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청사.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
5·18광주민주화운동 당시 사망하거나 다친 희생자 유족의 정신적 피해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권이 소멸하지 않았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재판장 조희대 대법원장)는 22일 광주민주화운동 희생자 유족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광주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정부는 1990년 광주민주화보상법이 제정된 뒤 1990~1994년 사이 피해자 가족들에게 보상금 등을 지급했다. 해당 법률에는 신청인이 보상금 등 지급 결정에 동의할 경우 광주민주화운동과 관련한 피해에 대해 재판상 화해가 성립된 것으로 본다는 ‘화해간주’ 조항이 포함됐다. 하지만 헌법재판소는 2021년 5월 화해간주 조항이 광주민주화운동과 관련한 정신적 손해에 관한 국가배상 청구권의 행사까지 금지하는 것은 위헌이라는 결정을 내렸다. 이에 희생자 가족들은 2021년 11월 정신적 손해에 대한 국가배상을 청구했다.
쟁점은 소멸시효였다. 민법에서는 불법행위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는 피해자가 손해나 가해자를 알게 된 날로부터 3년으로 규정한다. 1심 재판부는 소멸시효가 시작되는 날을 헌재 결정일인 2021년 5월로 보고 유족의 손해배상 청구권 소멸시효가 완성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국가가 1인당 10만원가량의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손해배상 청구권의 소멸시효가 희생자들이 보상대상으로 인정받은 1990~1994년 사이라고 보고 원고 패소 판결을 했다. 재판부는 가족들의 손해는 광주민주화보상법에 규정된 보상 대상이 아니고 이 때문에 화해간주 조항의 효력이 미치지 않았기 때문에 유족들이 헌재 결정 이전에 위자료 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인식할만한 사정이 없다고 판단했다.
이에 대해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11명의 다수의견에서 “원고들은 광주민주화보상법에 따른 보상금 등 지급결정이 있었던 무렵에는 피고의 불법행위와 그로 인한 손해에 대하여 현실적이고도 구체적으로 인식할 수 있었다”면서도 “원고들에게는 이 사건 위헌 결정이 있기까지 관련자 가족 고유의 위자료 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었던 장애사유가 존재”했다고 판단했다. 원고 중 희생자의 유족으로 보상금을 수령한 경우 광주민주화운동 피해에 대하여 어떠한 방법으로도 다시 위자료를 청구하지 않겠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작성하는 등의 사정 때문에 헌재 결정 이전까지 국가를 상대로 정신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지 판단하기 어려웠다고 본 것이다. 대법원은 이런 사정들을 감안해 희생자에 대한 보상금 지급 결정이 된 시점을 소멸시효가 시작되는 날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원고들은 이 사건 화해간주 조항으로 인하여 이 사건 위헌 결정일인 2021년 5월 27일까지 관련자의 가족으로서 가지는 고유의 위자료 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었다”라며 “원고들은 이 사건 위헌 결정일로부터 3년이 경과하기 전에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으므로 원고들의 가족 고유의 위자료 청구권에 관한 소멸시효는 완성되지 않았다”라고 밝혔다. 이어 “그럼에도 피고의 소멸시효 항변을 받아들인 원심판단에는 소멸시효의 진행을 막는 권리행사 장애사유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라며 사건을 광주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다만 노태악 대법관은 “5·18민주화운동으로 관련자와 그 가족들이 겪은 고통에 대하여 충분한 배상이 이루어져야 하지만, 현재의 법리로서는 가족 고유의 위자료 청구권은 소멸시효가 완성되었고, 이들에 대한 구제는 입법에 의하여 이루어져야 한다”라며 반대의견을 냈다.
정환봉 기자 bon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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