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의 한 건물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에 영하 19도라는 알림이 떠 있다. AFP 연합뉴스 |
러시아와 4년째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가 그 어느 때보다 추운 겨울을 맞았다. 눈과 유례없는 한파가 이어지는 가운데 러시아가 최근 우크라이나의 에너지 시설을 집중 공습해, 수도 키이우의 대부분 지역에 전력과 물 공급이 끊겼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19~20일 이어진 러시아의 공습으로 인해 “수도의 거의 60% 지역에 전기가 끊긴 상태”라고 21일 밝혔다. 하르키우 일대는 90%가 정전 피해를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는 1월9일 대규모 공습 때부터 우크라이나의 열병합 발전소와 전력망 등을 집중 타격 중이다. 키이우 기온이 영하 20도 가까이 떨어지는 등 추위가 맹위를 떨치는 가운데, 키이우, 하르키우, 오데사, 드니프로 등 주요 도시에 전력·난방·온수 공급을 끊어 우크라이나 내 불만을 고조시키려는 전략이다.
샤워나 요리 같은 일상조차 어려운 일이 됐다. 아에프페·로이터 통신과 키이우 인디펜던트 등 현지 언론은 우크라이나 사람들이 집에서 눈을 녹여 물을 마시고, 불로 달군 벽돌을 껴안고 추위를 버티며 모자와 점퍼 차림으로 잠자리에 드는 등 혹독한 겨울을 나고 있다고 전했다. 정부는 텐트로 만든 임시 시설로 일종의 ‘난방 피난처’를 만들었는데, 사람들은 이곳에서 발전기를 이용해 몸을 녹이고 휴대전화를 충전하고 있다. 식량배급소에선 요리를 할 수 없는 사람들을 위해 따뜻한 음식을 나눠주고 있다. 길거리는 얼어붙었고, 제설 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사람들이 걸어다닐 수가 없을 정도다. 키이우에선 빙판길에 미끄러져 척추골절로 사망한 사람도 있었다고 키이우 인디펜던트는 전했다. 학교는 겨울 방학을 연장했고, 상점들은 문을 닫았으며 기업들은 근무를 단축했다.
20일 우크라이나 키이우의 타타르스카 거리가 얼어붙은 가운데 한 여성이 조심스레 길을 건너고 있다. 커피숍으로 이어지는 계단에는 눈이 가득 쌓여 있다. 키이우 인디펜던트 갈무리. |
우크라이나 정부는 지난 14일 ‘에너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복구에 나섰으나, 매일같이 폭격이 이어지는 가운데 한파까지 몰아쳐 난관에 봉착했다. 4년간 이어진 전쟁 중 에너지 비상사태를 선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키이우에 본부를 둔 에너지 전문 싱크탱크 디시그룹의 올레나 파블렌코 대표는 “예전 겨울과 비교해봐도 이번이 최악의 피해를 입었다”며 “모든 게 얼음으로 덮여 있어 전력망 복구가 예전보다 2~4배는 복잡해졌다”고 말했다. 폭격을 입은 발전소와 고압변전소를 고칠 부품마저 부족한 처지다. 독일의 슈테펜 마이어 정부 부대변인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추위를 무기로 사용하고 있다”며 “전쟁 범죄”라고 규탄했다.
한편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오는 22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만날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1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 포럼) 연설 뒤 기자들과 만나 “(휴전)협상을 타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젤렌스키 대통령과) 내일(22일) 만날 것 같다”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단전 사태로 인해 다보스 포럼 방문을 취소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21일, 전기와 물 공급이 중단된 우크라이나 키이우 주거 지역의 난방 텐트 안에서 심리학자들이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고 있다. 키이우/AFP연합뉴스 |
정유경 기자 ed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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