hueyduck@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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