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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만달러? 18만달러?...극과 극으로 벌어진 비트코인 가격 전망

조선일보 서유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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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LY BIZ] 비즈니스 인사이트
2026년 비트코인 가격 전망과 핵심 변수
그래픽=김의균

그래픽=김의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재집권하면서 지난해 가장 큰 기대를 모았던 투자 자산은 단연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였다. 하지만 성적표는 초라했다. 지난해 비트코인 가격(바이낸스 기준)은 연초 9만4591달러로 시작해 연말에는 약 7.3% 하락한 8만7648달러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나스닥 지수 등 주식과 금이 기록적인 상승 랠리를 이어간 것과 대조적이다.

시장의 실망감은 정책적 기대가 빗나간 데서 시작됐다. 트럼프 행정부가 비트코인을 ‘전략적 비축 자산’으로 삼을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실제로는 이미 압수된 코인을 보관하는 수준에 그쳤다. 시장에서는 4년마다 찾아오는 비트코인 반감기(채굴량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시기)에 맞춰 가격이 폭등한다는 ‘4년 주기설’에도 기댔지만 상승 폭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비트코인 가격 4년 주기설은 끝났을까. WEEKLY BIZ는 월가 대형 투자은행(IB)과 암호화폐 전문 리서치 기관들이 내놓은 최신 보고서 등을 토대로 2026년 비트코인 가격 전망과 시장을 좌우할 핵심 변수를 짚어봤다.

◇“디지털 금, 실물 금처럼 오를 것”

가장 최근 비트코인의 반감기는 2024년 4월에 있었다. 4년 주기설에 따르면, 반감기부터 18개월 뒤인 지난해 10월에 가격이 고점을 찍었기 때문에 올해는 폭락할 수 있다.

하지만 다수 기관은 4년 주기설의 종료에 공감대를 형성하는 분위기다. 스위스의 암호화폐 기반 자산운용사 21셰어스는 “이제 비트코인 반감기는 상징적인 의미일 뿐 시장 성장의 원동력이 아니어서 4년 주기설도 더 이상 시장의 흐름을 좌우하지 않는다”며 올해 비트코인 가격이 지난해 10월 기록한 사상 최고가(약 12만6000달러)를 경신할 것으로 전망했다. 월가 투자은행 번스타인 역시 “더 이상 4년 주기에 가격이 얽매이지 않고 기관 투자 자금 유입에 힘입어 강세장으로 전환되고 있다”며 목표가로 15만달러를 제시했다.

대형 IB들도 올해 비트코인 가격이 이전 최고치를 넘어 15만달러 내외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JP모건은 과거 금 대비 비트코인 가격 분석을 토대로 17만달러까지 상승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니콜라오스 파니기르초글루 JP모건 전략가는 지난달 고객들에게 보낸 노트에서 “금 가격과 비교할 때, 향후 6~12개월 동안 비트코인이 크게 상승할 수 있다”고 밝혔다. 비트코인이 ‘디지털 금’으로서 금처럼 가치 저장과 인플레이션 헤지(위험 회피) 수단의 성격이 강해지고 있다는 평가다.


스탠다드차타드는 15만달러를 예상했다. 제프 켄드릭 스탠다드차타드 디지털자산 총괄 책임자는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자금 유입이 올해 상승의 핵심 동력”이라며 이같이 분석했다. 다만 이는 기존 전망치(30만달러)보다는 크게 하향 조정된 수치다.

씨티그룹은 14만3000달러를 목표가로 제시하고 최대 18만9000달러까지 도달할 수 있다며 “투자자들의 비트코인 채택이 지속되고 150억달러 규모의 ETF 자금 유입이 가격 상승을 견인할 것”이라고 했다. 다만 글로벌 경기 침체 등 거시 경제적 요인이 촉발하는 하락 시나리오에서는 7만8500달러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美 디지털 자산법 통과가 관건

올해 시장의 향방을 가를 최대 변수 중 하나는 규제 환경의 변화다. 기관들은 이른바 ‘클래리티 법안’으로 불리는 ‘디지털 자산 시장 명확성 법안(Digital Asset Market Clarity Act)’ 통과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 디지털 자산의 성격과 탈중앙화 정도에 따라 증권 혹은 상품으로 명확히 분류해 감독 권한이 증권거래위원회(SEC)와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중 어디에 있는지를 규정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미국의 자산운용사 그레이스케일은 “이러한 법적 장치들이 전통 금융 기관에 규제 가이드북 역할을 해 투자 불확실성을 해소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법안 통과로 모호했던 디지털 자산의 분류 기준을 법적으로 확립할 경우 그동안 암호화폐 시장 진입을 주저했던 은행과 연기금 등 대형 기관의 투자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비트와이즈는 “클래리티 법안이 통과되면 아이비리그 대학 기금의 절반이 암호화폐 자산에 투자할 수 있다”며 비트코인 가격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할 것으로 내다봤다. JP모건과 씨티그룹은 “클래리티 법안 통과로 ETF로의 자금 유입은 더 늘어날 것”이라고 했고, 스탠다드차타드도 “클래리티 법안이 통과되면 디지털 자산 성장을 촉진할 것이며 탈중앙화 금융의 다음 단계를 열어줄 것”이라고 했다.

다만 최근 은행을 비롯한 전통 금융권과 스테이블코인 발행사·거래소 등 크립토 업계가 스테이블코인 이자 지급 제한 여부를 놓고 이해가 충돌해 상원에서 법안 통과가 난항을 겪고 있다.

또한 올해는 스테이블코인과 실물 자산(RWA·Real World Asset) 토큰화 시장이 커지면서 암호화폐 시장으로의 자금 유입이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RWA 토큰화란 금·주식·달러·부동산 등 실물 자산을 블록체인 위에 올려 디지털 자산(토큰)으로 발행하는 행위를 뜻한다. 21셰어스는 지난해 약 200억달러 수준이던 RWA 시장 규모가 올해 5000억달러로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비트코인 현물 ETF가 제도권 자금 유입 경로를 만들었다면 RWA는 암호화폐를 제도권 금융 생태계로 끌어올리는 핵심 인프라가 될 것이라는 평가다. 프레스토리서치는 “올해를 주류 금융으로의 편입과 제도권화가 본격화되는 시기로 본다”며 비트코인 가격이 16만달러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상승 동력 잃었다”...하락 전망도 만만찮아

반면 비트코인 수요가 지난해보다 줄어들면서 가격도 더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도 팽팽하게 맞선다. 바클레이스는 구체적인 가격을 제시하지는 않은 채 “비트코인 거래량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개인 투자자 참여가 줄어들고 있으며 가격 상승 동력이 없는 과도기에 접어들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규제 혁신과 정책적 호재 등 가격을 끌어올릴 만한 촉매제가 부족할 경우 시장은 정체되거나 오히려 약세를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온체인 데이터(블록체인 장부에 공개 기록된 거래 데이터) 분석 기관 크립토퀀트는 5만6000~7만달러로 하락을 전망했다. 지난해 10월 비트코인 수요가 사실상 정점을 찍었다는 분석에 따라 가격 지지 요인을 상실했다는 분석이다. 펀드스트랫은 단기적으로 6만~6만5000달러까지 조정 가능성이 있다며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고 했다.

각 기관이 제시한 숫자를 맹신하는 것은 금물이다. 지난해 트럼프 집권으로 비트코인을 비롯해 암호화폐 시장 전반이 수혜를 입을 것으로 기대하면서 2025년 연말 가격 예측을 다룬 보고서 등에는 장밋빛 전망이 쏟아졌다. 2025년 말 비트코인 목표가로 반에크는 18만달러, 번스타인과 스탠다드차타드, 비트와이즈 등은 20만달러까지 제시했다. 하지만 결과는 연초 대비 하락이었다. 블록체인 전문 매체 우 블록체인(WU Blockchain)은 “규제나 산업 구조 변화에 초점을 맞춘 예측은 방향적으로 맞을 가능성이 높았지만, 논리가 타당하다고 해서 목표가가 반드시 실현되는 것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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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유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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